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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둘이 있는날


BY 꿀통 2001-08-22

시부모님께서 설에 가셨어요.
도련님은 친구랑 놀러가고.
정말 오랜만에 둘이서만 집에 있었죠.
신랑하고 나...결혼 9개월만입니다.
다음날(오늘) 신랑이 제주도에 가서 다섯밤을 자고 옵니다.
같은 샘들끼리 놀러가는 거지요.
부부동반도 있다는데, 전 직장가야하니 못가구요.
뭔 날이든 기념하기 좋아하는 울 신랑이 환송파티를 해 달라기에, 소주2병하고 삼겹살 구워 둘이서 환송회를 조촐하게 했습니다.
그동안 못한 얘기들...많이 하니 좋더군요.
사실, 시댁에 함께 옹기종기 살다보니, 둘이서 대화하기도 그렇고 저도 피곤하고 해서 참으로 오랜만에 대화다운 대화를 한것 같았어요.
맘에 드는 이야기도 있고, 맘에 안 드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울 신랑도 제 이야기가 100%맘에 들었겠어요?
요즘은 분가문제가 화두입니다.
전 솔직히 맘은 반반인데, 분가하고픈 맘이 60%정도 되겠죠.
그냥, 내 살림도 아닌것 같구...살림도 재미가 없어요.
저녁땐 가끔 친구만나 실컷 수다도 떨고 하고 싶은데, 늦어도 11시에는 집에 가야하고. 그런것도 싫구요.
전 원래 딸만 셋인 집의 둘째라 자유분방하고 그래요.
그런데 꾸욱꾹 눌러가지고 살려니 좀 힘이 들긴해요.
울 시부모님, 되도록 저한데도 잘 하실려고 하는거 잘 알지만요.
모처럼 둘이서 술한잔 하고 나니, 기분도 너무 좋고 그러니, 분가하고 싶은 맘이 자꾸 더 드네요.
경제적인 문제때문에 분가하기 힘들것 같은데...
첨엔 1년만 살겠다고 한건데, 울 시모께서도 첨엔 함꼐 사는거 너무 불편해하시더니, 이젠 익숙해지고 저도 나름대로 잘 하니까 그런지 이젠 분가하란 말씀도 안 하시고.
생활비도 넉넉하게(?) 드리는 편이니 그것도 이유가 되긴 되겠지요.
울 신랑은 분가하더라도 생활비로 20만원은 드려야 한다고 하는데,
저...펄쩍 뛸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딱 잘라서 얘기했죠.
메야? 자식이 빨리 모아서 자리를 잡아야 나중에라도 잘 모실 수 있는것인데, 표시도 안 나는 돈 야금야금 드리면, 나중엔 니네는 둘이 벌어서 모으지도 않고 뭐했느냐는 소리 듣는다구요.
지금까지는 친정이랑 시댁이랑 생활비빼고는 꼭같이 하고 있는데, 점차 그러기 힘들것 같네요. 이중부담이쟎아요.
그러다보면 뭐 점차 친정에만 드리는 것이 줄어들것같고.
이거 정신바짝 차리지 않으면 슬금슬금 제 목소리만 약해질 것 같아요.

으아악~
울 신랑 저한데도 넘 잘하고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고지식하고 나름대로 엄청 양반집안인 시댁에 장남에, 게다가 넉넉하지도 않은 형편...쩝! 힘드네요.

모처럼 둘이서 다정하게 보냈는데, 왜 이리 뒤끝이 찜찜한지......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