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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장손이 뭐길래


BY 구름 2001-08-23

난 3남 2녀중 막내아들의 아내이다.
막내아들에게 시집 온 이유로 막내며느리가 되었다.
우리 어머님을 보면서, 난 내가 너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최면을 건다.
우리 어머님, 장남, 장손이라면 꿈뻑 넘어가는 분이라서...
난 아들 하나 낳았으니, 이 아들 저 아들 구별하지 않아도 되니까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만약 맏며느리 입장에서 본다면, 의견이 다를 수도 있으나,
내 존재, 내 신랑의 존재는 우리 어머님에게 무엇일까 의문이 든다.

우리 신랑 2년전에 교통사고 나서, 수술하고 한 달간 병원에 입원했었다.
난 만삭의 몸으로 매일 병원을 지켰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하는 심정으로.

우연일까?
그 다음 해에 우리 아주버님 사고로 인대 늘어나 5일동안 병원에 있었다.
우리 어머님 꼬박 병원에 앉으셨었단다.
아주버님 퇴원하자 한약방에 데리고 가 한약 지으셨고, 손수 다려 주셨다.
우리 신랑 한 달간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도, 그 흔한 우족하나 보내지 않던 분이......
장남 잘 되라고 온갖 치성 다 들이시면서, 막내인 우리신랑은 아들도 아닌가?
우리 어머님, 아주버님만 위하셔도, 난 그 논리에 맞춰드릴 수 있다.
옛 어른들, 장남에 보상받으려는 묘한 심리가 있으니...
그런데 우리 어머님 좀 지나치시다.
큰 조카는 초등학생, 우리 아들은 이제 3살.
어느 해 명절이었다.

조카가 감기걸려 잠을 보챈 적이 있었는데, 우리 어머니 그 큰 조칼 업어재우셨다.
우리 아들 작년 추석에 장염 걸려 5일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링겔 맞고 시댁에 갔다.
우리 어머님 조카에게 하던 식이라면 우리 아들도 업어 재우셨어야 옳지 않은가?
우는 아이 보고 시끄럽다며, 하루 종일 일에 지친 나를 깨우셨다.
아!
나는 그때 절실히 느꼈네라.
장남, 장손이 어머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그 후로 난 혼자말로 되뇌이곤 한다.
어머님이 그렇게 애지중지 하시는 장남, 장손 얼마나 잘 되는지 두고 보자.

남의 집 막내며느리, 막내 손주는 정말 귀염 받는다는데.....
다 사람하기 나름이겠지만, 난 한다고 했는데.
딸같이는 못해도, 맛난 것 나 한번 먹으면 그 다음에 꼭 어머님 모시고 가고 늘 정성을 다해서 섬겼었는데..
아직도 우리 어머님 내가 모자라신가 보다.
장남, 장손이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