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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혼자 있다...


BY 외롭다... 2001-08-25

좀, 외로워서요.....

남편은 아직 밖에 있습니다. 친구들이랑 노래방에 있다더군요.

왠지 허전해져서, 혼자 맥주를 두 병이나 까먹었답니다.


속상한 거 말하자면 너무 긴데,, 이게 얽히고 설켜서 말이죠...

전 외로우면 시아버지한테 전화를 드립니다. 저보다 더 외로운 분

이시거든요. 제가 '참 외롭구나' 생각이 드니까 문득문득 시아버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대요. 평소에도 이런 마음으로 시아버지를 대하

려고 애쓰는 편이고, 남편이나 시누이도 고마워합니다.. 그런데

이런 저를 자기 편한대로 이용하려는 형님 때문에 넘 속상해요.

시숙네 부부는 저보다도 아버님과 가까이 사십니다. 신혼초에는 제가

근처에 살아서 더 자주 드나드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었는데, 그래서

생신이나 명절, 어머님 제사도 제가 많이 챙겼지요. 젖먹이 데리고

객지에서 고생하는 형님이 안스러워서요.

그러다보니, 다른 집 맏며느리들이 다 하는 일, 그리고 시어머니들이

챙기는 일까지 제 몫이 되어버렸답니다. 대소사는 물론이고 아버님

김치랑 반찬까지요. 첨에는 형님도 고마워하는 눈치더니, 이제는 노골

적으로 그런 건 니 일이다,, 이런 식이시네요. 사실 시숙보다 남편이

더 잘풀리긴 했습니다. 잘난 아들이지요. 그런 걸 감안하고, 남편이

돈 더 잘 버는 걸 감안해도 사실은 좀 억울합니다.

세상 사람들 다 저 보고 걱정 없는 편한 백성이라는데,

돈 버느라 집에서는 잠만 자는 남편 (잘 안아주지도 않지요...), 아무

도 걱정 안하는 시아버지를 나 혼자라도 챙겨드려야 한다는 부담감,

시누이 결혼 문제도 제가 나서서 처리했으면 하시는 시아버지의 기대,

다가오는 추석 생각하면 또 약오르는 형님 문제, 이러다가 나는 밥순

이로 눌러앉겠구나 하는 좌절감,, 뭐 그런 것들 때문에 도무지 맘이

편안하지가 않습니다....

스물 일곱 살짜리 2년차 새댁한테는 너무 무겁다는 생각도 드는데...

제가 힘들거라는 생각은 아무도 안 하나봐요....

마음 같아서는, 내년 설에는 애 하나 덜컥 가져서 시댁에 가지 말아버

릴까 싶기두 하구요,,, 그러다 보면, 그 땐 또 시누이 시집가고 처음

오는 명절 나들이일텐데 내가 가서 맞아줘야 하는데, 싶구요,,,

언젠가 시누이 친구가 그러더군요. 시어머니가 계셨으면 이런 며느리

물고 빨았을 거라구요. 기쁜 한편 서글펐습니다. 요즘엔 잘해주는 시

어머니들도 많으신데, 그런 사랑 한 번 못 받아보는 게 아쉽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거, 그냥 시간 많고 돈 많아서가 아니라

나름대로 힘들지만 잘하려고 애쓴다는 거, 남편이랑 시댁 식구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좀 외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