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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뭔지....


BY 우울 2001-08-27

시골에 계신 시어머님이 며칠 전 집에 들러
주고간 비닐봉지 속엔 벌레먹은 찹쌀과 다 썩은
녹두가 봉지에 들어 있었다.
물어보니 바빠서 열어보지를 못했단다.
차마 화는 났지만 그냥 묻어버렸다.
못 먹으면 버리면 되는걸.....
김장담아서는 김치부족해서 너는 못주겠다더니
설 지나 시디신 김치 가져가라 하신다.
냉동실에 먹다남은 고기조각들 자식생각해서
주는 거란다. 생각을 너무 끔찍하게 하신다.
며칠 전 쌀을 가져왔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벌레들이 방바닥을 기고 있었다.
난 쓰레기봉투에서 나온 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보니 쌀가마니 사이사이 나오고 있었다.
요즘 날씨가 더워 쌀 찧어서 며칠만 놔둬도
벌레가 생긴단다. 서운해 하는 날 보고 넌 그렇게
생각했었니?하며 더 서운해 하신다.
남편도 몸에는 아무 해가 없다며 벌레가지고 난리란다.
그래.. 벌레 없애고 먹으면 되는걸....
얻어먹는 주제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남편이 어제 들고 온 통 속에 김치가 들어있었다.
난 맛도 보기가 싫은데 밥상위에 있는 김치두고
어머님이 주신 김치 부여잡고 먹고 있었다.
내가 남편한테 물었다.
김치는 왜 주셨데?
주니까 가져왔어.
남편은 항상 그런다. 늙은 부모가 주는데 어떻게 안 받냐고.
자식생각해서 주는건데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그래 너 효자났다.
니 혼자 다 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