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822

철없는 동서 임신하다.


BY 미련곰탱이 2001-08-28

전 동서와의 사이는 무난한 편입니다.
제목에서 아랫동서되는 분들 오해는 없으시길 바라며...

결혼하자말자 시댁에서 1년 반간을 같이 살다 분가를 했습니다.
시댁 같이사는 동안 돈 모았다는 사람들은 정말 시부모님 잘 만난것 같더라구요.
신혼에 애 없을때 맞벌이라도 했으면, 신혼이 좀 더 여유로웠을텐데
같이사는 며늘이 그게 되나요?

하루종일 시엄니 시키는 일 하고 나면 저녁지을때 되더라구요.
장볼때도 돈 주신다면서(아버님 앞에서만)
정작 장볼땐 돈도 안주시고,이거사와라,저가사와라 하셨더랬습니다.

당시 남편 장교월급해봐야 60만원가량
결혼전부터 남편 이름으로 넣으시던 적금있다며
월급가져오면 전 구경도 못하고 35만원가량을 그냥 드렸지요.
나머진 남편 용돈하기도 빠듯하고...
분가하면 살림장만하라고 친정엄마가 넣어주신 돈 곶감빼먹듯이 시댁생활비로 야금야금 나가는데 무섭게 줄어들더군요.
돈도 없는데, 같이 사는 자식도 때되면 용돈 드려야죠.

분가할때되니, 울 시엄니 오리발.
적금넣으라고 드린돈 생활비로 다 쓰셨다나요?
속터져도 어쩝니까?
분가하는 그날로 독립만세를 부르며 잊기로 했습니다.

분가하니, 참 좋데요.
둘이 맞벌이하며 최소한의 생활비로
반찬도 필요한것만 해먹고
스트레스 안 받고,
그러다 큰애 임신으로 직장을 그만둘 수 받게 없었습니다.

입덧 심해 고생해서 골골거려도
맏며느리인지라 제사다 명절때
왕비 엄니를 위해서 김치 담아드리고 음식해드리고...

직장다니는 동서,
배불뚝이 형님이 입덧해대며 일있을때마다 군소리 없이 다하니
제사때도 느즈막히 와서는
말만 뻔지르르

한번은 입덧이 심해서 시엄니가 담아오라는 깻잎김치 안담고 뻐튕겼걸랑요.
그랬더니 한달쯤 다되가니, 시엄니 열받아서 전화하셔서는
깻잎김치 안담아온다고
유식한척하던 분이 체면 팽개치고
담아오라고 소리소리 지르더군요.
기가 막혀서...

시댁 2달넘게 안가고 뻐튕기다 가긴가야겠는데
그놈의 김치가 영 맘에 걸리는 것이
울 남편 그간 김치 담아 나를땐,
뭐하러 담냐더니
안 담겠다고 하니, 그냥 담아서 드리랍니다.
웃겨~

입덧으로 욱욱거리며, 화장실 몇번 들락거리며 담은 깻잎김치.
울엄니.
싱겁니 짜니. 양념을 아꼇다는 둥 성의가 없다는 둥
동서 옆에서 끽소리 안하고 있더니
시엄니 주시는 김치 낼름 얻어가더군요.

그러던 동서가 얼마전 임신을 했는데 가관이 따로 없는것이
할머니 제사때, 입덧이 심하다길래 그냥 앉아서 쉬랬더니
괜찮다며 기어이 전을 붙이더군요.
전 미안하고 기특하여 동서 힘들면 들어가서 좀 누우라고만 계속 했죠.

화장실 뛰어갈때마다 얼마나 티를 내고 욱욱대는지
내가 꼭 부려먹는 속좁은 형님인것같아
어른들 보기 무안한데

이게 웬걸.
밥먹을때되니, 한그릇 뚝딱 아무 입덧 증세없이 다 해치우네요.
그리곤 10여명 식구 밥먹은 상 좌악 펼쳐져있는데
소화가 잘 안되서 산책가야된다며
시동생 손 잡고 나한텐 가타부타 말도 없이 나가버리데요.
너무너무 얄미웠습니다.
마냥 잘해주니, 나같은 형님은 눈에도 안들어왔던거죠

나 입덧할때, 저 힘들까봐 배려하면 저도 그럴 줄 알았던 내가 등신중에 상등신인거죠

임신하곤 5달넘게 저희집엔 전화도 없고
시댁엔 콧베기도 안비치더이다.
입덧이 심한가보다 했죠.

얼마전 그 근처 볼일 있어서 갔다가
시동생네 잠시 들렀더니,
ㅎㅎㅎㅎ 저녁먹다가 저희가 간다니 오지말라고 할수도 없고
식탁위에 반찬 좍 펼쳐놓고,
갈치비린내 폴폴 풍기면서 밥만 잘묵데요.

그러면서 얼마전 웬일로 전화가 왔길래
뭔일인가 했더니...
시엄니가 깻잎김치 담아오랬다고 스트레스 쌓인다고...
예전 같았으면 맞장구도 쳐주고 같이 씹어서 스트레스 풀었을터인데
이번엔 듣고만 있었더니
무안했던지 다른얘기만 하다가 끊데요.

울 시엄니는 며느리들 입덧만하면 같이 입덧을 하시는지
왠 깻잎김치 타령을 그렇게나 하시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윗동서는 아랫동서든,
시집살이에 재간있습니까.
임신한 동서 있으면 서로 먼저 위해주고 챙겨줍시다.

얄밉던 동서가 시엄니 때문에 임신중에 스트레스 받는다고하니
영 맘이 안쓰러운것이...

그 깻잎김치 담았는지, 안담았는지는 아직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