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944

'결혼' 꼭 해야 할까요..


BY 우울 2001-08-28

마음이 너무 복잡해 글을 씁니다.
남친과는 사귄지 1년이 좀 넘었습니다.
처음 만났을때 정말 사고방식도 마음에 들었고
여러가지 면에서 '이 사람이다' 싶었습니다.
그동안 고운정, 미운정 많이 들었구요..
서로 나이(저 30,남친 32)도 있고 사랑하니까
당연히 결혼 얘기가 오갔고 현재는 결혼을 두달정도
남겨두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남친은 대기업에서 나와서 선배가 경영하는
벤처에 팀장으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만난지 얼마되지 않았을때 회사가 어려워져서 다시
예전 회사로 컴백할까 고민하다가 사업을 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말렸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거라는 남친의 말에 열심히 응원해줬구요..
그런데 결과는 좋지 않아서 그동안 모은 돈을 없애고
1,500정도의 빚을 졌습니다.
취업난이 심각했지만 올 봄 남친은 좋은 학벌과 인맥으로
다시 회사로 들어갔습니다.
현재는 열심히 일하고 있구요..
근데 여름에 상견례를 하고 결혼에 관련된 현실적인 일들이
닥치니까 정말 결혼은 현실이란 말이 실감이 납니다.
저는 결혼하는데 4,000만원(전세3,000 + 결혼비용1,000)
정도가 들어갑니다.
왜냐하면 신혼집을 그냥 제가 살고 있는 집에서
살기로 했거든요..
부모님이 얻어 주신 집인데 부모님도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고 또 엄마가 궁합을 보셨는데
(굉장히 믿는 분입니다.)
천생연분이라면서 3,4년후부터는 아주 좋다는 말에 허락하셨고
지금은 한번씩 제가 갈등하면 차라리 시집에서 해주는게 없으면
결혼해서 당당할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남친은 현재 빚(1,500)과 결혼자금(전세1,000 +
결혼비용1,000)도 대출받아야 하니까 3000~3,500정도의
빚을 지고 시작하는거죠.
더구나 남친은 효자인 장남이고 현재는 부정기적으로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지만 결혼을 하면 한달에 20만원이라도 용돈을
드리자고 합니다.(시집이 어렵습니다.여기서도 제가 이해되지
않는건 두분다 건강하신데 일을 하시지 않습니다)
제가 집을 해결했기 때문에 예단같은 것은 생략하기로
둘 사이에서는 얘기가 되었는데, 남친말이 시어머니 되실 분이
형식상으로라도 예단은 생략하는게 아니라고, 해야되지 않겠냐고
하신답니다.
저는 돈을 떠나서 솔직히 너무 화가 났습니다.
물론 못해주시는 마음도 아프겠지만 하나라도 새로 시작하는
저희들에게 도움을 주시려는 우리 부모님과 비교했을 때
아무것도 못해주시면서 예단 말씀을 하시니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남친에게 제가 집 얻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서 남들보다
결혼비용이 더 드는데 예단까지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남친이
그러면 남들처럼 혼수하고 예단만 하고 나머지는 너희 부모님께
돌려드리라고해서 그럼 우린 어디에서 사냐고 했더니 사랑하는데
단칸월세방에서 시작하면 어떻냐고 합니다.(저는 그렇게는 못
삽니다.) 그러면서 주위에 예단생략하는 경우는 없다시며 형식상이라도 해야한다고 하시는 어머님께 어떻게 절대로 못한다고 말씀드려야
하냐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남친의 부모님은 남친형편이
지금 좋지 않은 것은 알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모르시는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희 부모님은 벌써 시부모님 이불과 현금 200(저희는
돌려받지 않고), 그리고 남친양복을 생각하고 계시더라구요.
저한테는 아무것도 받지 말라고 하시구요. 어차피 남친이
해주는 것은 빚내서 해줄텐데 나중에 제가 갚아야 하는거라고..
참 속상합니다.
또 결혼하고 나서 두사람의 월급(합쳐서 380만원 정도)으로
열심히 빚을 갚아야 하는데 큰 돈은 아니지만 시집에 용돈을
드려야한다고 생각하니..
거기다가 시집이 비록 지방이지만 남친은 은근히 효도를 강요하는
분위기입니다.
요즘은 자꾸 경제적인 문제로 남친과 싸우게 되고 결혼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크니까 차라리 결혼을 내년 봄으로 미룰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내년 봄으로 미룬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듯하고..
늦은 나이게 결혼을 하려니까 그렇지 않아도 걱정이 많은데
요즘은 남친과 다투기라도 하면 남친을 사랑하고 헤어지고 싶진
없지만 결혼을 생각하면 하루에도 몇번씩 잘하는건가 싶고
마음이 답답합니다.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