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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난 행복한걸까요?


BY 초보주부 2001-09-05

며칠이면 결혼 1주년을 맞게 되는 초보아짐마입니다.

결혼하자마자 남편회사가 어려워지고, 결국에는 올해 4개월치 월급과

세금 공제도 못받은상태로 관두게 되었지요.

노동부에서 밀린 월급에 대해 해결해준다던데, 결국 해결된건 아무것

도 없고 여기저기 다니고 신경쓰고 울 신랑과 동료직원들만 고생했습

니다.

전 친정에서 아무런 풍파없이 자라서그런지 법이면 다 되는줄 알았거

든요.

사장이란 자가 배짱부리니까 한푼도 못건지더군요.

그 사장이란 작자, 부친이 전직 고위직 장관이었다나.. 집은 엄청 잘

산다는데, 월급 줄 돈으로 벌금내고, 법정대리인 내세워서 시간만 질

질 끄는 품새가 허공에 날릴 돈은 있어도 고생했던 직원들 밀린 월급

줄 생각은 한푼어치도 없다는 꼴이더라구요.

다행이 저나 신랑이나 전문직이라서 밥굶을 걱정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간의 노력이 아무런 댓가도 없이,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도 듣지 못하고 물거품이 된다는건 너무나 억울합니다.

이나라 법이 왜 이모양입니까?

있는 자한테만 공정한 법인 모양입니다.

내가 속상해하면 자신은 잘못한것도 없으면서 미안해하고 움츠러드는

신랑이 안쓰럽구요..

예전에는 잘때 엎어가도 몰랐을만큼 깊게 잤다는 신랑, 결혼해서는

제가 조금만 꼼지락거려도 금새 잠에서 깰만큼 예민해지고 이도 뽀득

뽀득 갈고 잠도 깊은잠을 못잡니다.

곧 사무실을 차릴 예정(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사무실에 더부살이하는 거죠.. -_-;;)이라 더 걱정이 앞섭니다.

아직 형편이 안좋아 아이생각도 못하지만, 아이도 낳아야겠지요..

그래도 항상 밝은 웃음과 애교(?)를 잃지 않고 제앞에서 춤도 추고

'쑈쑈쑈'도 하는 신랑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천사같이 자는 모습도 이쁘고 장난치는 모습도 이쁘고 울 부모님한테

끔찍한 것도 이쁘고 .. 저보다 연상이지만 꼭 내새끼(-_-;)같이 대견

하고 이뻐죽겠습니다. ( -_-;; 좀 팔불출 같았나요..)

이번 제 생일엔 남편이 미역국도 끓여주고 새벽꽃시장에서

꽃파는 아줌마한테 애교부려서 싸게 샀다던 29인치 티비보다 더 큰 장

미꽃바구니도 안겨주고 예쁜 핸드백이랑 옷도 사주고..

심야영화도 보고 부페까지 먹었습니당.. -_-;;

양가의 부모님들께선 모두 떼먹혔다 생각하고 지금 하는 일에나 최선

을 다하는게 건강상 좋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포기가 쉽게 안되네요..

앞날에 대한 걱정도 태산이구요...

하지만 저를 끔찍히 사랑해주고 제가 끔찍히 사랑하는 신랑이 곁에

있으니 전 행복한거겠죠..

돈걱정만 안하면 전 정말 너무나 행복할텐데.. 으으으...

여하튼 주절주절 떠들고 나니 속시원하네요.

남편이 좋아하는 '뉴논스톱' 녹화 잘 되는지 가봐야 겠습니다.

다들 행복하고 걱정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