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인가 봅니다.
하늘만 봐도 눈물이 납니다.
어제 밤에 작은애를 재우려고 등에 업고 큰애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밤하늘을 쳐다 보니 왜그리 서러운 생각이 드는지....
혼자 훌쩍거리다 들어왔습니다.
아침에 밥을 먹는데 그 남자 그러더군요. 왜 금융기관 같은데 취직하지 않았느냐고(제가 상고를 나왔거든요).....
밥 먹다가 밥알이 목에 걸려 넘어 가질 않데요.
요즘 하는 일이 잘 안되서 경제 사정이 좋질 않습니다.
안그래도 스트레스 많이 받는데 이제는 드러내놓고 돈 벌어오길 바라네요. 저도 돈 벌고 싶습니다. 그치만 애들 어리고 막상 무얼할지도 고민이지만 지금 돈 벌러 가면 앞으로 제 평생 집에서 편히 쉴 날이 없을것 같아 가기 싫습니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몸과 마음을 제대로 편하게 해준적도 없으면서 이제는 돈까지 벌어오라고 등떠미는 그 남자가 너무도 싫습니다.
그 남자 성질이 고약하거든요. 남한테 잘하지만요.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죽하면 저희 시어머님께서 저한테 그러시데요.
그 남자랑 살아주는 것만 해도 고맙다고(저희 시어머님께서 좋으신 분이기는 해요)....
남들은 임신하면 신랑이 먹고 싶은거 없냐고 그런다던데, 그 남자 저 애둘낳을동안 겨우 복숭아 한번 사 준게 다예요.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해서 한 1년6개월 동안은 정말 매일 술이였죠.
그때 들어간 술값만해도 몇백은 될겁니다.
그래도 잔소릴 한번 제대로 못했습니다. 한마디하면 보란듯이 더 하거든요. 술 먹고 새벽2.3시에 들어와서 당당히 벨 누르고 들어옵니다
겨우 재워놓은 애들 다 깨우고 본인은 쿨쿨자죠.
무슨 일이 생기면 시댁은 돈이 없으니까 아예 생각 밖이고, 저보고 저희 친정에 가서 돈 좀 빌려오라거나 보증좀 서 달라고 해 보랍니다.
결혼한 딸이 친정가서 아쉬운 소리 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아시죠?
그 남자 늘 그럽니다.
자기가 잘못해도 내가 잘못한거고, 내가 잘못해도 내가 잘못한거랍니다. 무조건 제 잘못이란거죠.
지금껏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치만 앞으로 많이 남은 시간도 이렇게 살아야 될런지.....
자꾸 서러운 생각만 들고 이 남자랑은 정말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저희가 하는일이 배달이라 배달이 들어오면 돈 버는 거니까 즐겁게 생각하고 나가야 되는데 방금 집에 왔다고 귀찮다고 짜증내면서 나갑니다. 그러니, 들어오던 복도 달아나겠죠.
그런데 그 남자 저한테 그러데요.
저는 매사에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그래서 안된다고!
그럼 그런 적극적이고 돈 잘벌고 튼튼한 여자 만나지 왜 나 같은 사람한테 결혼 안하면 죽네 사네 했을까요?
요즘은 웃다가도 그 남자 얼굴만 보면 웃음이 사라집니다.
이렇게 남은 평생을 살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