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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 오늘 너무 속이 상하네요.


BY 블루... 2001-09-13


결혼하고 남편이 사업해야 된다고 해서
자기봉급은 구렁이알같이 저축 착착하더군요.
제 월급으로 생활하고,
사업준비한다고 1년정도 놀다가 사업시작하더군요.
또 한 1년 반 정도지나니 차를 바꿔야 된다하더군요.
무X라는 차로요. 그러면서 구렁이알같이 모으더군요.
집에 생활비는 아예 주지도 않고요.
제가 버니까.. 당연히 내가 버는 걸로 생활해야 되는줄 알더군요.
차두 사고 잔금도 중간중간에 갚고 해서 작년 연말에 다 갚았어요.

근데 시숙한테 보증서주더니 우리가 옴팍 덮어썼지요.
그건 제 퇴직금대출받아서 갚고요.
저는 월급에서 퇴직금대출갚으랴, 다른 것도 갚으랴, 내 마이너스통장에 마이너스 얼마 있다는 것도 남편은 압니다.
제 입 즐겁기 위해서 제 몸 편하기 위해서 돈 써 보질 못했습니다.

근데 남편은 자기 통장에 몇 백만원씩 돈을 착착 모으고 있더군요.
나는 빚갚으랴 헐떡거리는데 자기는 돈 쌓아놓고 있더군요.
그 돈을 아는 척 할 수가 없는거에요.
보여주지도 않는 남의 통장을 봤다고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아예 모른척하고 따지지 않았어요.

어젯밤에 잠이 안와서 이생각 저생각하다가는 이러면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현금카드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어쩌다 한 번씩 제가 10만원 단위로 돈을 타 쓰는데(월1회 정도)
돈 달라는 말이 잘 나오지가 않거든요.

제가 학교다닐 때도 엄마 아버지한테 돈달라는 소리를 못하고 컸거든요. 돈 없는 줄 뻔히 아니까 달라는 소리를 못하고 매일 차비 받는 몇 백원 모아서 필요한 것 쓸려고 학교까지 걸어다녔어요.
요즘 학생들은 어림없는 소리지만요.
용돈 받는 습관이 안되다 보니 남편한테도 생활비달라는 소리가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생활비 달라는 소리가 입이 안 떨어지니까 현금카드를 하나 달라고 했습니다.(이것도 큰 마음먹고 얘기한거에요)
남편 일언지하에 거절하더군요.
돈 필요할 때마다 달라고 해라 줄테니 대신 현금카드는 못 주겠다는군요.

아무 소리도 안하고 나왔습니다.
물론 현금카드 만들어주면 자기 돈 있는 거 나한테 발각되겠죠.
나 어려운 거 알면서 자기는 돈 모으고 살았다는 거 알게되겠죠.
그것 때문만일까요. 아님 내가 돈을 마구 빼가버릴까바 그러는 걸까요?
아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난 돌아가고 싶군요. 엄마, 아버지한테로요.
우리 엄마 아버지 맨날 고생해도 돈 모아 놓은 것 없고 생활하기 힘들어서 요즘 그물 미끼 끼운다고 하더군요.
눈도 안 보이는 양반들이 돋보기 끼고 그거 하루종일 하면 두 판합니다. 한 판에 4천원 받는다는군요. 한 달 꼬박해도 2십만원정도됩니다. 차라리 내가 버는 돈으로 부모님한테가서 그물 미끼 안끼우게 하며 살고 싶습니다. 맛있는 것 사드리고, 좋은 옷 사입혀가며..

지금 너무 속상하네요.
꼭 배신당한 기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