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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대니까, 정말...


BY 이제 더 이상... 2001-09-14

속이 터져서 하소연 한 마디 하려고 이 방 들어왔다가 그냥 간게 벌써 일년쯤...
여기 올라있는 사연들 읽다보면, 그래도 나는 살만하지, 나보다 더 속타는 사람들이 읽으면 가소롭지 하고는 그냥 가곤 했지요.
그런데 이제 더 이상 그렇게도 위로가 안 되네요.
아침부터 쪼꼬만한 일로 또 열이 받았는데, 이번 주 들어 계속 우울의 연속이라 이렇게 사소한 일에도 참을 수가 없네요.
아침에 시엄니가 집 앞에서 전화를 하셨대요.
아침상 차리던 중이라 남편이 나갔죠.
월요일 제사때 올렸던 바나나를 그렇게 가져다 주고 싶어하시더니 기어이 오셨나 했죠(그래도 하나도 안 이뿌다, 시엄니, 월요일에 열받는 사건이 있어서리).
그런데 꾸러미가 두개.
세상에, 월요일에 제사 지내고 남은 음식들이 다 들어 있는 것입니다.
제사 지내고 웬만한 음식들 작은 어머니 싸드리고, 우리 쪼깨 주시고 남는거 혼자 계신 시외삼촌 술안주로 쓰게 남겨 놓으시더만(우린 욕심도 안 냈던 팔뚝만한 도미며 문어등), 그걸 다 싸오신 겁니다.
정녕 우리를 생각해서 싸 오신 것일까 의심이 갑니다.
비닐 봉지를 푸는 순간, 외삼촌이 술 마시러 안 오셨나 보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인천서 혼자 사시는 마음좋은 우리 시누이, 참말 좋은 분이신거 저도 다 압니다.
하지만 시엄니 통해 다음주 화요일에 우리집에서 저녁 먹겠다고 통보해 옵니다.
우리하고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시댁에서 그렇게 "나 간다이"하면 며느리들은 허무 개그에서처럼 "네"하고 청소하고 음식해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거 저도 알지만, 그래도 열 받습니다.
친정에서 돈 빌려다 이사한거 뻔히 알면서, 근사하게 "꼭 다 갚아 드리고 늬 동생 결혼할때도 좋은 거 해줘라" 말해놓고, 당신 은행이자 계속 못 넣어 드린다 했다고 서운해 해서 우리 남편 마음 아프게 하던 시엄니.
울 시엄니, 우리남편이 결혼전에 벌어다 드린 월급, 한 푼 못 모으로 빚만 지고 사셨습니다.
결혼전에 현금 10만원 이상은 갖고 다닐 용기도 없던 어리숙하던 제가 결혼해서 똑같은 남편 월급으로 빚을 몇 백을 갚고, 또 조금 저금하고 시엄니 병간호에 병원비까지 보태 드리고 살았습니다.
스스로 어리버리한 거 알기에 못 할 줄 알았는데, 닥치니까 다 되긴 하더군요.
그래도 정말 속 터지더군요.
제가 무슨 돈 불리는데 재주가 있다고 믿는 것인지, 무슨 재주로 당신은 저축도 못하던 돈으로 남은 빚 갚고, 친정에서 꾼 돈 갚고, 동생 결혼때 좋은 거 해 주고, 당신 은행 빚 갚고, 저금하고, 살림하고 살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
시엄니가 아무리 잘해줘도 싫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