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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하늘!


BY 맹물 2001-09-27

전 28세 결혼2년차 주부입니다
뭐 시댁도움 하나없이 시작한것,때되면 돈갖다 바친것, 등등
다 이해했고 더이상 거론안하고 잘살고 있었습니다

아들셋중 차남인 울남편, 시숙 미혼이라 제가 큰며늘아닌 큰며늘이 돼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속상한건 울시엄니 저한테 참 모질고 얄밉게 대하셨습니다
딱히 꼬집어서 말은 못하겠지만 사사건건 절 힘들게 하셨죠
첨엔 집에 들어와서 시숙 밥해주라하길래 부랴부랴 분가를 주창했던 저입니다

얼마전 울시엄니 무릎수술 받으셨습니다
원인은 무릎물렁뼈가 약간 찢어져서 레이져로 잇는 수술이랍니다
저도 직장다니다 유산이란 슬픔을 겪고 제 몸 추스리려 현재는 집에 있습니다

수술날짜도 며칠전에 통보해 주셨고 중요한 스케쥴도 모두 접고 어머님께 달려갔습니다
수술당일날도 시아버님을 비롯하여 시댁식구들 얼굴한번 못봤습니다
수술실까지 제가 어머님을 모시고 들어갔고 어머님께 따뜻한 위로의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울시아버지 수술이 거의 끝날때쯤 오셔서 저한테 몇마디 물어보시고는
수술끝나고 병실로 옮기는거 보고 바로 집에 가셨습니다

수술후 가슴에 있는 가래를 제거하느라 토하다시피하는것 맨손으로 다 받았고요 비위약한 저도 같이 토했습니다
저도 같은 여자라 젊어서 고생하신 시어머님이 딱해보이더군요

저도 친정아버님이 중학교 2학년때 돌아가셔서 친정엄마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지요
그생각해서 시엄니께 잘하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한번도 안해본 시엄니 대소변도 받아냈구요 (정말 악으로 깡으로 했습니다 맨정신으론 절대 못하겠더군요)
일체 토해내신것 닦아드리고 몸도 이리저리 닦아드렸죠

제가 직장그만두고 쉰다는 이유로 시댁식구들은 아무도 안와보는 겁니다 전화해서 제가 있나없나만 확인하더군요
밤에도 있으라는 말에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병신같이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퇴근후 울신랑이 와서 울었습니다
그랬더니 시댁에 전화해서 교대해줄사람을 부르더군요
시숙이 여친이랑 왔습니다
울시모 제가 옆에 있을땐 쳐다도 안보더니 시숙오니까 반가워라 하시더군요

담날 아침일찍 갔습니다
씻겨드리고 대소변 받아들이고 식사 맛이 없다해서 반찬이랑 여러가지 필요한 생필품도 챙겨다 드렸습니다
방안에 있는 다른 환자분들이 울시모 수술은 간단한것이라 오늘까지만 계속있고 낼부턴 왔다갔다 개인일도 보라 하시더군요

동네아주머님들이 병문안을 오셨는데 울시모 제 흉만 늘어져라 보시는 겁니다
아이도 없는것이 살뺄려고 밥도 안먹는다고...
사실 당신 대소변 받고나면 밥먹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그리고 전 마른편에 속해서 오히려 살을 찌우려 하거늘...
더우기 웃기는건 저 혼자있을땐 대소변 받아내라 하시고는 제 신랑이 오면 목발짚고 화장실을 혼자 가시는 겁니다

오시는 아주머님들마다 저보고 시모 잘 병간해드리고 시댁에 왔다갔다하면서 시부,시숙께 밥,반찬,청소,빨래 해드리라 하네요
추석도 젊은게 다 하는 거라고 하시구요

일주일 병간을 하고 나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넘 힘이 듭니다
울시모 큰병도 아니면서 엄청시리 아파하십니다
시부는 얼굴한번 안비치시고...

제가요 고맙다는 말 들을려고 이러는것 아닙니다
며늘이니까 자식이니까 울친정부모 생각해서 하는겁니다
시댁이랑 사이가 좋았던것도 아닌데 좋은맘으로 하는겁니다
병문안 오시는분들마다 제 염장을 지르는 것도 모잘라 시모까지 절 못잡아 먹어서 안달입니다

울신랑이 그러대요
집에서 쉬라고... 제가 넘 불쌍하다고 하네요
이런것 시킬려고 결혼한게 아닌데 정말 미안하다구요
그래서 오늘은 아무생각 안하고 집안을좀 하려구요
일주일 집을 비우다시피 하니까 집이 엉망이네요

그런데 일이 손에 안잡혀서 이렇게 아컴에 들어왔습니다
정말 가슴이 미어질것 같고 속에서 불덩이가 솟아 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땅의 며늘들은 왜 이렇게 힘들어도 속상해도 참고 살아야 하나요
남편하나 잘해주느 것 같고는 제 맘이 풀어지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