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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싫어


BY 꿈 2001-10-04

어릴 때부터 명절에 질린 나. 우리 아버지 맏아들. 삼촌들 다섯손가락

으로 꼽을 만큼 많지만 숙모들 일하나 안했다. 엄마 고생하는거 안쓰

러워서 딸부잣집 우리딸들 죽으라고 일했다. 엄마가 시켰으면 안했을

지도 모르지. 할아버지 할머니 생전에 생신음식. 엄마랑 손녀인 우리

들이 다했다. 숙모들? 앞치마 입고 왔다 갔다하는것도 감지덕지.

게다가 어린 사촌 동생들은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었고. 울 엄마.

맏며느리된 죄라고 그런 숙모들 야단도 안쳤다. 멀리서 오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오랜만에 식구들 모였는데 큰소리나는거 싫다고.

할아버지, 할머니 돌아가시고 나니 우리 부모님 50대 중반 훌쩍 넘어

병만 남았고 이제는 70세. 그러는 사이 우리 딸들도 모두 시집갔다.

나? 명절이라든가 큰일때 먹는 음식 입에 안댄다. 특히 명절 음식.

지금도 음식하고 설겆이는 하지만 먹는것은 밥. 나물뿐. 싫다.

어린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는다.

결혼하고나니 시어머니의 잔소리. 잔소리.

없는 친척에 음식은 왜 그리 많이 하고 잔소리는 얼마나 많던지.

도저히 그 비위를 맞출수가 없었다. 이렇게 하면 저게 나쁘고, 저렇게

하면 이게 나쁘고.... 들며 날며 잔소리. 정말 지칠대로 지치고 명절

다가오기 며칠전부터 기분이 나쁘고 머리가 아팠다. 난 맏며느리도

아니었다. 물론 맏며느리는 떡 주무르듯이 했었다. 그렇게 보낸 명절

이 10여 년이 넘어가고...

이젠 그말도 옛말이 되어버렸다. 어머님 돌아가시고 처음 맞이했던

추석. 너무나 부담없었다. 이럴수가. 내 복에 이런 한가한 명절이...

난 친척이 많아서 명절에 친정가는것도 사실은 별로 좋지 않아했었다.

그동안 참고 또 참았던 생활. 다시는 그런 삶을 살수 없을 것 같다.

이제 모두 옛일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