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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포기 하고 싶은 여자


BY 시로시로 2001-10-04

며칠동안 고민을 했더니 편두통이 다 생기는군요.

당신에게도 미안하고
아버님께도 죄송스럽고,

사실, 성별 결정은 남성이 가진 Y염색체가 하는 일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모든 죄가 며느리에게 있죠

가족들이 모두 후회 하고 있을거예요.
며느리 잘못 들였다고..

이제는 좀 마음 편하게 사나보나 했는데
나의 짧았던 며칠 간의 행복은 당신과 결혼 해서 처음 가져본 것이었죠.
오래 가지 않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결혼해서 당신은 늘 시댁에 들어가 살자고 하고
술과 친구들 속에서 방황하고
어머니는 늘 나의 행동을 못마땅해 하고 15년을 아들 낳으라고 성화 이시고
전화로 닥달 하시고,

어느날엔 가는 이러다가 내가 정신병원에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강한 마음을
가지고 성격을 바꾸려고 많이 노력도 했어요.
어디를 가나 어머니 얼굴이 떠나지 않았죠.

물론 나도 잘한건 없겠지만 나도 우리집에서는 사랑받던 딸이었지요

받아들여야 겠지요.
내 행복의 몫이 이정도의 것이란 것을...

하지만, 앞으로 10년 후에는 내 행복은 내가 결정하면서 살겠어요.

?督킵?후회하지 말고 대 이을 아들을 얻어서 어머니께 드리세요.
꼭 나를 통해서 아들을 얻을 필요는 없지요.
나는 딸 둘만 잘 키우고 싶어요. 지금으로서는 능력이 안되요.

내가 평생을 살면서 원망을 듣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 보다
당신과 부모님을 위해서는 이 방법이 더 나을 것이라는 것이 내 진심이예요.
그냥 내뱉는 소리가 아니라 며칠 동안 고민하다 얻은 결론이예요.

사람은 생각대로 된다더니 당신과 결혼하면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었는데
결국은 이런 일로 내가 당신과 부모님과 조상에 죄인이 되어 버렸군요.

사람들은 사는 방법이 참 다르죠.
당신은 효자이니 표현은 하지 않지만 나보다 몇배 더 괴롭겠지요

더 늦기 전에 당신의 생각을 결정 하세요.
당신의 결정에 원망하거나 트집을 잡을 생각은 없어요.
당신도 나와 결혼 생활이 그리 즐겁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 알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는 정말 미안 하지만
나도 사랑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서 생각과는 달리 다른 방향으로
당신을 대하다보니 나쁜사람이 되어 버렸네요
정말 미안해요.

당신이 원하는 아들을 낳아 주지 못했으니 나는 사실 아무런 할말이
없는 사람이예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버렸군요.

사실, 나는 왜 대를 이으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왜 무조건 부모 말씀에 순종을 해야 하는 건지

여자는 왜 평생을 남자의 집안에 헌신하고 희생을 해야하는 건지
이해 할 수 없어요.

나의 나머지 30 여년을 다시 애 낳고 키우고 하는 것보다 뭔가 나를 필요로
하는 일에 쓰여지고 싶어요.

알 수 없는 불안과 흔들리는 정체성에 내 삶을 다시 정리 하고 싶어요
당신에게 미안해요
나를 용서 해요.

쓰다보니 눈물이 쏟아지는 군요
당신을 낳아주신 어머니 이니 사랑 해야 겠지만
늘 나를 힘들게만 하시니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랑을 원한다면
나 또한 힘이 들기만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