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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후기


BY 막내 2001-10-06

추석 잘 보내셨는지요?
임신 8개월째 몸으로 시가 가서 열심히 지지고 볶고....(신랑이랑 같이)
힘들더구만요
큰동서가 가게 하거든요.
그래서 추석당일 저녁에 왔는데....
저 하나도 안 서운하더이다.
장사하는게 쉬운일이 아니기에 .... 우리형님도 얼마나 쉬고 싶겠어요? 다행이 우리는 큰집이 아니어서 차례는 안 지내죠. 그래도 우리식구 먹는거니까 전이며 고기며 ..... 끼니때마다 상차리는게 일이죠.
모든 맘들이 그렇겠지만 명절때 일하는것보다는 서로간의 신경전이 더 힘들거라 생각합니다.
눈 딱감고 2.3일만 고생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누가 많이 했니 똑같이 안했니....
친정엔 언제 가느냐 ......
저 또한 그랬답니다.
배가 불러서 힘든데 전 부치고 허드렛일 다해도 우리아버님 당신 아들이 일 다했답니다. 사실 신랑이 잘 하거든요.
고기 삶을때 우리는 밖에서 솥에 불지펴서 삶습니다.
가스불에 삶으면 맛이 없다나?
밖에 일은 모두 우리신랑 차지지요. 덕분에 일거리 하나는 덜었지만..
솔직이 기분은 나쁘더군요 나도 차라리 그런 큼직큼직한 일이나하면
표도 나고 마음도 훨씬 가벼울테니까요.
이건 신경만 쓰고 해도 맛이있니없니... 아휴 지겨워
먹는거에 얼마나 목숨거는지...
그리고 추석당일 친정가는것도 아니고 항상 다음날 점심먹고 오후 느즈막 친정 갑니다. 우리형님은 시집와서 친정에 못 갔답니다.
시누가 온다고... 지금은 형님 부모님이 다 돌아가셔서 가도 올케가 있으니 안 편하다고 안가십니다.
당연히 저도 당일 못갑니다. 우리 시부모님 가라고 안하십니다.
당신 딸들은 당일 저녁에 와서 하루 자고가는데도....
그 다음날 가는데도 아버님 `애기 몸도 그런데 하루 더 쉬다가지 그러냐~` 하십니다. 순간 열이 확~~~~~~
그래도 나 위해서 그러셨겠지 생각하고 싶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제가 시집이 편하겠어요? 친정이편하겠어요?~
하고 싶지만 살아 오신 세월이 그려려니 하고 웃고 맙니다.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하거든요
그렇게 3박 4일동안의 시가 생활을 뒤로하고 친정에서 하루자고 집으로 돌아왔지요.
돌아오는 차안에서 우리신랑 시골집을 새로 지을거라고 얘기하더군요
형제끼리 쑥덕쑥덕하더니 집 얘기를 했나봅니다.
5천만원 정도 드는데 큰시누가 2천 내고 나머지는 3형제가 똑같이 부담하기로 했다고 그리고 시누가낸 2천은 천천히 갚자고....
그리고 나중에 처분해서 형편어려운 누나들 조금 주고 나머지는 똑같이 가르자고.... 그렇게 얘기를 했다는군요.
사실 시골집 결혼할때 형이 우리신랑 앞으로 해준다고 했거든요.
저요 그집 바라지도 않습니다.
더이상 돈만이라도 안 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결혼할때 해준거 뭐있다고....
정말 눈이 확 돌아갈뻔 했습니다. 매달 생활비로 드리는 20만원도 아까워 죽겠는데.... 그돈 모았으면 천만원도 더 될겁니다.
집도 그럭저럭 괜찮은데.... 이유는 두분이 혈압이 높으셔서 겨울되면
실내외 온도차가 심하니까 양옥으로 짓는다는군요
`차라리 집 팔고 근처 빌라나 아파트로 옳기면 부담이 덜 될텐데....`
그러니 아버님이 아파트는 싫다고 하셨답니다
늙으면 자식이 하자는데로 하지... 하나같이 효자아들둬서 복도 많지..
여러가지로 친정하고 비교되니 그또한 마음이 지옥이더군요
애구 또 속상하네....
어쨌든 명절이 지나가니 속이 시원합니다.
가게부에는 벌써 빨간색이지만.....
이번 추석을 지내면서 한가지 얻은게 있다면 마음이 조금은 너그러워 졌다고나 할까?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닌데 몇년전에는 마음의 갈등이 왜그리 많았는지 앞으로 또 몇년후면 한강? 그다음은 태평양?//
동서간에는 서로의 입장이 있는지라 얘기하면서 많이 이해하게 됐고
시부모님은 내가 친정엄마 한테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만큼 우리신랑도 그러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내가 요구할게 있으면 당당히 요구하고 마음속으로 이런경우 저런경우를 비교해가면서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
사실 일어나지도 않은일을 미리걱정해서 많이 속상했거든요.
이제는 닥치는 데로 살기로 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상처받지 맙시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