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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신고 벽타기


BY 선인장 2001-10-06

저는 시어머님, 남편, 갓 백일된 아들이 있습니다. 제가 남편보다 시어머님을 먼저 밝히는 것은 우리 집안은 우선 어머님을 중심으로 모든게 돌아가기에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어요.

시집올때만 해도-누군가 얘기했죠. 홀시어머님 모시니 구두 신고 벽을 탄다고요, 그래도 전 제맘이 어머님 맘일꺼라 생각하며 살면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넘 힘드는군요.

어머님은 오남매를 일찌기 혼자 되셔서 노동을 하시며 키우셨어요.
그래서 남들에게는 넉넉하고 착하신 분으로 비춰지실줄 몰라도 특히 우리 부부에게는 맞이라서 그런지 작은 일에도 오해하시고 노여워하시고 별일아닌 것에 출근하는 아침에 고래고래 소리치시고 욕하고 그러십니다.

지금 제 아이를 키워주셔서 왠만하면 참고 살고 싶습니다. 남한테 맡기는 것보담 친손주니 오죽 이뻐하시겠습니까!

하지만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시네요. 가난한게 얼마나 슬픈지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방이 두개인데 신혼때는 남편의 공부방에서 둘이 지냈는데 애가 태어나면서 우리가 안방으로 옮겼습니다. 어제는 안방에서 TV를 보시며 늦게까지 주무시러 가시지 않는겁니다.

항상 제가 퇴근하면 아이를 보고 어머님은 마실을 다니십니다. 어제도 마실갔다가 늦은 열한시에 오셔서 이상한 드라마-며느리-라는 법정드라마를 보시며 자신의 신세가 생각나는지 남편이 늦었는데 주무시지 않느냐는 말씀에 역정을 내며 정말 제가 들어도 심할 정도의 쌍욕을 하시더군요.

그리고 내가 더러워서 당장 내일 TV를 사신다고 나가시더군요. 정말 저는 어제 남편이 무척이나 불쌍했습니다. 오남매 중에 그나마 제일 착하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길들여진 남편인데 정말 너무 주변에서 힘들게 해서 기가 죽어있는거 같습니다.

덩달아 저와도 자주 싸우게 되어 어떨때는 둘이 이혼직전까지 가기도 합니다.

저는 어머님이 워낙 거친 세계에서 혼자 사시니까 순수하셔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참고 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정이 떨어집니다.

저 시집오기전까지 누구와 싸움한번 안해본 성격입니다. 하지만 어머님의 오해를 풀어드리려다 서로 목소리 높이며 싸우기도 했습니다.

어머님은 곧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하시고 저를 못된며느리로 내몰기가 일쑤입니다. 그래도 같이 목욕도 하며 등도 밀어드리고 저는 하니라 합니다.-남편과 애를 생각해서죠-

하지만 정말 지금은 결단을 내려야할거 같아요. 정말 제아이가 자라서 할머니한테 사소한 일로 욕을 먹는 모습을 보이기가 겁납니다.

하지만 분가한다고 하면 주변의 친척들은 남편을 불효자라고 매도할거 같습니다.

정말 아이를 보면 너무 행복한데 왜 결혼을 했을까 하는 슬픈 후회가 생기는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