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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게임과 더 많이 노는 남편...


BY graymoon 2001-10-07

결혼 10년째 주부입니다.

저는 자영업을 하고있습니다.
남편은 회사원입니다.
제 퇴근시간이 더 늦기때문에 문닫을 때 거의 매일 가게로 나오곤 했습니다.
집이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괜찮다고 해도 늘 나왔습니다.

지난 2월부터 집에 초고속 인터넷선을 깔았습니다.
남편은 온라인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많이 하지도 않고, 그저 새벽 1~2시 정도까지만 합니다.
저는 혼자 퇴근하기 시작했고 남편과의 대화는 거의 줄었습니다.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섭섭한 기분이 듭니다.

저도 게임을 배워봤습니다.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인터넷 동호회에도 들어봤습니다. 그것도 섭섭한 기분을 없애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재미를 붙여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남편은 온라인 게임상의 친구도 사귀고.. 어제는 첨으로 번개도 나가더군요...
술도 안하고 여자관계도 없고 깔끔한 사람입니다.
오히려 평소 친구가 별로 없어서 온라인 친구가 생긴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뭔가 소외된 느낌이 들어서 어젯밤에는 제 기분에 대해 살살 말을 꺼내봤습니다.
제게 말도 안하고 번개 나갔다가 밤 한 시가 다 되어서 들어왔길래...
평소 제가 느낀 섭섭한 기분을 말해보았습니다. (절대로 소리 안질렀습니다.)

그랬더니... 저보구... 정신이 이상하다는군요... 상담좀 받아보라구..
물론 홧김에 한 얘기라(저는 화 안냈구요..^^;;) 과장된 표현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저는 단지 제 기분을 알아줬으면 하고 얘길 꺼냈는데 면전에서 그런 대답을 들으니 제 성격에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남편말대로 `술먹고 말썽부리고 여자문제 일으킨 것도 아닌 데' 사소한 걸로 신경을 쓰고 있으니 제 자신이 무지 한심스럽고 창피합니다.
괜히 얘기했다는 생각도 들고... 말 할 시기를 잘못 골랐다는 후회도 듭니다.

제가 워낙 남하고 잘 어울리거나 친구를 만들지 못하는 성격이라 어디다 여쭤볼 데가 없네요...
남편은 `넌 원래 그런 성격이니까 그냥 참고살어. 얘기하면 짜증나니까 나한테 말하지 말라구.'라는데....
속이 좀 상하거든요... 남들이 권장하는 대화도 이렇게 막혀버리니...
그냥 지금처럼 섭섭한 것을 그냥 참고 살까요?
(저도 취미를 만들어서 각자 노는 쪽으로...)
아님 제가 좀 이상한 성격인 것이 맞는 건가요?
(제 성격에 문제가 있다면 고치도록 노력해야죠..)
그것도 아님 남편이 뭐라고 하든 꾸준히 제 마음을 표현해야 하나요?
(가시돋친 비난이 날아오곤 하지만요...)

이시간까지(하늘이 밝아오네요.)... 고민하다 글을 올려봅니다...
너무나도 사소하고 한심스럽지만... 간단한 조언이라도 듣고싶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저도, 남편도 편안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