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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남편


BY 친구 2001-10-07

외국으로 떨어져 있어서
결혼 후에 얼굴도 못보고 전화나 인터넷으로만 연락을 하는 친구가 있어요.
결혼한지 십년 가까이 되었구요.

작년에 친구가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 속상해 한 적이 있어요.
난 그 친구의 남편을 사진으로만 보았었는데 잘 생기긴 했더라구요.
나중에 친구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느데
알고 보니 별일이 아니였다구 하고
남편도 자기가 그런 오해를 살만한 일을 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앞으로는 주의를 하겠다고 했대요.

드디어 몇년만에 이번 추석직후에
친구들 부부동반으로 모일 수 있었어요.
우리 남편만 마침 일이 있어서 못 나갔구요.
다섯쌍쯤 모였었는데,
그 친구 남편한테 전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친구가 나한테만 말을 했어요.
친구 남편도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고.

그런데 이 친구 남편의 눈빛이 좀 이상하던거 있죠.
저녁을 먹을 때 둥글게 앉다 보니
친구 남편 오른쪽에 내가 앉게 되었는데
살짝 살짝 팔이나 손을 부딪치기도 하구요.

나중에 자리를 옮길 때 난 조금 일찍 나오려고 하고 있는데
다들 서서 옷도 챙기고 왔다갔다 하는 순간에
내 어깨에 팔을 두르더라구요.
난 조금 빨리 앞으로 걸어가서 얼른 빠져 나왔어요.

그리고는 모두에게 인사하고 먼저 왔죠.


친구 남편이 외국 생활을 많이 해서 그러는 건가 하고도 생각해보았는데,
아닌 것 같기도 했구요.
그리고 외국에서는 당연한 것인지 몰라도
전에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는 말도 들은 처지라
내 느낌은 자연스럽지가 않더라구요.
물론 나는 앞으로 이 남자와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지만
(혹시 여럿이 모이는 자리가 또 생기면 만날 수도 있겠지만)
이 남자가 다른 여자들 한테도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나는 이 일을 친구에게 말하느냐 마느냐로 고민에 빠졌어요.
친구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보았으면
말하기가 쉬웠을 텐데, 그 상대가 나니까 뭐라고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나야 떳떳하니까
다른 친구들이 이 모습을 보고서, 그 친구에게 말을 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보았는데
친구 남편이 전에 했던 일을 모르는 친구들은 봤다고 한들 그다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을 정도의 행동이였구요.

친구에게 무슨 말이든 하는 것이 잘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