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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멀어진다는것...이것이 시작인가요?


BY 점 2001-10-09

결혼한지 2년하고도 반째군요.
봄엔 아기도 태어나 이제 6개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신랑과 저는 회사에서 만났습니다.
참....사랑했죠.
그 사람은 회사에서 성실하고 능력도있다고 인정받죠.
저도 뭐...그런대로 괜찮은 실력이고....

결혼할때 그의 집의 어려운 형편으로 맘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저희 친정은 살만하죠.
눈물도 많이 흘리고....흠
다들 그렇듯 사연많게 결혼했죠.
결과적으로 제 맘엔 많은 앙금이 남아있습니다.
시부모에 대해선 너무 많다싶을 정도로요....

하지만 신랑이 가정적이고 해서... 맞벌이하느라 아기키우느라 눈코뜰새 없지만 다행히 저희 자체만으론 아무걱정없는 생활을 할수있습니다.

하지만 신랑은 욕심이 생기나 봅니다.
자신의 더욱 개발하고싶고 공부하고 싶은...그런...
사실 회사에서 아주 높은분까지 저희 신랑을 인정해 줍니다.
눈에보이는 몇가지 단점 빼구는요.
그 분은 신랑에게 그 점만 보완하면 외국에 지사로 보내줄것을
넌지시 얘기합니다.
저에게도 왜 신랑을 키워주지 않냐 합니다.
회사 생활이라는거 영원할수는 없는거 압니다.
저도 신랑에게 미래를 대비하라고 애기하곤 합니다.

반면 전 저녁엔 아기를 찾아야하는 시간을 지키기위해 정신없이 뜁니다.
시간당 돈을 더 지불해야 하니까...자연적 회사에서의 제 성취감?...그런건 엉망입니다.
예전엔 저도 안그랬는데....그것도 은근히 스트레스입니다.
더 잘할수있는데....하는 아쉬움이요.
.....

방법은 있습니다.
공부하러 가는거지요.
친정에서 보태줘서 기반을 닦고 만삭까지 회사를 다니고 아기를 남에게 맡기며 정신없이 2년을 살아 모은 돈을 톡톡 털어서.....
살아가는데 그런 도전도 필요한거 압니다.
제 소심함도 알구요.
신랑은 제 탓을 합니다.
그렇게 살면 맨날 그 모양이라구요.
결국 전 하면 안될말까지 했습니다.

그는 저에게 같이 공부하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불가능하다는걸 왜 모를까요?
전 그가 다 알면서도 그런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그는 내심 제가 뒤에서 보좌를 해주기를 바라는게 아닐까?..그를 의심하게 됩니다.
경제적인 부분과 아기 육아...모든것...
왜냐면 모아놓은 돈을 다 떨어도 그가 바라는 공부를 하려면
그의 학비정도밖에 안됩니다.
그는 아르바이트하면 된답니다.
도대체 뭐가 진심일까요?

막상 그렇게 말하면서...현실적인 문제들을 제기하는 저를 인생의 방해꾼 취급을 하면서...그는 아무 대책은 안세웁니다.
대충 학비가 얼마나들고 생활비는 어떻고 도대체 뭘 공부하고...하는 것들은 하나도 알아보지 않습니다.
그저 뜨자고만 합니다.
그러니 제가 어떻게 대뜸 찬성하냐고...뭐가 비젼을 제시하라니 제게 자기를 부하직원 다루듯 보고서라도 내야하냐고 더 화를 냅니다.

사실 결혼전부터 그는 가고싶어했습니다.
그의 옛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는 공부하러 떠났지만 그는 형편상 가지못했습니다.
전 그 이야길 했습니다.
그렇게 도전정신이 강하면 그때 갔어야지 왜 이제서야 그러냐고...
나를 믿고 그러는거 아니냐고....
우리 친정에 은근히 기대하던 너희 부모랑 이제보니 똑같다고....
그 부모에 그 아들이라고...말해 버렸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부분...그런 면이 사실이 될까 전 두렵습니다.

며칠을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신랑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인가요?
이상하게 전 신랑이 잘되고 신랑이 공부해서 점점 커가는것이 제 성공이라고 생각되지 않네요.
오히려 그게 저의 희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면 전 억울하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전 제 나름대로 성공하고 싶습니다.
물론 아직 아기가 어리니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그냥 어영부영이라도 회사나 다녀야 겠지요.
하지만 미래엔...뭔가를 꿈꿉니다.
그게 부잣집 사모님은 아닙니다.
그걸 바란다면 처음부터 그런 조건을 골랐겠지만 전 그런건 오히려 싫었죠.
왜냐면 제가 동등할수없으니까....
은근히 전 신랑이 미래에 제꿈에 부합해주길 기대하나 봅니다.
같은 분야이니까요....

신랑에겐 이런 얘기는 안했습니다.
신랑과 그런일이 있고나니 점점 제가 바라는건 공부를 더 하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주 여유가 많다면 저도 하고싶지만 전 현실의 범위안에서 꿈을꾸고 싶다는게 다르다면 다르겠죠.

많은 생각이 듭니다.
정말 제가 신랑의 꿈을 미리부터 꺾는 방해자는 되기싫습니다.
그렇다고 저도 가서 같이 공부하며 아기를 보며...그렇게 치열하게 고생하며 살자신은 더더욱 없습니다.
여기서 회사다니고 아기키우며 혼자가있는 신랑이 성공할날만 기다리는건 그 중 제일 싫구요.

제가 보기엔 그가 아주 용기 없는 사람입니다.
정말 자기도 자신이 있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유학정보를 알아보겠죠.
그것도 아니고...
마치 저에게 길을 열어달라는것 같아 비겁해 보입니다.
한편으론 실망스럽고...

대화를 해보고 싶지만 저의 이런 생각이 자기에겐 방해로밖에 안보이는지 싸움밖엔 안됩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를 무조건 막고싶은건 절대 아닙니다.
제 인생이 중요하듯 그의 인생도 중요하고...
제가 짚고 넘어가고 싶은건 단지 아기에 대한 책임...입니다.
현실에선 어떤일들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저희는 또 고생한다지만 아기는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은 제맘...아시나요?

어떻해야 할까요...
얼마안되는 돈을 쪼개서 신랑이라도 보낼까?
같이간다는 생각은 갈수록 작아집니다.
그렇다고 혼자벌어 생계를 책임지기도 싫고 그래봐야 혼자벌면 아기맡기고 생활비도 안됩니다.
....그를 다안다고 생각하고 참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두렵습니다.
자꾸 저랑 아기를 '우리'라고 생각하게되는 제 자신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