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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 예민 한건가요?


BY 바람 2001-10-09

전 지금 결혼하지 2년 5개월 정도 되었어요.
결혼전 대학교서무직에 다니다가 결혼후 첫째를 낳고 짤렸죠.
아줌마는 싫다고 하더군요.
제가 3월5일날 애 낳으러 병원 들어갔는데 3월4일까지 악착같이 출근했는데, 애낳고 몸조리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더군요.
학교 짤렸으니 나오지 마라고.
그때 참 우울했죠.

근데, 지금 우리 첫째가 19개월인 지금 또 우울하답니다.
첫째가 19개월인데 배속에 9개월 애기가 꿈틀거리고 있답니다.
첫째와 둘째 아이를 모두 준비 없는 상태에서 가지게 되어 그런것 같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었다면 지금같이 힘들진 않았을텐데...
오늘은 비가 와서 인지 많이 우울하네요.
괜히 멀쩡한 신랑이 미워지니...
제 투정 좀 받아 주실래요?

전 임신후 남편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은데 우리 남편 영 냉정하네요.
시간이 가면 배부르고 애 잘낳고 잘 키우고 하니, 그냥 그러려니 하는것 같아요.
이제 9개월이 지나고 나니 행동하는것도 어설프고 뒤뚱뒤뚱 힘든데 우리 남편 집에 오면 손도 꼼짝 안 하네요
추석때도 조금 늦장 부려서 시집에 가고 싶었지만 당연히 토요일 퇴근 땡 하자 마자 짐 싸서 바로 시집에 내려가서 추석 다음날까지 쉴틈없이 일했답니다.
적당히 눈치 봐서 빼 줄수도 있으련만, 그렇게 과묵한 성격이죠.

우리 남편 6남매 중에 막내거든요.
위로 누나가 네명이 챙겨줬으니 오죽 잘 챙겨 줬을까요?
지난달에는 시어머니 생신이 있었죠.
그래도 우리집은 시집에서 1시간 거리로 제일 가까운 편이거든요.
당연히 나 혼자서 시어머니 생신을 준비해야 할 분위기라 제가 밖에서 밥먹으면 안되냐고 했더니, 죽어도 시골시집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날도 신랑출근후 퇴근하기 전까지 집에서 전부치고 고기 재우고 이것 저것 음식 준비해서 시집에 들어가서 생일상 차려드리고 나왔죠.
근데 제 불만은 그렇게 일하는게 싫은것 보다는, 우리신랑 이런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는겁니다.
빗말이라도 몸도 무거운데 고생많았다고 따스하고, 배려깊은 말 한마디 해주면 좋으련만...

19개월 짜리 첫째놈이 요즘 얼마나 말을 안듣고 저지래가 심한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답니다.
요즘 오줌 가린다고 시도 때도 없이 빨래 하고, 청소며, 설겆이며, 밥이며 해 댄다고 나름대로 힘든데 우리 신랑은 그냥 그러려니 해요.
얼마전 밤에 가진통을 앓아서 밤새 울며 버텼는데, 그럴때면 혼자서 너무 속상하고 서글픈거예요.
옆에서 코골며 잘 자는 신랑은 왜 그리 미운지.

이번이 마지막이라 싶어 산후 조리원에 들어가서 몸조리 좀 할려고 했는데...
친정엄마는 관절염이라 첫째랑 둘째랑 나 산후조리 해주기가 벅차서요...
처음에는 그러라고 하더군요...
근데, 누나인데 전화가 온거예요.
우리 시누 정말 좋거든요. 나인데도 잘해주고...
누나는 생각해서 그러셨겠지만. 애낳고 누나집에 와서 산후조리 하라고 하더군요. 첫째랑 둘째 다 데리고 오라고...
후후...누나집에는 고등학교와 중학교 다니는 아들 둘 있답니다.
물론 고맙죠. 하지만 거기 누워 있으면 제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누나집은 늘 사람이 모이는 집이라 늘 시누들이 수시로 들락날락 거리는데...
우리 신랑 얼씨구 돈 아껴서 좋다며 그렇게 하자고 하는거예요.
내가 좀 그렇다고 했더니...나더러 이해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첫째 낳고도 전 산후풍으로 고생 엄청했거든요. 그걸 아는 신랑이 그러니...더 미워요...
정말 내가 예민한건지...

그리고, 우리 신랑 요즘 해산일이 다가 올수록 나 애 낳는 걱정보다. 자기 혼자서 어떻게 밥해먹고 다림질에 아침에 일어날지 그 걱정만 하는거예요. 빗말이라도 너 걱정된다는 말보다는 난 이제 죽었다 어떻게 사노? 그러는 거예요.
어제는 나 신경이 점점 예민해지고 첫째 보기가 힘들다며 첫째를 친정에 좀 맡겨 놓으면 안되겠냐교 했더니, 짜증을 내더군요...
나 정말 힘든데....우리 신랑은 왜 그걸 몰라주죠...
나 조금만 도와주고 생각해주면 좋을건데, 내가 너무 큰 욕심을 내는걸까요?
나 지금 투정도 많이 하고 싶고 사랑도 많이 받고 싶고 관심도 받고 싶은데, 둘째는 정말 나혼자 낳는건가 싶어요...
혼자 빨래 널다 몸이 둔해서 뒤로 자빠져도, 우리 신랑 좀 조심하지 그러고는 끝이예요......넓은 거실을 숨 가뿌게 닦고 있어도 누워서 텔레비젼만 열심히 보고 와이셔츠를 열장 넘게 다리면서 허리 두들겨도 시선 한번 안주네요.

오늘 비가 오긴 오는가봐요.
그냥 아무렇지도 않던일들이 갑자기 이렇게 서러워 지는걸 보면...
우리 첫째가 이제야 낮잠아닌 밤잠을 자서 겨우 혼자 시간을 가져 봤네요. 이렇게 하소연 하고 나니 한결낫네요.
다들 나같이 사는 거겠죠?
여러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