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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식사 문제로 고민합니다. 제발 조언 좀~


BY 노노레타 2001-10-11

맨날 눈팅만 하다가 조리있는 답변 해주시는 님들 보며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글올립니다.
친정 아버지도 장남이 아니라 노인을 직접 모신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구 딸내미 사정 이렇게 어렵다고는 생각지도 못하시는 친정 엄마께 조언 구하기도 쉽지 않구요.

우리 부부는 83세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요.
시어머니는 4년전부터 치매를 앓기 시작해서 점점 더 심해지시고 있어요.
그래도 다른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서 걸어다니시고, 식사를 차려 드리면 혼자서도 한 그릇을 다 드셨기 때문에 기저귀 갈아드리는 거랑 목욕 시켜드리는거 외에는 별다른 수고가 없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시어머니가 7월 중순경에 엉덩방아를 ?으시면서 고관절이 부러져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을 하시게 됐어요.
수술할 때도 연세가 있어서 전신마취를 해야하기 때문에 마취에서 안깨나서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며 병원에서 자필 각서까지 받을 정도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마취에서 잘 깨어나서 퇴원을 했답니다.
그이후로는 모든 것을 우리 부부의 손이 없으면 해결이 안되요.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하시고, 앉지도 못하시고, 걷지도 못하시고, 눕지도 않으시고, 숟가락질도 않으세요.
표현이 좀 그렇긴 하지만 혼수상태에만 빠지지 않은 식물인간 같은 상태예요.
하지만 다른 어려움은 다 제쳐두고, 제가 조언을 얻고 싶은 부분은 어머니의 식사 문제때문입니다.
수술전에는 혼자서도 꼭꼭 밥 한 그릇을 다 드셨는데 수술후부터는 숟가락질도 할줄 모를뿐만 아니라 음식물을 도통 넘기지를 못하세요.
어떤때는 물도 잘 못삼켜요.
그래서 수술한지 세달이 넘었는데 매일이 어머니 밥 먹이는 일로 스트레서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한 숟갈 먹여놓으면 30분을 씹고 있고, 그것도 끝내는 잘 넘기지 못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이곳저곳에 뱉어 버리니 얼마나 지저분한지 몰라요.
그렇게 못드시니 오전 11시에 부터 밥을 먹이기 시작하면 하루 두끼 먹이는 것이 새벽 2시나 돼야 끝이나 겨우 잠자리에 들 수 있을 정도예요.
매일이 어머니 밥 먹이는 일과의 전쟁인 것이죠.
그렇게하도 해서 좀 드시면 다행인데 하루 섭취량이 겨우 밥 공기 1/3 정도이니 어머니 몰골도 말이 아니에요.
입맛이 없어서 그러신가 보다 하고 하루는 새우를 갈아서 죽도 쑤어보고, 참기름으로 비벼도 드려보고, 흰살생선죽도 끓여보고, 볶아도 드려보고...암튼 제가 할 수 있는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해 봤어요.
하도 식사를 안하셔서 달래도 보고, 얼르도 보고 때론 협박도 해보지만 아무 생각이 없는지 눈만 껌뻑껌뻑, 입은 앙 다물고 벌리지를 않으시구요. 어떤때는 마구 도리질도 치세요.
아마 먹기 싫은 밥을 자꾸 드시라하니까 우리 부부가 미운가 봐요. 그래서 그 인자하던 눈에는 이제 노염이 가득하게 고여 있어요.
남편은 자기 사무실을 운영하는데 어머니때문에 꼼짝 못하고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형편이에요. 하루종일 어머니 밥 먹이는게 일이라 나가서 사람도 못만나고, 그러다보니 영업도 못해서 이만저만 지장이 아니랍니다. 제가 직장을 다니니까 낮에는 남편이 어머니를 근사할 수 밖에 없어요.
어머니가 아예 못드실 정도로 어딘가에 이상이 있다는 판단이 서면 병원에 입원이라도 시킬텐데 드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라도 한 숟갈 더 먹여보려고 하다보니 정말 힘이 드네요.
추석때 시고모와 형님(손윗동서)이 와서 어머니께 식사 시중을 들었더니 한 그릇을 다 드시는 모습을 보고는 남편과 저는 너무 놀랬어요.
우리 태도에 문제가 있었는지 곰곰히 반성도 했지만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싶어 참 많이 고민이 되더군요.
어른들이 돌아가시려면 입을 닫는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어머니 손아귀 힘이나 몸상태를 보면 꼭 그런것 같지는 않구요.
가까이 사는 시누가 주말에 와서 어머니 밥을 먹일 때도 있는데 자기도 힘들어 하더라구요. 너무 안드셔서 걱정이라고 의논을 하면 그냥 먹이지 말라구, 엄마 밥 먹이는게 힘들어서 자기도 속에서 부아가 날 지경인데 오빠랑 언니는 더할거 아니냐며 안먹으면 주지를 말래요.
에궁~~
자기야 딸이니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저는 그럴 수가 없어요.
노인네 식사 끊으면 돌아가시라는 이야긴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요.
돌아가시는 날까지라도 사람한테 그럴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어떻게든 어머니가 식사를 제대로 드시게 하고 싶은데,
어째서 그렇게 안드시는 건지, 드시게 할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제발 조언 좀 해주셔요. 참, 또 한 가지는 못드셔서 그런지 변비도 심하세요. 아마 변 보신지가 열흘이 넘은거 같아요. 이럴 땐 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게시판 보면 인생경험 많으신 선배 주부님들도 계시고 나이드신 부모님 모셔본 분들도 계시던데 좋은 말씀 좀 해주세요.
정말 시어머니 식사 문제로 우리 부부는 아침에 눈 뜨는 것이 괴로울 정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