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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죽한 남편.. 나이들면 부드러워질까요?


BY graymoon 2001-10-13

또.. 선배님들께 조언을 구합니다...

33살 동갑네기 맞벌이부부입니다. 결혼 8년 됐구요.
남편은 회사원, 저는 자영업입니다.

남편은 조금.. 딱딱한 성격입니다.
말을 일단 시작하면 재밌게 잘 풀어나가기는 하는데..
필요없는(?) 대화는 잘 안하려고 합니다. 자상한 면도 거의 없는 편이구요.
집안일은 거의 하지않고. 제가 가끔 시키면 마지못해 하는 정도입니다.
가끔 가사나 사업으로 힘들 때는 무척 서운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런 남자려니 하고 적응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사람이니 할 수 없다는 책임감과 잔소리꾼이 되고싶지않은 요상한 심리도 작용한 듯 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 저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라 시댁이나 친정식구들과도 그러는 겁니다.
무뚝뚝할 뿐 아니라 사회생활에 필요한 사교성도 적고 자기주장이 너무 강합니다.
집안 사정상 장인, 처제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업무능력은 아주 좋은 데 본인이 마음에 안드는 일이 있을 때 타협하거나 부드럽게 거절하질 못하고 노골적으로 싫은 표현을 한다고 합니다.
맘에 들어하는 사람에게는 잘 해주지만 맘에 안드는 사람(대부분입니다.)에게는 형식적인 예의도 생략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그 대상은 거래처나 직장 동료, 부하, 장인 모두 포함입니다.

시댁식구들과 얘기할 때도 마찬가집니다.
아버지나 어머님께 말하는 투가 좀 예의없어보일 때가 많습니다.
형이나 동생과의 대화에서도 상대를 조금씩 상처줄 만한 말을 쉽게 합니다.
그래서 아주버님과 도련님 두분은 서로 대화를 많이 하지만 제 남편(차남)은 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머님 아버님까지도 그런 남편이 섭섭하다고 제게 가끔 하소연하시고요.. (남편에게 직접은 얘기 못하시네요..)
제 생각엔 자라면서 친척들간의 다툼과 불미스러운 일을 너무 많이 봐서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적은 듯 합니다.

본인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자신의 성격을 압니다. 벌써 여러번 얘기해봤죠..
하지만 고치기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으며 고쳐볼 생각도 안합니다.
뭐하러 다른 사람 비위를 맞추느냐고... 필요를 못 느낀다고요...

저는 제 남편이 업무능력보다는 성격으로 사랑받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타인에게 상냥한 사람이 되면 저한테도 저절로 다정해지겠죠..
아직 젊으니 변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무리일까요?

어제는 친정어머니하고 궁리를 해봤습니다. 회사를 옮기라고 해보려구요.
대학 재학중에 결혼을 했고 졸업후 바로 장인회사에 입사했습니다.
너무 쉽게 직장이 생겼고, 직장에서도 윗사람이 아무도 없어서(아주 작은 회사이고 장인은 거의 실무를 안보십니다.) 더욱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거죠.
더구나 멀수록 좋다는 처갓집식구들을 하루종일 보고 있으니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처제들을 상당히 싫어합니다. 피해 준 것도 없는데요..ㅠ.ㅠ..)

이런 방법이 좀 도움이 될까요?
아님.. 다른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듣고싶습니다.
참고할 경험담을 알려주셔도 좋구요.

제 성격은 어려서부터 <책임>이란 말을 뒷통수에 매달고 자란 장녀입니다.
영업직이라 남한테는 말도 잘 붙이고 가식적인 웃음도 잘 짓습니다.
제게도 나쁜 점이 많죠..... 애교도 없구요... 우유부단하고.
불만이 있으면 뚱~ 하니 부어서 말을 안하는 타입입니다.(속으로만 꿍꿍거리다 여기에 적기나 하죠... ^^)
쓸데 없이 자존심만 강해서 그래요... 말도 안하고 알아주길 바란답니다.
제가 변하면 남편도 좀 변화가 될지....

속 터지시는 분들도 많은데..이런 시시한 고민 적어서 죄송하구요..
언니없이 자란 저는 여기 게시판에서 여러분들의 경험을 읽고 조언을 듣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8년동안 계속 기대하고 대화도 하고, 나이들면 나아질까 했는데 아직 별 차이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