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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BY 나... 2001-10-17

시집에 등 돌리고 산 지 이제 1년...

그동안 남편은 내게 더 이상 시집때문에 그리고 자기때문에 아픔주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었다.

말 같지 않은 시집의 횡포와 이기심 앞에서 그리고 가운데 낀 남편의

괴로움의 발산인 폭력과 폭언 앞에서 대책없이 무너져 내리는

나를 지켜보면서 남편은 나를 살리기 위해 자신으로서는 힘든

결정을 내렸었다.

그런 남편이 고마웠고 이제 1년...

나는 평온한 가정속으로 마음도 조금씩 돌아가고 있었다.

남편은 자영업이다.

물론 회사생활을 하시는 분들도 힘이 드시겠지만

자영업은 힘들여 일한만큼 돈으로 들어오는게 눈에 보이기 때문에

울 남편.. 체중이 10키로 이상 줄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돈도 따라왔다.

겉으로 보면 남들눈에 우리는 행복한 부부였다.

속엔 시집때문에 바윗덩이 하나씩 안고 살고 있어도 표면적으로는

사업 잘 되고... 아이들 모두 건강하게 자라고..

나도 남편을 도와 같이 일 했었는데 어느날 내게 병이 찾아왔다.

죽을 병은 아니지만 일상생활하기가 불편할 정도로..

남편은 그런 나를 안스러워하는 듯 했다.

그동안 고생시켜서 그렇다고 미안하다며 정말 따뜻하게 대해 주었었

다. 그것이 고마와 나 역시 그에게 더 마음을 써 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사소한 문제로 남편과 말 다툼을 하게 되었다.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밀치고 가슴에 대못을 박는 얘기까지

서로 하게 되었다. 맞고 싶냐고 싸늘하게 말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할 *이라고 무시하고...

그러다 그 남편... 내 얼굴에 침까지 뱉었다.

그것도 세번씩이나..

어떻게 당신이 그럴 수 있냐고... 울다 울다 다 토하고 또 숨을

쉬지 못해 목욕탕에 쓰러져 버렸다.

아직 잠들지 않은 울 아들 놀라 목욕탕으로 뛰어들어오고

숨은 쉬어지지 않고 꺽꺽 목에서 이상한 소리만 연거퍼 나오는데..

이제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시집때문에 신경정신과를 다닌 적이 있었다..

그 때 얻은 병이 잠잠했다가.. 극도의 흥분과 분노를

겪고 다시 재발 된 것이다.

아들은 놀라서 엄마... 엄마... 부르며 소리치는데

그 소리도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아빠좀 불러봐." 겨우 겨우 소리내어 말했는데

목욕탕에서 자기 아내가 죽어가는데 그 남편

그 소리 다 들으며 베란다에서 담배만 피고 있었나 보다.

겨우 아들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와서는 내 머리를 자기 무릎위에

올려놓고 아무 조치도 없이 성질난다고 소리만 질러대고 있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고 내 숨도 정상으로 쉬어지기 시작했고

땀에 흠뻑젖은 얼굴과 옷은 내가 나중에 봐도 이러다 죽지 싶을 정도

였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남편은 잘못했다며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지만.. 이미 남편을 향해 닫쳐 버린 내 마음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아내에게... 그것도 얼마나 자신과 자신의 집 때문에 상처를 받았는지

잘 아는 사람이 그것도 남편이라는 사람이... 아내 얼굴에 침을 뱉고

모욕을 주고.. 나 혼자몸이라면... 이런 취급을 받고 살아있을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아직은 어린 내 아이들이 내 삶의 방향타를 쥐고 있나보다.

아직은 살아야 한다..

저 어린것들 가슴에 피멍들지 않게... 에미로서 자리는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고 있다.

지금 가슴엔 빈 벌판에 가랑잎 한 잎만 딩굴고 있다.

무서워서... 기억이 되살아나는게 싫어서....

아직 남편눈을 마주 보지도 못하겠다.

살아가는거... 살아남는거..... 힘껏 달려온 지난 세월이 못내

가슴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