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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님 보세요


BY 노노레타 2001-10-17

병든 시어머니 모시고 사신다며 같이 아픔을 나누자 하시던 사과나무님.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마워요.
울 시어머니는 드디어 어제부터 영양제를 맞기 시작했어요.
하도 답답해 다음 카페인 시어머니방에 들어가서 조언을 구했어요.
거기서도 역시나 입으로 밥 먹이는거 포기하고 영양제를 맞히라고 하더군요. 그러면 배는 안고프다고.
그 방에는 나이드신 어른들이 참여하는 방이라서 그런지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런저런 조언을 구체적으로들 해주셨어요.
시어머니 인공관절 수술을 신촌 세브란스에서 해서 처음에는 그 병원 주치의에게 진료를 받았더니, 동네 병원에서 적절한 케어를 받으라고 하더군요.
대학병원은 입원비도 비싸고, 특별히 아픈데가 있는 것은 아니니 영양제 맞고 관장하는 정도는 동네병원이 다니기도 수월하고 비용도 절약된다고 하더군요.
남편이 동네병원 가자고 하는걸 제가 우겨서 세브란스 갔어요.
엄니 살아 계실 때 최선을 다해야 당신 돌아가셔도 자식들 맘에 상처 덜 남을거 같다며,
엄니 증상 다 아는 주치의가 있는 좋은 병원-사소한 병으로 복잡한 대학병원 가는게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란 것은 저도 알지만 딸이 아닌 며느리다 보니 더 신경을 쓰게 되더군요- 우선 가보자 했지요.
그런다음 동네병원 모시고 갔더니 영양제 처방해주고 관장약 처방해 주더군요.
저 관장이라는거 처음 해봤어요. 관장약이 어떻게 생긴건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남편은 시엄니 두 다리 붙잡아 들고 저는 관장약을 넣는데 생전 첨 해보는 거라서 쩔쩔 맸답니다. 첨에 실패한 거 같아서 한 번 더 하는데... 순간 기가 차더군요.
막말로 뭔 큰 재산 물려받은 며느리도 아니고 시집 올 때 나한테 해준거 반두루마기에 치마 저고리 한 벌 뿐인데 내가 이런 것도 해야하나 싶어서.
하루종일 거동 불편한 시엄니 모시고 다니다 보니까 허기가 져서 힘이 많이 들었나봐요.
2층에 있는 동네병원 계단 올라가는데 울 엄니 힘들어서 다리가 꺽이고 의식을 잃으시는 듯해서 뭔일 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겨우 관장 시키고 몸 닦이고 자리 봐드리고 나서 우리 부부 그대로 엎어져 두 시간 동안 일어나지 못했답니다.
자기 엄니 그렇게 먹지도 못하는거 뻔히 보고들 갔으면서도 엄니 어떠시냐고 전화 한 통 없는 다른 형제들이 너무 너무 밉더라구요.
아들 넷에다 딸 하나로 아들 많다고 맨날 복받은 노인네라 자랑하시던 울 엄니, 참 허사다 싶데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하며 뭔 소식 날라올 날만 기다리는건지... 무심한 형제들 때문에 짜증이 났나봐요.
전화 한다고 거기다 대고 하소연을 하기를 하나,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길 하나...으레 기대말고 알아서 해결하자 생각하고 살았지만 엄니 상황이 이지경인데도 이토록 무심한 형제들 정말 쓸쓸하게 만드네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나한테만 미루지 않고 자신의 일일랑 자신이 알아서 하는 남편이 있으니, 부부라는 인연으로 묶인 이상이야 며느리 몫도 있다 생각하고 해야지요.
사과나무님도 여간 않게 맘의 갈등 많으시죠? 한 때는 맘이 지옥이었다가, 또 한 번 돌려 생각해서 '내가 하고 말지' 하고 맘 다시 잡아서 시엄니 돌보시겠죠. 우리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요.
내 부모 소중한 만큼 남편의 부모도 소중하다는 생각듭니다.
내 자식 귀하듯 남의 자식도 귀하다 생각하듯이요.
시엄니 간호하면서 기저귀 갈기, 목욕 시키기 등등 겪어보지 않아서 첨에 너무나 낯설었던 일들을 이제 척척 해내듯이 그렇게 관록(?)이 붙어가면 좀 수월해지잖아요.
사과나무님,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