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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동서보다 더 얄미운 시누


BY 속상해 2001-10-18

저희는 맨 위가 동서고
그 밑에 시누
그 밑이 접니다.
저는 저희 시댁의 말단이지요.
그런데 우리 동서는
성격이 원만하지 않아서 화를 잘 내고 변덕이 있습니다.
잘할 때는 정말 좋은 사람같아보이다가도
자기 맘에 안든다 싶으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아마 제가 결혼전에 그런 동서와 시누가
대판 싸운 모양이예요.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두 사람이 동갑이라서 반발로 대거리할 정도 였다는군요.)

그래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사이가 안 좋습니다.
주로 동서가 실수하고 함부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동서 때문에 분란이 있다고 생각되는 일이 많죠.
우리 셋은 별로 친하지 않습니다. 서로간에.
저야 시어머니께나 동서, 시누 모두에게 예스맨이기는 하지만
어느 누구도 저한테 맘을 주지는 않습니다.
이따금 속 터질 일이 있으면 동서가 저를 찾기는 하지만.

우리 시누는 자기 친정에 오면 일을 하지 않습니다. 다른 시누들도 그런가요?
이번에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주말에 갔었죠. 저희 부부만 다른 지방에 살거든요. 전날가서 자고 이왕온 김에 밀린 일 한다고 청소니 뭐니 다른 날보다 좀 신경을 썼습니다. 제 딴에 잘한다고 하면서 아마 저도 좀 누가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요.

동서는 조카데리고 사생대회 나간다고 시댁 못간다고 아침 나절에 전화오고
시누가 일요일 점심쯤에 왔습니다.
시누는 왜 큰 며느리가 코도 안비치느냐는 식입니다.
(물론 말을 마구 함부로 하지는 않아요)
어머님 편찮으시니까 친척분들이 문병을 오시더군요. 그런데 여러날 어머님이 아프고 보니 변변한 먹을 거리도 없고. 처음엔 차만 끓여 냈는데 안되겠다싶어 과일을 사와서 후다닥 들여보냈습니다. 그러고 나니 식사시간, 밥을 했죠 9인분 쯤. 찬거리도 적당치 않아 또 수퍼에 부랴부랴...그런데 어른들이 식사도 않고 가시더군요. 그러고 나서 설거지...
땀이 나고 내 살림이 아니라 어수선하기만 했지 영 일에 졸가리도 안서고.

그런데 그 와중에 우리 시누 절대 부엌에 안나옵니다.
방에서 어른들이랑 대화중이죠.
부엌에서 뭐하는지 다 알면서,
혼자 일한다는거 알면서도 그러더군요.
찻잔을 들고 나왔길래
그냥 두세요, 제가 할게요. 했더니
닦는척 하다가 그래 하고 들어갑니다.

설거지 할때도 그냥 방에 앉아있더군요.

그래,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참자 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몸이 힘들어지면서 짜증이 나더군요.

저도 직장 다니는 사람이라 주중에 밀린 일들 때문에 저녁먹기 전에 가겠다고 했더니 어머님 좀 서운한지 말씀을 안하시더군요. 며칠간 아버님 드실 국이나 한 냄비 끓여놓고 가겠다고 했죠. 그런데 옆에서 시누가
'가,'그럽니다.저는 속으로 '자기가 하겠다고 하려나?'했는데
우리 시누 하는 말,
'이따가 큰 올케 오겠지뭐.'그럽니다.
동서는 시집에 오는 거 싫어하는 걸 알면서, 특히 자기가 있으면 더욱 오지 않을거라는 걸 알면서 말입니다.
왜 큰 며느리가 안오냐는 식이더군요. 물론 우리 동서 잘 하는 며느리 결코 아닙니다. 그래도 큰 며느리라 어머님 아프신 동안 반찬 신경써서 보내고 했더군요.
시누는 자기가 친정부모님 꾀나 생각하는 것 같지만 알고보면 자기도 하는 일 없이 올케가 왜 며느리 역할 제대로 안하나 하고 성질이나 내는 셈입니다. 제가 볼 때는 동서는 동서고 시누나 자기가 할 수 있는 일 찾아 하면 조금 더 화목한 집안이 될 것 같은에 말이죠.

그런면으로 보면 시누는 뭘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얄미운 마음이 아직도 풀리지 않아요. 정말 지가 친정부모 생각한다면 올케한테 지고 들어갈만큼 실천을 해야죠. 맨날 입 내밀고 있으면 올케가 며느리 노릇 하기 좋은가요? 저도 싫어집니다.

결국 저희는 저녁먹지 않고 왔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참았던 화가 나면서 얼마나 신경질이 나던지.. 우리 엄마 아픈거냐, 자기 엄마 아프지. 우리 친척들 온거냐, 자기 친척들이지 ....막 이러너 생각들로부터 시작해서 정말 화가 났습니다.

그렇게 애틋하면 딸이 잘 하면 될 거아냐. 맨날 불평불만.....
저도 화가 나니까 너그러워지지 못하고 그 동안 쌓인 불만이 마구 쏟아집니다.

제가 속이 좁은 거겠죠?
그냥 그러고 말았지만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공연히 언짢습니다.
얄미운 동서도 그렇고 그 보다 더 얄미운 시누 문제를 어떻게 좀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답 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