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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배밖에 나왔다


BY 몽중인 2001-10-18


추석 며칠전부터 남편과 냉전중입니다
아니... 이기기 위한 전쟁이라기보다는 누구랑 대화자체가
불가능할만큼 제 마음이 빙점이하라는게 정확한 표현일겁니다

셋이 함께 산다는것이
시골생활이
이정도까지 사람을 지치게 할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한달 가까이 제가 하는말은 식사준비 해놓고 어머니 식사하세요
이말뿐입니다
여전히 집에는 손님들 들끓습니다
그분들 당신 아들집에서는 며느리 눈치보여 며칠씩 못있는다 합니다
근데 여기선 당연히 놀만큼 놀다가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삼일은 기본이고 심하면 보름도 있다 가지요
첨엔 싫어도 표정관리 했습니다
이젠 거울보며 웃는 연습까지 해봐도 표정관리 안됩디다

밥상차려놓고 상물리면 치우고 표정없이 며칠동안 해치웠습니다
그꼴보기 볼성 사나웠던지 시고모님 인상이 별로더만요
집에서 아침드시고 나가시는 고모부님께 점심 먹으러 일루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시데요
그러면서 하시는말씀이 고모부도 내집식구다 생각하면 당연히 해야하는 거랍니다
고모님댁 이집에서 20분 거리에 있습니다
어떨땐 셋이 사는게 아니라 양로원 차린것 같습니다
암말않고 밥상차리고 치우고 방에 들어가서 다음식사시간까지
쳐박혀 있다가 또 상차리고...
시고모님 그꼴보기 엄청 심장 상했던지 그러는거 아니랍니다
무시해 치웁니다

그랬더니 삐치셨는지 노인네들 다 데리고 댁으로 가시네요
저 지금 간이 배밖에 나왔습니다
될대로 되라...
완전 막가파 며늘입니다
집에서 무슨일이 있어도 궁금한것도 없고
남편이 며칠째 땡12시라도 암것도 안궁금합니다
청소 안합니다
빨래 엄청 쌓여있습니다
집안꼴 한마디로 이보다 더 지저분할순 없다 입니다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냥 침대에 누우면 자꾸 잠만 옵니다

시골생활의 보이지 않은 1인치를 찾고보니 정말 굉장합니다
나하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라도 결혼한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니가 선택한 길이니 조금만 더 참고 견뎌보라는
친정 엄마의 말을 곱씹으며 이나마 견뎌내고 있지만
여지껏 나를 지탱해주던 남편의 사랑...
그것도 별거 아니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