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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우는 우리 아들 어떻게 공부시켜야하나요????


BY 성질드럽은엄마 2001-11-04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아들의 스케쥴을 볼작시면,
매일 태권도 갑니다.
월요일 재능수학, 선생님이 10분정도 방문하시고 그 주의 문제지를 줍니다.
목요일, 이날이 제일 바쁘죠. 영어수업한시간(이거 게임 스타일에 교재도 없어서 그냥 그 시간에 놀면 됩니다.), 글짓기 한시간

담임은 요즘 아이들 집에서 사교육 많이 한다고 생각해서
일주일에 한번 그림일기 숙제 내주는거 외에 숙제라곤 없습니다.
매주 목요일에 받아쓰기를 보기때문에 수요일날 받아쓰기 예습 시키는 것이 교과목 관련된 공부의 전부입니다.

1월생이라 정신연령이 약간(?) 어린 우리 아들, 모르긴해도 반에서 공부 잘 하는 아이는 아닌듯 합니다. 중간쯤 하는거 같습니다.
툭하면 잘 울어서 저도 같이 마음고생합니다.
전 친정엄마가 어릴때부터 맞벌이 하셔서 모든걸 스스로 해결했었던 터라 너무도 엄마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의 우리 아들 어떻게 교육해야할지 고민 고민입니다. (엄마가 어떻게 키우느냐에 아이의 태도가 달려있다는 말, 과연 그럴까요. 타고난 천성 그거 무시하기 힘들던데)

우리 아들 남편 닮았습니다. 우리 남편 어릴때 툭하면 울었답니다.
시어머님께선 천사표 엄마시라 그런 남편을 너무도 훌륭히 키우셨습니다. (훌륭함의 기준이 일류대 입학이라는 가정에서....) 고등학교때까지도 보이스카웃 야영가면 집결지까지 대신 어머님이 베낭 메어주시고, 군입대후 첫 훈련 한달동안은 속옷 빨래 하지말라며 더러워지면 그냥 버리라고 하셨답니다. 방위 받는 내내 아버님이 차로 출근시켜주셨고, 대학 2년때부터 운전했지만 자기손으론 세차 한번 안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찌하면 좋습니까....
우리 아들, 아빠 닮아서 자율성이라곤 빵점이고 저도 시어머님처럼 키워야 얘가 일류대를 가는건지 고민스럽습니다. 오늘 시댁가서 한소리 듣고 왔습니다. 애 공부 못하는거 제 탓이라는군요. (참고로... 저도 일류대 나왔습니다.- 자랑같아서`안쓰고 싶지만 상황을 설명하려면 어쩔수 없네요- 애키우고 살림하는거랑 일류대랑 아무 상관없지만 여하튼 저 닮아 머리나쁘다는 소리는 피할 수 있긴 합니다)

공부하자~~~ 우리 아들 웁니다. 안한다고 떼쓰는 것도 아니고 기분좋게 네 하는 것도 아니고 소리도 안내고 흑흑 웁니다. 저 미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 하면 울고, 옷 입어라 하면 삐져서 게기작 게기작 옷 입다가 소매나 바지통이 잘 안들어가면 또 웁니다. 환장합니다...)
솔직히 내 새끼지만 그럴땐 이해가 안됩니다. 전 성질이 드러워서인지 그럴때 살살 달래고 꼬셔서 공부시켜야 한다는데 하루 이틀이고 한두번이지 이젠 질립니다. 니 인생 니 맘대로 살아라 하고 싶습니다.
우리 남편은 그런 아이가 너무 이해가 된답니다. 자기도 어릴때 그랬답니다. 환장혀....

전 사실... 공부 잘 하는거 보다 자기관리 스스로 할 줄알고 이담에 커서 제 몫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우리 남편 세수할 때 빼곤 손가락에 물닿으면 죽는줄 알고, 마누라는 테레비 장농 혼자 다 옮기는 장수인줄 압니다. 신혼초에 '결혼 그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다. 책임감때문에 죽을거 같다'이런 소리나 하고 누굴 돌본다거나 집안에 관심갖는거 자체를 부담스러워합니다. 진짜로 암것도 신경안쓰고 사회생활만 잘 합니다. (예전에 암것도 신경안쓰고 공부만 했듯이) 어쩌다 바가지 긁으면 우리엄마는 내가 공부만 잘하면 아무 소리 안했는데 넌 왜 이러냐 이럽니다.

제 아들 커서 이렇게 될까봐 무섭습니다. 아마 모르긴해도 아들 세대에 이러면 초장에 이혼당할겁니다. 남편에 대한 스트레스(어디 위에 언급한것 뿐이겠습니까... 매일 늦어, 일만 중요해, 애 생긴게 신기할 정도로 뜸해(?!), 효도도 나한테 미뤄-자긴 회사가고 주말에 난 애들이랑 매주 시댁가고,) 남편 미우니 남편 닮은 짓 아들이 하고 있으면 눈에 뵈는게 없습니다. 과하게 혼내는거 저도 압니다. 그런데 알면서도 고치기 힘드네요.

울 남편 테레비 귀신입니다. 소파에서 테레비랑 잡니다. 저녁상(어쩌다 한달에 한번 저녁 같이 먹습니다) 근사하게 꽃까지 꽃아서 차려놓으면 밥공기에 이반찬 저반찬 집어서는 개밥만들어 테레비 앞으로 갑니다. 시댁에 가면 남편은 테레비 1미터 이내에서 뒹굴고 어머님이 밥상차렸다 물렸다, 과일 깍아주었다 물렸다 합니다. 우리 아들도 시댁까면 똑같이 합니다. 그거보고있음 말도 못하고 혈압만 오르락 내리락합니다.

말이 삼천포로 빠졌네요. 어머님이 저더러 너무 많이 시켜서 애가 흥미를 못 느낀다 하시네요. 태권도도 끊으랍니다.(우리 아들 유일하게 좋아서 하는게 태권도인데...) 정말로 얘가 뭘 너무 많이하는건지 궁금합니다. (제 주변에 있는 아들 친구 중에 아들만큼 널널한 애를 본적이 없는데....) 그리고 애가 학교 갔다오면 온 집안을 학구적 분위기로 만들어서 애랑 같이 공부하랍니다.(이건 저도 동의합니다. 사실 이렇게 해야하는 줄은 알지만 아직 어린 2살된 딸도 있고, 집안일도 쌓여있고, 또 남편땜에 항상 스트레스로 신경이 날이 서있는지라 애들한테 무한정 천사처럼 대해지지가 않네요)

제가 정말 너무 뭘 많이 시키고 있는지.
이렇게 천성적으로 게으르고 눈물많은 아이를 가지신 엄마가 계시다면 어떻게 키우고 계신지 조언좀 부탁드립니다.
우리 남편 생선도 가시 발라줘야 먹고, 포도 수박같은 과일은 씨때문에 아예 안먹고-이것도 씨 발라주면 먹음), 옥수수도 알만 따로 까주지 않음 안먹고, 밤은 어떻게 까서 먹는지도 모르는데... 과연 제 아들도 이렇게 비위맞춰 줘가면서 엄마 도닦는 기분으로 공부시켜서 일류대보내야 하는건지 고민 고민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