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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며느리는 자식이 아닌가보다...


BY 못된며느리 2001-11-07

홀시어머니가 계십니다.
제 남편은 외아들인데, 어머님한테 말은 부드럽게 하지않지만 효자입니다. 누나와 여동생이 하나씩 있는데, 어머님한테 좋은 소리만 합니다.
평상시 어머니는, 말로는 아들이 최고이고 나중에 늙어서 아들옆에 살아야지 딸들은 다 필요없다고 늘 노래를 부르십니다.
그러나 저희집엔 오실시간이 없습니다.
결혼한 큰시누이 집에가서 살림해주랴, 작은시누이 밥 먹게 챙겨주느라 그 귀하다는 아들집 근처엔 오실수가 없습니다. 하루종일 결혼한 시누이와 같이 지내십니다.
작은 시누이가 결혼만하면 저희집 근처로 이사를 오시던 말던 문제도 아니라고 하십니다. 이젠 그 소리들도 지겹습니다.
큰시누이는 집에서 놀고있고, 저희는 맞벌이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는데도 어머닌 사위눈치보면서 딸집에서 낮시간을 모두 보냅니다.
물론 딸이 더 편하고 좋겠지만...

저희는 결혼해서부터 지금까지 쭉 생활비를 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시어머니한테 생활비를 드리는것을 의무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드리지않으면 어머닌 생활을 못하실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수입이 전혀 없거든요. 딸들은 어머님 돈을 조금씩 뜯어가기만 하고...
그래도 저희 어머님은 맨날 돈이 전부가 아니고, 중요한 것이 아니래요. 말씀하시는 것만 들으면 생활비를 쌓아놓고 사는 사람처럼 여유롭습니다. 저희들만 아둥바둥 살고 있지요. 저희는 월급을 타면 여기저기 다 쓰고 없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희 시어머니가 편찮으시다고 그러네요.
기침이 심해지셨는지 오늘 종합병원에 가보신답니다.
덕분에 제 남편은 오늘 월차내고 아침부터 어머님 만나러 갔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아픈것은 걱정이 되지않고, 오늘 얼마가 더 들어갈까? 생각하지도 못했던 돈이 또 얼마나 들어갈까? 맨날 딸들만 챙기더니 아프고 돈 쓸일이 생기면 아들을 찾을까? 어머님 자신은 그런것을 못느끼실까? 아들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보이지 않을까? 등등...

제가 못된 며느리인거죠?
역시 며느리는 자식이 아닌가봐요.
남편한테 조심스럽게 얘기했더니, 못된것까진 아니고 피곤해서 그렇다네요...
피곤해서 드는 생각이 아니라, 늘 불만이었었는데...
미안해서 남편한테 바가지도 제대로 못 긁습니다.
저까지 그러면 남편이 너무 힘들어할까봐 그리고 저한테 실망할까봐...

역시 시어머니는 시어머니이고 며느리는 며느리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