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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열등감


BY complex 2001-11-19

감기로 회사도 못나가고 집에서 쉬니까 많은 생각들이 스치네요
얼마전부터 알게 된 아컴에 저도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휴~

사람들은 적당한 열등감이 긍정적인측면에서 삶의 활력소가 되어 발전을 채찍질한다고 하죠....저도 그말에는 동감합니다
그러나 저는 너무 많은 열등감때문에 스스로가 힘에 부디칩니다

저는 가난한집에서 자랐습니다
1남3녀중 장녀입니다....어릴때부터 유난히 욕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저의 욕심을 채워줄 기둥이 없더군요

저는 어릴때부터 그사실을 깨달았죠....아주어릴때부터요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인거 같습니다
학교들어가서부터 항상 내가 살아남을길을 남보다 공부잘하는 것 밖에없다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제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도 사실 누구하나 칭찬해주는 사람없었습니다 되려 부담스러워했죠....그사실때문에 저는 더 공부를 열심히했습니다..

제가 중학교때 수학선생님께서 수업중에 해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여자가 태어나 신분상승할수 있는방법이 3가지 있다 첫째는 엄청난 돈이 있거나 아니면 얼굴이 엄청나게 이쁘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거 밖에 없다"

그말이 옳건 그르건 어쨌든 저는 그분의 말씀이 저의 생각과 너무 공감갔기에 여태껏 그말씀을 새겨뒀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다른사람들은 그냥 무난히 진학했을 고등학교도 저는 부모님반대로 실업계를 갈뻔하다 담임선생님의 설득으로 인문계를 갔습니다....나름대로 대학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를 갔죠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이 일했습니다
제가 대학다닐때는 과외 아르바이트가 금지되었기에 선배가 하는 사무실에서 방과후면 항상 일을 했습니다

느긋하게 학교도서관에 자리잡고 앉아서 공부하는게 소원이었죠
대학장학금이 부족했던 3학년때는 휴학을하고 사무실에 다녔습니다
정말 부끄러웠습니다....이런말 익명방이니까 하게되네요

남들이 제가 돈없어 휴학했단사실 알게될까봐 전전긍긍하며 애써 명랑해지려고 노력도 했습니다...배부른사람은 이렇게 말하겠죠...그게뭐가 부끄럽냐 떳떳하게 지돈 벌어서 공부하는데 자랑스럽게 생각해라.....그건 없어보지 못해서입니다
저는 정말 가난한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서 신분상승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공부했고 다행히 좋은곳에 취직되어 좋은회사 다니며 대학원도 다닐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친정동생들 학비도 대었습니다....친정식구...가난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동생들 다 전문대학 나오고 남동생도 지방3류대 다닙니다

한마디로 여러분들이 말하는 개천의 용이 바로 접니다

좋은 남편만나서 결혼했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죠...
저를 아는친구들은 다 축복해줬습니다...고생하더니 좋은 남편만났다고요....남편은 '사'자 달린 직업입니다

저의 열등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더군요
어제 남편 친구들이랑 저녁을 먹었습니다..남편친구 미혼이 있습니다
제동생이 여자가 둘있다는 걸 알고 저더러 소개해달라했습니다

그친구는 당연히 저의 동생이라면 괜찮은 조건이라 생각했을겁니다
저희 남편... 저앞에서 한번도 제집안에 대해 제동생에 대해 언급한적 없습니다

근데 남편이...말을 얼버무리면서 '처제들이 바빠서....'하더군요
물론 저도 남편친구가 제동생이랑 어울리지 않는것 압니다
제동생....하나는 30살이고 유치원 교삽니다..전문대나와서
또 한명은 27에 고등학교나와 직장다니다 이제 다시 대학갔습니다...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옆에있던 다른 친구가 자기 처제 소개시켜주겠다고 프로필을 이야기하는데....그친구 와이프 집안이 좀 대단하더군요...
좋다고 하면서 서로 만나기로 약속을 하더군요.....
씁쓸했습니다

남편 친구들 만나면 초라한 제모습을 다시 상기시킵니다
물론 저도 좋은직장에 그들보다 더 나은 대학을 졸업했다고 자부하면서 나름대로 열등감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합니다마는
예쁘게 공주같이 차려입은 그와이프들을보면 어릴때부터 깡하나로 살아온 제모습이 너무 비참해보이더군요

직장생활하면서 제주변동료들덕분에 저도 생전 가져보지 못한 화장품 이름도 알고 옷도 백화점에서 사입어봤습니다
그친구들이 생활처럼 사입는 물건들이 저에게는 너무 어색했습니다
가난하게 살아서 근검절약이 아니라 아예 돈 쓸줄을 모른다고 할까요

때로는 남편앞에서 기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도 백화점에서 옷을 사입기도 합니다마는
저희 친정식구들...생각하면 죄책감이 듭니다

그렇게 연민이 가는 친정식구인데도
그 친정이 자꾸 열등감이 드는건 정말 정말 싫습니다

전 결혼할때 시댁에서 한푼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시댁에 불만없습니다
왜냐면
똑같이
친정에도 하나 받은게 없으니까요

가끔씩 시댁이 없어 친정에서 해줬다는 분들...
해줄수 있는 친정이 있다는것만으로도 전 부럽습니다
그게 돈이 많다 적다의 개념이 아니죠...

다행히도 시댁친정 저희들에게 별로 손벌리는것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남편에게 일일이 말하고 동생 등록금을 줬습니다
이제는 그게 너무 미안하더군요
그냥 누나로서 막내동생 학비대주는건데
자꾸 세월이 갈수록 남편에게 미안하게 생각되고
왜 우리친정은....이런생각들
주위에 깔린 남편친구들은 다 와이프들이 남자들을 밀어준다는데

이런저런 생각들때문에
요즘은 그냥 동생이 장학금 받았다네...하고 얼렁뚱땅넘기고 제돈으로 학비를 줍니다...이것도 싫습니다

제가 지금 으슬으슬 아파서인지 자꾸 감정이 여려져서 오늘은 이만할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글로 쓰고나니 마음이 좀 가벼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