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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매와 얼라


BY 짱구맘 2001-11-20

아기 백일이라 시댁 갔었지요. 첫 친손자라 백일을 챙겨 주고 싶어하시길래 아무 사심없이 갔었슴다.
시댁이 시골이라 공기, 물, 하다못해 마른 땅까지 춥습디다.
감기 걸려서 콧물 훌쩍이는 얼라는 데불고 갔으면 따신데다가 쫌 놔두면 오죽이나 좋습니까?
외풍심해 바람이 숭숭 통하는 거실에다가 울 아들 꼬추를 훌렁 까놓고 고모 둘에 고모부 게다가 할배 아이들까지 한번씩 다 만져보고 옷을 입힐 생각을 한합디다.
옷 입히셔요... 라고 했더니 시원해서 좋아한다나요?
내가 보기엔 추워서 꼬추가 찰싹 붙어 버렸습디다. 한참이나 까놓고 있더니 얼라가 기침을 해대자 언능 입힙니다.
우리 시옴니 시댁가면 절대로 내게 얼라 안줍니다. 자는 아 해꼬지 해서 자지러지게 울어야 나한테 주면서 얼라 성질 머리 사납다고 뭘 묵꼬 낳았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잘때도 데꼬 잡니다. 괜찮습니다. 할매니까...
근데 시옴니 잠 무진장 많습니다. 얼라가 배가 고파 울어대도 잘 안일어납니다. 그냥 팍 껴안고 잘때까지 두들깁니다. 나 같으면 그 소리 듣고 잠을 깨는니 일어나 우유 먹입니다.
잠땜에 기저귀 꺼꾸로 채워서 얼라 옷 흠뻑 적셔놓고 감기 걸렸는데 옷 부실하게 입혔다고 난립니다.
얼라가 엄마를 알아보고 나를 보고 웃으면 사람많은데 안데리고 다녀서 얼라가 낯가림이 심해졌다고 하고 엄마보고 웃으니 벌써부터 엄마 알아본다고 못된것만 배웠다고 합니다.
맞습니까? 못된게..?
이젠 얼라땜에 시댁가기 싫습니다. 얼라 손수건을 발로 툭툭 걷어차고 젖병도 굴러다니다가 다시 물립니다. 얼라 절대로 안줍니다.
시누들이 지 엄마한테 좀 주라고 하면 자기가 잘 봐주는데 왜그러냐고 면박만 합니다. 히떡 돌겠습니다.
우짜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