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078

또 술 마셔야 할 이유


BY 은술잔 2001-11-21

어제,좀 이르다 싶게 김장을 했다.
남편에게 애걸을 했다.
자취하는 친정동생들에게 김장을 좀 갖다주자고.
그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편 눈꼬리가 올라가고 말투가 험악해진다.
" 지들이 갖다먹으라고 혀!!!"
순간 할말이 없다.
매사에 친정 일이라면 그런 남편에게 내가 왜 본전도 못건질 얘길 했던가?
그래도 그렇지, 친정엄마 돌아가시기 전까지 계속 얻어다만 먹었는데
엄마 돌아가시고 내가 김장을 했으면 몇 번이나 했고,
동생들에게 퍼다주었음 또 얼마나 갖다주었다고...
갑자기 눈앞이 뿌여져셔는 저녁뉴스의 자막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친정엄마 살아계실때도 무뚝뚝하고 냉정하기가 이를데 없더니,
그나마 아직 출가안한 처남, 처제한테까지 어째 남보다도 못할까?
우리자식들에게 무슨 때마다 선물 사들고 오고 관심가져주는 건,
지 피붙이들보다 외가가 더 잘한다는 걸 알면서...
받아먹을 줄만 알지, 생전가야 베풀 줄도 모르는 인간같으니...
오늘아침, 남편 출근 한후,택시를 타고 김치보따리 갖다주었다.
올때 전철비 포함해서 육천원이면 될 것을 더럽고 치사하게
왜 부탁을 했을까?
왜 진작 나는 운전도 배우지 않았던지 후회도 되었고,
내 동생들은 왜 여즉 소형차 한 대 굴리지 못하고 사는가? 안스럽기도 했다.
잘난 김치 몇포기 준다고 지들이 와서 택시에 싣고 가면,
우리집 주차장에 버젓이 승용차가 자빠져 있는데 내 맘이 편하겠는가?
다달이 지 부모한테 용돈부치는 건 당연하고, 시가에 갈때마다 바리바리 싸가는 것도 당연하게 여기면서,
어쩌다 김치 쪼가리 주는 것도 이래 서럽게 하다니...
동생을 만나고 온 후로 더 맘이 아프다. 친정엄마만 살아계셨어도
이래 내 등이 시리지는 않았을텐데...
아무래도 오늘밤, 또 한 잔 걸쳐야 잠이 오겄다.
이래저래, 나이먹으며 느는 건 한숨과 주량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