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방금전에 전화를 했네요. 밥 먹었냐구. 아침에 싸웠는데 그래도 전화하는거 보면 이정도면 인간성이 괜찮지 않겠느냐 싶어요.
요 며칠새 시집일로 좀 싸웠어요. 근데.. 전같으면 제가 그냥 웃고 풀었는데 요즘에는 그러기가 싫어요. 전엔 무슨 얘길해서 남편이 싫은 내색을 하면 더이상 그 화제를 꺼내지 않았는데 요즘엔 될대로 되라 하면서 계속 얘기해서 남편은 화내고, 저도 화내고 해서 싸움이 된답니다.
전엔 항상 웃으면서 대했는데 요즘엔 웃기도 싫구요, 그냥 매사가 짜증스러워요.
아침에.. 밥도 하고 국도 끓여놨는데 갑자기 냄비를 덜그럭 거려요. 왜 그러나 했더니.. 입이 깔깔해서 라면먹고 싶대요. 아니.. 밥 다해놓고 국끓여놨는데.. 왠 라면이에요. 왜 라면먹냐고 했더니 짜증을 부리네요. 전 같으면 저도 그냥 웃으면서.. 자기 라면 먹고 싶구나 했는데.. 저도 그냥 화를 냈어요. 밥 해놨는데, 라면먹구, 날 우습게 아냐구...
왜이리 짜증이 늘고 신경질이 느는지 모르겠어요. 남편이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데...
그런데, 저희 남편은.. 제 뜻대로 해준적이 없어요. 제가 토요일에 에버랜드로 놀러가자.. 고 하면 일요일에 코엑스로 놀러가자.. 라고 반드시 다르게 해요.
이게 사소한 일 같지만.. 제가 늘 처음에 제시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늘 남편이 수정한 의견으로 가야되는거.. 이것도 짜증나는 일이더라구요.
해서 한번은 그랫죠. 당신은 단순히 뭘 하고 싶어서 그런거냐, 아님 내 의견대로 따라가기 싫어서 그런거냐.. 하고 물었더니.. 노 코멘트! 하고 외치대요. 한마디로 제 의견에 따르기 싫다는 거죠. 내 생각대로 한다고 해서 자기 자존심 깍이는 것도 아닌데..
친정에 요번주에 가자고 하면 다음주에 격주휴무이니 함께 가자고 하고서, 막상 같이 가자고 한 그 날이 오면 몸이 피곤하니 어쩌니 하면서 않가죠. 그럴거였으면... 나 혼자 갔죠.
이런식으로 자꾸 내가 낸 의견, 내가 하고 싶은것, 내 생각들이 계속 좌절되다 보니 그냥 허무하고 난 뭔가 싶고, 난 그저 남편 생각에 맞춰, 그의 장단에 맞춰 움직이는 인형인가 싶어요.
자꾸 그러다 보니 삶의 의욕도 않나고, 그냥 집에서 멍하니 앉아있어요. 내가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야, 저기 제 의견도 없이 병신같은 여자 지나간다. 남편 뜻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 지나간다.'라고 욕하는거 같아서 외출도 못하겠어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비웃는거 같고, 내 뜻대로 되는건 아무것도 없고, 내가 뭘할수 있겟냐는 무기력만이 날 지배해요.
전엔 모임도 나가고 외출도 했는데 요즘엔 그냥 하루종일 누워서 난 왜 이렇게 사나.. 하면서 졸다 깨다.. 해요. 아무 의욕도 없고, 내가 왜 사는지, 내 능력이라는게 있기나 한지... 너무 허무해요.
나도... 내가 이렇게 될줄은 몰랐네요. 남편이란 한 인간 때문에, 시집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무기력하고 바보같을 줄 몰랏네요.
어떻게 살아야 되죠? 전엔 남편에 대해 불만을 토하는 사람들이 이혼하지 않는걸 보면 한심햇는데, 내 일이 되니 또 틀리네요. 이혼하면 뾰족한 수 있나 싶고, 내가 이혼이나 하겠나.. 싶고, 그냥 딱 자살이나 해버리면 좋겠네요.
내가 자살하면 신랑은 좋아라 딴여자 찾겠죠. 내게 기대했던 우리 부모만 불쌍할 뿐..
나, 어떡하면 좋아요? 여러분! 좀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