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 남편과 집에 같이 있으면서 하루 종일 싸운거 같네요.
아침에 눈을 떠 아침밥을 차렸습니다.
저희 부부는 맞벌이구요. 전 안먹어도 남편 아침은 꼭 차려줍니다.
저녁은 8,9시 쯤 퇴근해 차려주고요.
물론 아침, 저녁 바쁘기 때문에 제대로 상을 차리지는 못해도 제 성의것 차립니다.
일요일 아침 제 입장에서 그냥... 굶거나 라면을 끓여먹더라도 아침밥 하기 싫습니다. 저에게도 단 하루 쉬는 날인데...
밥하고 미역국 끓이고 멸치 볶고 오징어채 무침해서 아침 먹었습니다.
아침 식단은 밥, 국, 반찬 두가지 였습니다.
남편이 떨떠름합니다.
반찬이 마음에 안든다는 표시죠.
토요일 미리 장을 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10시 일어나 서투른 제 음식 솜씨로 그걸 다 만들려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거 같고 남편과 전 배가 너무 고팠습니다.
그냥 전 미역국에 말아 급한대로 아침을 먹으려고 했습니다.
며칠 전 부터 남편이 일요일에 닭찜을 사준다고 했습니다.
전 사 먹는게 좋긴하지만 18000원 짜리 닭찜이라도 돈을 아껴 모으고 싶습니다.
싫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꾸 싫어하면 남편이 다시는 외식하자는 말을 안한다고 했기 때문에 그냥 외식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침 식탁을 보고 남편이 하는 말이
"오늘 닭찜 사먹지 말고 마트에 가서 반찬이나 사오자. 마른 반찬 두개 가지고 어떻게 밥을 먹냐?"
저... 속이 탑니다.
아침 상 차리는게 급하기도 했지만...
현재 저의 부채는 5500만원입니다.
이자만 해도 너무 버겁습니다.
전 천원짜리 한장 쓰는것도 너무 두렵습니다.
매일 3,4천원하는 점심 사먹는게 겁이나 천원짜리 떡볶이 사먹고 다닙니다. T,T
남편도 알고 있습니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애원하다시피 합니다.
이때 아니면 먹을 수 없고 한번 건강 버리면 되찾지 못한다고..
하지만 전 그렇게 못하겠어요. 제 성격탓이겠죠.
겁이나서 돈을 못쓰겠습니다.
매달 나가는 이자.
빚내서 빚 갑고... 매일 매일이 그 생활이고...
전 궁핍하게 먹고 살아도 아직 우린 젊으니까 별로 흉되지 않고 빨리 악착같이 벌어서 빚 갚고 싶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아닙니다.
빨리 빚 갚고 싶긴하죠. 하지만 저와는 생각이 다릅니다.
젊어서 고생하더라도 나이들어 편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저와 같지만 젊은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기에 즐길건 즐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늘 26일 점심 식사도 이 순간이 지나면 먹지 못하고 제대로 먹지 못하면 위병이 생기고 건강이 나뻐져 고생한다면서 제대로 먹고 살아야 한답니다.
남편 말 틀리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통장에 잔고가 하나도 없고 매달 이자는 턱턱 빠져나가는데... 어떻게 다 즐기고 먹고 사나요?
남편은 이번 겨울에 스노보드를 타러 가고 싶어 합니다.
남편이 좋아하는거 저도 좋게 보내 주고 싶지만...
너무 비쌉니다.
남편이 미안해서 인지 저도 데리고 간다고 제 스노보드 복을 사준다고 합니다. 남편도 스노보드 복 사야합니다. 제가 보기엔 미안하니까 제것도 사준다고 하는거 같습니다.
저 스노보드 탈줄 모르고 타고 싶지도 않습니다.
남편은 같은 취미를 즐겨야 같이 즐길 수 있다고 하지만... 전 지금 그 무엇도 즐겁지 않습니다.
한철 잠깐 입는 비싼 보드복을 살봐엔 평소에 입을 수 있는 옷을 한벌 구입하고 싶습니다.
제가 입고 다니는 옷 너무 초라하지만 저 눈 감고 그냥 두벌로 빨고 입고 빨고 입고 합니다.
보드화를 살봐엔 겨울에 따뜻하게 신을 수 있는 보세 운동화 하나 사고 싶습니다.
아침 밥상을 투덜거리는 남편에게 전 우리 형편에 이 정도 먹을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이 정도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먹을 수도 있지 않냐고 했습니다.
남편은 저보고 밖에서 먹고 싶은거 제대로 사먹지도 못하면서 집에서라도 잘먹어야 되지 않냐고 했습니다. 절 위하는 말일 수 도 있고 남편이 맛있는걸 먹고 싶다는 말이겠죠.
10시에 아침 먹고 치우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남편 TV 보고 ...
12시에 남편에게 장보러 가자고 했습니다. 먹고 싶은거 사라고
이것저것 골르더군요.
일본된장국이 먹고 싶다고 일본된장을 사자고 하는데 조그만 봉지에 들은게 육천원이나 하더군요. 너무 비싸더 다음에 사줄테니 다른거 사라고 했죠.
처음엔 제가 직장을 다니고 힘들어 하니까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사자고 하더니 먹고 싶은게 없다면서 전부 조리해야하는 반찬을 사더군요. 에휴~
그냥 사서 집에 오는데 또 배고프다는군요.
아침 먹은지 2시간 밖에 안됐는데...
2시밖에 안됐는데 벌써 배고프냐고 했더니 항상 규칙적으로 제때 밥을 먹어왔기 때문에 12시만 되면 배가 고프다네요.. T,T
저 속으로 욕했습니다. 네 배엔 식충이가 들었냐고.
집에 가서 밥을하려면 반찬을 해야하고 찌개 끓이고 전 빨리 못 만듭니다. 또 집에 가자마자 밥하고 국하고 반찬하고 짜증에 머리 뚜껑이 열립니다.
꾹 참고 또 했습니다. 2시에 점심을 먹었죠.
배도 고프고 반찬을 많이 만들어 주니 맛있었던지 두그릇을 후다닥 먹더군요. 매우 좋아하더군요. 전 하나도 즐겁지 않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쉬지도 못하고 밥하고 잔소리 듣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또 밥하고 반찬하고... 에휴~...
점심 먹은거 치우고 나머지 반찬 다 해 놓고 오후 4시네요.
좋게 좋게 생각하자... 참고 참았습니다.
비디오 한편 보고 남편이 또 배고프데요. 흐..........
7시 쯤 저녁 차려 줬습니다.
아까 장보면서 남편이 삼겹살 구워먹자고 했는데 저.. 집에서 고기 구워 먹는거 싫습니다. 냄새도 많이 나고 추운데 환기 시키는것도 힘들고 저는 구워야 하고 남편은 먹기만 하고 다 먹고 그 기름기 치우는것도 짜증입니다.
집에서 구워 먹기도 싫었지만 서로의 말에 오해가 약간 있어서 결국엔 고기를 못 구워 먹었습니다.
남편이 고기 먹고 싶었는데 못 먹으니까 약간 짜증이 났나 봅니다.
된장 찌개해서 줬더니 뚝배기에 된장이 지글지글 끓었습니다.
남편은 뜨거운걸 못먹고 전 뜨거운걸 좋아합니다.
남편이 뜨거운 된장찌개를 보더니 자기는 뜨거운거 못먹겠다면서 왜 맨날 이렇게 뜨겁게 주냐고 그러면서 찌개를 옆으로 밀어내더군요.
그럼 좀 식으면 먹으면 되잖아!!!!!!!!!!!!!!!!!!!!
저 처음에 화 났지만 참자 참자... 손을 부채질 하며 애교 떨었습니다. 그러다 남편 표정을 보니 제 머리에 뚜껑이 확! 열려버렸습니다.
그냥 옆에 찬물을 찌개에 부워버렸습니다.
남편도 표정이 굳었습니다.
이러면 어떻하냐면서 화를 냈습니다.
저 뜨거우니까 찬물 좀 부웠다고 이제 괜찮을테니까 먹으라고 했습니다. 남편이 한숟갈 먹더니 맛이 밍밍하다면서 화를 내더군요.
저도 열받아 찬물을 부운건 화가나서 그랬다고 오늘 아침부터 왜 이러냐고 저도 화를 냈습니다.
그냥 좀 먹으면 안되냐고 그렇다고 못 먹을걸 주냐고 뜨거우면 식혀 먹고 짜면 조금만 먹고 싱거우면 많이 먹고 왜 이렇게 말이 많냐고
김치찌개를 끓이면 김치가 푹 안끓여졌다고 잔소리하고
무국을 끓이며 무가 푹 안끓여졌다고 잔소리하고..
조금만 맘에 안들면 결혼 전에 혼자 살때도 이렇게는 안먹고 살았다고 하고..
그때랑 지금이랑 같냐고...
저 소리 질렀습니다.
남편도 열받아 숟가락 젓가락 던져버리고 식탁에서 일어나 식탁 의자 제 쪽 바닥으로 던져 버리더니 밖으로 나갔습니다. 저 그대로 엎드려 울었습니다.
남편 그냥 집 나간줄 알았는데...
한 20분 있다가 들어오더니 식탁 치우고 음식 다 정리하고 설거지 하더군요.
저 계속우는데 신경도 안쓰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저 울다가 씻고 안방에 들어가 누웠습니다.
남편이 무섭고 밉고 저도 집 나가고 싶었습니다.
남편 밖에서 라면 끓여먹고 설거지 하더군요.
새벽 까지 TV보다가 안방에 들어와서 자더군요.
우리 부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저 아침에 일어나 아침상 차려주고 옷 챙겨놔주고 그러고 남편 출근했습니다.
계속 아무 말 없습니다.
제 생각엔 남편이 돈을 못 벌고 빚이 많은것에 대한 자격지심과 제가 돈이 없는 남편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는거 같습니다.
후........
저 어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