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을 살았다.
아내로, 며느리로, 올케로, 형수로, 외숙모로, 맏동서로, 질부로....
13년간 돈을 벌었다.
13년간 아껴아껴 마음껏 써보지도 못했다.
그래도 남은건 없다.
나에게, 내 새끼들에게는 못써도
시댁에 관련된 사람들을 위해서는 써야 했다.
난 그 흔한 무스탕도 없다.
13년간 가슴조리며 참고 살았다.
집안이 조용하기 위해서
나를 죽이고 살았다.
시부모님이 편찮으시다.
경제적인 문제때문에
직장도 그만둘 수 없고
며느리란 자리도 그만둘 수는 없다.
며느리라는 이 자리가
나를 미치게 만든다.
시부모님의 편찮으심
맏며늘로서 이건 나를 얽어매는 구속이고 비참함이다.
머리가 터질것만 같다.
마음으로 끌리지도 않는 시부모님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아도
매일매일 전화해야하고
보살펴 드려야 하는건
딸도 아니고, 아들도 아니고
그 책임은 바로 며느리란다.
그것도 맏며늘....
아이둘 낳아 기르고
종종거리며 출근하고
늦은 퇴근으로 시부모님 챙겨드리지 못하면
그냥 섭섭하고 밉고 그러신 모양이다.
어제는 너무나 힘들어서
며느리의 역할을 소홀히 했더니
오늘 된통 맞았다.
결혼,
행복은 잠깐이고
그 힘든 의무는 영원한 숙제이다.
이 자리를 포기하고 싶다.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롭게 날고싶다.
결혼, 그 지긋지긋한 삶의 연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