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엄니는 일흔훨 넘으셨다. 지금은 혼자 큰집에서 셋방내주며
사신다. 난 이제 30넘었다. 사정상 우리가 외아들이 되버렸다.
식구 무지 단촐하다. 제사고 명절이고 큰일있을때마다 가보면
미리 고사리는 볶기만하면 되게끔 비닐에다 대쳐서 거기에 들어가는
재료들끼리 분류해놓고(그럼 난 비닐풀어 팬에 따뜻하게 볶기만한다)
잡채는 파 양파 당근 또 뭐가있나? 모든 재료를 적당량 썰어 또
비닐에다 담아놓고 (그럼난 비닐풀어다 볶기만하고)...
3년내내 그러신다. 넘 부지런해서 또 새벽잠이 없으셔서 3시4시부터
일어나셔서 부엌에서 딸그닥 걸레들고 온집안청소 유리청소 물청소..
그소리에 새벽에 잠을 설친다. 결혼초엔 같이 설쳐야하는줄 알았는데
에이 그것도 천성이고 낙이다라고 내편할대로 단정하고 지금은
아침까지 쿨쿨 같이잔다. 아침에 다된 밥과 국에 난 나가서 수저만
놓고 커피만 들고와도 내덕에 잘먹은것처럼 하신다.
그집안제사는 오밤중에 남자들만해서 열댓명와 밤놔라 대추놔라
**이다. 엄니는 제사음식보다도 그 남정네들 밥상에 술상이 더
힘들다하시며 제사음식 몇일전에 다 준비해놓고 그사람들 새김치며
반찬을 따로 준비하신다. 와서 절도안하고 사람들얼굴이나 보고
밥먹고 술먹고 놀다가 새벽에들 가신다. 첫제사때는 얼마나 억울해서
울었는지.. 제발 우리끼리 단촐하게 지내는게 엄니를 포함 세식구
소원이다. 우리집은 종손인가 장손인가된다. 난 신경안쓴다.
첫딸을 낳았다. 태몽부터 엄니가 다 꿔주셨고 딸태몽이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흐뭇해하셨다. 잘키워란다. 텔레비에서 똑똑한
여자들나와 강연하고 얘기하는거보면 엄청 부러워하시며
저런 사람들은 가만보면 애기때부터 집에서 귀하게 잘키워서 그런것
같다고하시며 우리딸 낳고부터 백일이고 돌이고 엄청 챙기셔서
엄니덕에 안할것도 다하고 공도 많이 들이신다.
새벽에도 할머니등에 업힐려하면 자다가도 버떡일어나 업어주신다.
같이 살면 애버릇 무지없어지겠다는걸 응근히 많이 느낀다.
세상이 많이 바꼈다시면서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말고 능력껏 낳아서
잘 가르치란다. 이러면 안되는데 엄니가 둘이다보니 비교가된다.
죄금 반대다. 좀더 좋은 여자가 들어왔으면 얼마나 대접잘받고
좋았을까? 그런생각이 들정도로 존경스러운 면이 많고
.................할말은 더많은데 이리 욕먹을 글을 쓴 이유는
저 밑에 50드신 시엄니글을 읽다말고 엄니생각이 나서 꼼지락거려본다.
같이 살아라고 이웃에서 그러면 울엄니왈 떨어져서 가끔보면서 반가워야 이쁘지 같이살면 못볼거다보고 산다고 내가 힘이 있는데 뭐하러
같이 사냐고 하신다. 같이 살면 게을러터진 내꼴보다 화병나기 딱좋지.
.............자랑은 절대 아니다. 그래도 시자 붙은집이라 백날
내게 잔치해줘도 부담가는 존재니까? 난 단지 저 밑에 글읽고
순식간에 쓰고싶은 유혹을 느꼈다. 젊은 시엄닌데 저렇고 그런다고
그렇게 살아주는구나. 내가 그리 갔으면 어찌됐을까...생각도 해보고.
난 시골 엄니한테 간다. 대단한분이다라고 ㅁ매번 느끼지만
그래도 가기 싫다.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