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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시어머니,친정엄마


BY 눈송이 2001-12-10

토요일에 형님전화받고 시댁으로 달려가 김장꺼리 다듬었다.
열두시에 시작해서 밤열시에 끝났다.남편은 밤열시에
모임갔다가 날 데리러 왔다.오늘도 한잔한 모양.
결혼하고 처음 김장이구 40포기정도 준비하느라
친정과는 비교도 안되는 노동량.

허리가 쪼개질 듯 아파 집에 가고싶은맘 굴뚝이었다.
날 쳐다보는 시어머니와 작은형님의 애절한 눈빛.
자고 내일 김장하고 갔으면 하는 표정.
난 너무 아파 내일 성당가야한다며 남편과 나왔다.
남편은 기분안좋은 표정. 고생했지..한마디 기대하다
지쳐 그냥 잠들었다.서움함을 뒤로한 채. 또한
오늘 고생한건 난데 자기가 왜 기분이 안좋을까?

그는 기분안좋아도 이러쿵저러쿵 가타부타 말이 없다.
난 의견을 생각한대로 표현하는 스타일.
잘 때 생각했다.낼 일어나자마자 김장하러가야지.
우리 형님 어머니만 고생하게 할 순 없지.
근데 일어나보니 몸이 말이 아니었다.천근만근이었다.
허리가 아파 밤새 폭탄피하는 꿈에 시달렸다.

더 서운한건 내 고생 아랑곳않고 남편이 웬일로 새벽에
일어나 김장안가냐고 성화다.너만 고생하는거 아니지않느냐
이러면서 훈계다.난 뚜껑열려서 같이 말다툼했다.
난 갈생각이었고 사람이 하고싶어도 몸이 아프면 잠시
쉴 수도 있는거라고 얘기했다.사람의 진심을 몰라주고
꽤부리는 며느리취급했다.꼭 이방인 대우를 받는 느낌...

정말 미웠다.내가 시댁에 99개 노력하면 한개 못한다고
성화다.내 진심은 그게 아닌데.난 사위노릇요구안하는데
그는 왜 완벽한 며느리가 되길 바라는지.
색시야 힘들었지?힘들어도 하루만 더 고생하자.라고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어도 더 기분좋게 일하러 갔건만.
입이 퉁퉁 부어 김장하러 갔다.우리 시어머니 넘 기분좋으셔서
힘들었지만 하루 무사히 잘 끝났다.또 안오려니했던 막내며느리랑
처음 김장 담그셔서 더 좋아하셨는지 아님 막내아들이 이것저것
들어주어 기분이 좋으셨는지 나도 흐믓했다.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난 너무 서운해 집에오자마자
울었고 시댁화장실에서도 걸레빨며 울었다.아무리 힘들어도
남편의 따뜻한 말한마디면 모든게 녹을텐데.
난 집 나왔다.춥고 배고팠다.남편이 제발 가지말라는 말을
뒤로 한 채.친정가고싶었으나 내얼굴에 침뱉기라 차마 갈 수 없었다.
공원에서 이것저것 생각하다 성당미사에 갔다.가정의 화목에대해
오늘따라 평화신문에서 어떤분이 오셨다.
내기분이 많이 풀렸다.집 나간지 두시간만에 오니 남편이
많이 반성했나보다.많이 부드러워지고 자존심 굽히며 잘못했단다.
자기가 고지식해서 날 이해못해줘 미안하단다.
그럼 그렇지.기분이 많이 풀렸다.미워서 밥 주기싫었는데
작은방에서 웅크리고 자는 모습이 안쓰러워 삼겹살 구워
같이 식사했다. 나 미오안할 거지?하면서 애교부린다.아이같은 남편.

그게 바로 어제일이다.오늘 친정어머니의 다급한 전화.
백만원만 꿔달래신다.하지만 우리도 대출금 갚느라 빠듯한 형편.
내게 있는돈 탈탈 털어 20만원 그냥 드렸다.한편으론 아쉬울땐
딸 찾고 평소엔 아들찾는 친정엄마가 서운했으나 한편으론
시집간딸 김장해서 몸아프다고 집안일 다 해주시는 엄마께
넘 죄송스러웠다.하시지말라고 한사코 말려도 소용없다.울 엄만.
오늘도 가시는 뒷모습이 쓸쓸하고 마음아프다.
남편 사별하고 고생많이 하신 울엄마.돈도 못해드리는 딸 마음을
아시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