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346

옆집아줌마가 의심스러워요.......


BY 어쩌죠.... 2001-12-11

저는 결혼 4년의 아들 하나를 가진 주부입니다.
지금 사는 집에 이사온 지 6개월....
다세대 연립주택이라 문만 열어 놓으면 앞집도 훤히 뵈는 구조랍니다.
옆집 아줌마는 저보다 5살 많고, 시집도 일찍 왔나 보더라구요.
성격도 저와 잘 통해서 빨리 친해지게 ?獰楮?
여름내내 문 열어 놓고 옆집 사람들과 왕래하며 잘 지냈지요.
그집은 아이들도 커서 우리 애가 심심해 하지도 않고 좋았답니다.
간식도 같이 해 먹이고 김치도 같이 담그고...그렇게 지냈어요.

그런데 이사오고 두어달 되던 어느날 결혼반지가 없어진 사실을 알았답니다.
저는 제가 어디 다른데 두고 잊었나보다 하고 혼비백산 찾았지만
아이 낳고는 거의 꺼내보지 않았던 게 생각났어요...
그래도 이사 올때 가장 소중히 품고 온 게 보석상자였는데....
참 이상하다.....하면서도 남편에겐 말도 못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후로도 자주 일어났습니다.
립스틱 같은 작은 화장품, 지갑속의 몇만원 중 한두장.......등등
그 집 식구들 외에는 방문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므로 저는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첨부터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다 학원이다 얼굴 보기 힘들어졌을 때 그 꺼림칙한 일들이 생겼으니까요......
더구나 그렇게 착하고 순진한 아이들을 의심한다는 것 자체가 죄스러웠지요.

하지만...가을이 끝나도록 그 집 아줌마는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조심을 하고 눈여겨 봐도 전혀 눈치를 못 채겠는데
물건들이 스스로 사라지지 않는 이상 왜 없어지는 건지.....
일주일에 하나 정도씩 뭔가가 없어질때마다 저는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어요.
그래서 점점 몸이 아프다, 외출해야한다, 낮잠을 자려한다는 둥
이리저리 둘러대며 그 아줌마를 피하다보니 요즘은 발길이 뜸해졌지요...
역시 작은 물건들이 없어지는 일들은 더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모처럼 날씨가 좋아서 빨래를 옥상에 널었었지요.
옥상에 널어논 빨래를 걷어와 갤때는 몰랐는데 오늘 외출하려고 스웨터를 찾으니
아무리 찾아도 없는거여여....그날..손으로 정성스레 빨아 널었던게 생각이 났지요....
그 옷이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되고, 저는 다시 그 아줌마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의심하지 않으려해도 모든 상황이 의심하게 되있네요....
지하와 1층 한 집은 아직 아무도 안살고 한집은 새댁이 빨래를 늘 방에다만 널고
한 집은 할머니가 옥상 안 가시고 결국 옥상 드나드는 사람은 나랑 그 아줌마 뿐인데....

의심하기 전에 저에게 물었습니다.
스스로 지나치게 소심한 것 아닌지....
남을 의심하는 병의 초기증세인지.....
그도저도 아니면 물건을 어디다 뒀는지 기억을 못하는 건망증세인지...
하지만 그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없어진 물건들이 일부러 저 미치게 하려고 누가 치운것도 아닐테고
그 아줌마 안 오기 시작하니 아무 이상 없던 것이 밖에 널어논 빨래에서 문제가 생기고....

이제 빨래마저 밖에 안널면 그만이지만 옆집에 같이 사는 것 조차 꺼림칙하고
무엇보다 결혼반지 때문에 속상합니다.
돌려받고 싶지만 방법이 없네요.....물론 아줌마가 가져간 걸 확인 한건 아니지만.....
이런 글을 쓰면서도 남을 의심하는 나쁜 이웃이라고 흉 잡힐까 두렵기도 하고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그 소중한 결혼반지는 영영 못찾는 건지...
답답해 미치겠네요.....남편이 알면 난리 날텐데....
똑같은 걸 사다 놓을 제 형편도 못되고....

아줌마는 아까 저녁때도 마주쳤는데 아무렇지 않게 인사합니다.
특별히 사치스런것도 볼수가 없고 다만 결혼을 어려울때 일찍해서
신혼여행도, 결혼예물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시집왔다는 것만 알뿐...
내일 아침이면 또 마주칠텐데 정말 아줌마 볼 기분이 아니랍니다.
스웨터 때문에 저 오늘 확실히 열받았어요.....잠도 안오고.....
어찌해야 좋을지......다른 곳으로 이사가는 길 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