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다기 보다... 마음이 쓸쓸합니다.
매일 같이 출근 했었는데, 오늘은 그냥 먼저 나와버렸습니다.
화가 났다기 보다는 그냥 혼자이고 싶어서요...
임신 8주를 좀 넘기고 있습니다.
임신 초기에 굉장히 심하게 입덧을 했습니다.
먹은것 다 토하고, 뭘 좀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기운이 없고, 그저 졸리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었죠... (아시죠? 이런 상태...)
그래서 임신한 이후 일요일은 하루종일 집에서 꼼짝을 안했답니다.
아니, 할수가 없었죠... 예전 상황과 반대로, 심심한 남편은 자꾸 나가자고 보채고, 이것 저것 귀찮은 저는 그냥 잠만 잤죠.
외출하는 것도, 남편과 관계를 갖는것도, 음식을 준비하는것도 다 싫었죠..
아마 그때 부터 문제가 시작된것 같은데...
전 제가 이렇게 몸상태가 안좋다는 것을 남편이 당연히 이해할거라고 생각했죠... 나만의 아기가 아닌 우리의 아기이니까요...그렇지 않았던건지...
한 달가량 그런 생활을 해온 현재......
제가 화장실에서 웩웩 거려도 한 마디 말도 없습니다.
아기에 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싶어서 말을 꺼내도 그냥 한 두마디 하다 흐지부지~
애칭을 짓자는 말도 장난으로 흘려버리고, 태교음악 좀 다운받아 달라는 것도 한 세월~
그제는 새벽 4시에 들어오고, 어제는 12시 반에 들어오고 잠만 자고 나갑니다. 평소 귀가 시간은 평균 10시입니다.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랍니다.
둘이 같이 있는 시간도 말 한마디 안합니다... TV보고, 컴퓨터게임하고, 밥먹고 자는게 집에서의 모든 활동이죠~
뭐가 잘못된건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남편이 싫고 미울뿐... 쳐다보기도 싫습니다. 나를 무시하는것 같고...
남들은 첫 애기 임신하면 맛있는것 사다 나르기 바쁘고, 앞으로 애기를 어떻게 키울까 얘기도 많이 한다고 하는데...
결혼 1년, 첫 임신 두 달째....
말만으로는 가장 행복해야 할 것같은 지금...전 너무 우울합니다.
이렇게 우울한 기분이 아기에게 영향을 끼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도, 어찌 할바를 모르겠습니다.
화가 난다기 보다, 기운이 없고, 쓸쓸하고 외롭습니다.
마치 남편이 아기를 싫어하는 느낌이 들어서...
저를 싫어하는 느낌이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