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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천형이네요


BY 딸 2001-12-17

어릴 때, 전 제 방을 따로 썼었지요.
남동생이 있는데, 걔는 엄마 아빠랑 같이 자고 전 제 방에서 잤거든요. 어쩌다가 내 남동생이 제 방에 와서 잘라치면, 엄마가 그렇게 말리더라구요.

하루는 이모에게 엄마가 말하는걸 들었죠.
**가 지 누나방에서 자겠다고 하면 못자게 말린다고.
그 방은 연탄가스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에, 혹시 가스라도 맡고 잘못 될까봐 못자게 한다고..그래도 그 녀석은 그렇게 지 누나랑 잘려구 한다구......

저 그때 10살이었구, 제 동생은 7살이 었어요.

그 말이 비수처럼 꽂히더군요.

그럼 난, 연탄가스 많이 나는 방에서 재워도 된다는 말인가요.
연탄가스 맡고 아침에 아팠던 적도 있어요.
그래도 엄마는 그 방에서 자지 말라는 말 저한테는 한번도 안했거든요. 그냥, 잘 안나는데, 왜 어제는 냄새가 났지? 그러기만 하고.

제가 더 어렸을 때, 동생과 싸우면 엄마는 날 앉혀놓고 이렇게 물으셨죠.
'너 동생 밉지? 솔직하게 말해봐. 걔가 죽었으면 좋겠지?'
전 어렸었지만, 엄마가 그렇게 말하는게 정말 힘들었었어요.
동생이 죽었으면 바래본 적은 정말 한번도 없었거든요.
그래도 엄마는 저는 동생이 죽었으면 하고 바라는 애인양, 항상 못됐다고 욕했어요.

비가 많이 오던 어느날, 학교에서 예방접종을 했어요.
갑자기 비가 왔으니 우산이 있을리 없었죠.
아이들은 엄마가 데리러 오고...그러는 가운데, 주사도 맞았는데 물들어가면 안된다고 하고....그래서 전 엄마를 기다렸어요.

안오시더군요.
친구가 자기 엄마랑 집에 갔다가 우산 하나를 더 들고 다시 학교로 왔더군요.
그 친구 우산을 쓰고 가고 있는데, 바로 앞에 엄마가 우산 딱 한개를 쓰고 와서 제 동생만 씌워가지고 가고 있지 않겠어요.

11살 때 일이었지요.

엄마는 아플 때마다 저때문이라고 했어요.
난 얌전한 아이였거든요.
바른생활 아이였어요.
그래도 엄마는 저 때문에 아프다고 하고 안좋은 일이 생겨도 저 때문이라고 했어요.

우스운 이야기지만, 전 대학 졸업할 때까지 엄마가 아프거나, 안좋은 일이 생길 때는 저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뜨셨을 때도 엄마는 저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그러데요.

정말 괴로웠지만, 전 저때문이라고 자책하면서 살았어요.
나를 착하게 해 달라고 기도도 많이 했었죠.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엄마와 지내는게 하루하루 지옥같았어요.

직장에 다니면서 어느순간 자신감도 조금씩 생기고, 많은 괴로움과 고민끝에 이 모든 일들은 내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지요.
그걸 안 순간, 얼마나 홀가분했는지....
항상 무엇엔가 갇혀 살고 있는 거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고 우울하고....사는게 이유없이 항상 힘들었었거든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신감도 많이 회복하고 성격도 밝아졌죠.
그러다가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우리 엄마는 결혼을 두번 하셨거든요.
전남편에게서 언니가 하나 있어요.
함께 자라지도 않았고, 그 언니가 어릴 때 엄마는 이혼을 하고 우리 아버지와 재혼을 한거였거든요.
엄마는 그 언니를 키우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있었는데, 그걸 이상하게 풀더군요.
제가 그걸 보상해야 하는양, 저한테 요구하는게 많더라구요.
저야 무슨 죄가 있나요.


시집식구들은 당연히 저와 남동새 뿐이라고 알고 계셨지요.
남편은 사정을 다 알고 있지만, 우리 아버지 딸은 나니까..그리고 호적상에도 그렇고...

청첩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엄마가 저에게 그러더군요.
차녀라고 쓰라고.
그 언니가 내가 장녀라고 쓴 걸 알면 섭섭해 할거라는 이유를 들면서...

난 아버지의 큰 딸이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엄마는 호적상 우리 아버지의 아내로 되어있고, 아버지 밑으로는 나와 내 동생 둘 뿐인데...
엄마가 내 입장같은건 하나도 생각치 않고 당당하게 넌 차녀니까 청첩장에 차녀라고 하라고 말하는데,

남편에게 이야기 했더니, 펄쩍 뛰더라구요.

그때 엄마하고 인연 끊으려고 했어요.
어떻게 내 입장은 눈꼽만치도 생각안하고 단지 그 언니가 섭섭해 할거라는 이유를 들어서 나한테 그런 요구를 그리도 당당하게 할 수가 있는지... 정말 딱 한순간에 마음이 떠나더군요.
엉엉 울면서 이 결혼 안한다고 ... 하니까 저를 흘겨보면서 " 싫으면 관둬!! 미 못된년!! 못되 쳐먹은 년!"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돌아 앉더라구요.

엄청 울었어요.

전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눈물밖에 안나요.
그 청첩장, 그 언니한테는 안줬데요. 섭섭해 한다고.
그게 섭섭할 일인가요?
다 크도록 집안의 장녀로 자랐고, 아버지도 절 큰딸로 얼마나 인정했었는데, 한순간 차녀가 되고,
엄마 친척들은 다 절 둘째딸이라고 하지요.
엄마 친척들이니까 그렇게 이야기 하는걸 이해하려고 해도, 정말 듣기 싫고 한순간 우리 아버지는 뭐였나...이런 생각까지 들고.

그래도 엄마니까, 다 잊고 잘 해드리려고 했는데...
결혼하고 그 언니는 나한테 전화 한통화 안하거든요.
언니라고 바라지도 않지만, 한 것도 없고, 말이나 함부로 하고 만나면 사람을 너무 기분 나쁘게 해요.
항상 제가 자기보다 잘 못될거라는 우습지도 않은 이야기나 하면서..

그런데, 저보고는 언니한테 안부전화 하라고..
언니한테는 그런 이야기 운도 안띄우지요.
엄마는 그 언니한테는 죄인이니까.
그러면서 저한테는 친언니로 생각하라고, 언니한테 전화 자주 안한다고 못되쳐먹었다고 욕하고, 소리 지르고.
인사 가라고 그러고.
엄마 말대로 전화하고 인사가고..

마주 대할 때마다 너무 불편하고, 이게 아니다 싶고...
그래도 엄마 때문에 했는데, 들을 소리 못들을 소리..다 듣고..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소리 들어가면서, 이렇게 불편해 가면서, 이렇게 맘 상해가면서 인사가고 연락하고 해야 하나...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엄마는 그 언니에게는 어떤 요구도 안해요.
눈치보고, 비위 마추고, 그 언니 맘상할까봐 말도 조심하고 그러죠.

엄마가 그 언니에게 어떻게 하든 그건 제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저한테 엄마가 못다한 것까지 하길 요구하는건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엄마가 저한테 그런걸 요구하면 안되죠.
그리고 욕하고 아무렇게나 말하고 모든 잘못된 일은 다 나때문이라고 억지부리고....

엄마가 그러고 나면, 난 밤새도록 울어요.
엄마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 결혼하고 남편 붙들고 얼마나 울었는지...남편은 엄마가 잘못하고 있지만, 그렇게 사셨던 분 바꿀 수는 없으니 저보고 참고 힘들어 하지 말라고 하지만,
우리 엄마, 말도 없고 얌전하면서 은근히 눈빛으로 그리고 말로 사람을 얼마나 죄는지...같이 안살면 모르거든요.
자식들, 아니 저한테 잔정도 없구요.

제가 아기 낳고 아기를 데리고 친정에 놀러와서 며칠밤 자는데요.
처녀때 제가 쓰던 방에서 자는데, 그 방이 겨울에 참 춥거든요.
제가 처녀때 춥다고 그러면, 너는 정신병자냐..춥긴 뭐가 춥냐. 정상이 아니어도 한참 아니다...미치지 않구서야 이 방이 왜 춥냐... 쟤는 정상이 아니다. 니 몸은 구조가 어떻게 생겼길래 그 방을 춥다고 그러냐. 따뜻하기만 한데 괜히 시비거느라고 맨날 미친소리 한다..그러더던 방인데..

나 결혼하고 남동생이 그 방을 잠시 써보더니, 그 방이 겨울에 너무 춥다고 그러더라구요.
남동생이 춥다고 그러니까 엄마가 그제서야 그 방이 정말 춥다고 그러는거 있죠.
제가 몇년을 쓰면서 그렇게 말해도 나보고 정상이 아니라는 둥, 미쳤다는둥, 정신병원에나 들어가야 할 년이라는 둥, 별별 소리를 다 하더니 남동생이 춥다고 하니까 당장 그 방이 정말 춥긴 춥더라...그러는데..

하여간 추운 방에서 며칠을 보냈는데, 아기 이불 두개 덮히고 /
엄마는 저한테 이불 잘 덮고 자면 안 춥다고 그러더라구요.
공기가 너무나 차가운데 말이죠.
알았다고 그러고 지냈죠.

그런데, 남동생 아이가 자꾸 그 방에서 저랑 같이 자겠다고 하는거예요. 그래서 제가 데리고 자겠다고 하니까..

엄마가 안된다고 , 말도 안된다고 그러더라구요.
그 방은 추워서 애가 감기 걸린다고.. 조카는 엄마가 데리고 자야 한데요.
우리 애는 10개월이었거든요.
조카는 5살이구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10살 때, 그 연탄가스 냄새 나는 방이 생각 나더라구요.
이불 잘 덮고 자면 안 추운 방인데, 10개월짜리도 이불을 얼마나 차내면서 자는데....어째 남동생 아이는 추워서 감기 걸려서 안되고, 우리 아이는 이불 잘 덮고 자면 괜찮나요.

그래도 엄마고, 날 낳았으니 최소한의 정은 있겠지 하는 생각도 있고, 또 돌아가시면 후회할까봐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엄마의 그 잔정없는 말투...요즘은 과거에 저한테 못한것이 맘에 걸리는지 잘하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은데도, 불쑥불쑥 엄마에 대한 미움이 올라오네요.

지금도 여전히 저한테는 넌 정상이 아니다...이런말 잘 하지만...이젠 말해봐야 맘만 상하고 엄마가 달라질 것도 아니고.. 손가락도 좀 더 아프고 덜 아픈 손가락 있다는데 난 좀 덜아픈 손가락이었구나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데도..그래서 속이 상해도 그냥 암말 안하고 그냥 잊으려고 하는데도,...

엄마가 저를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는 같다고 생각되고, 지금도 내 생각은 조금도 안하고 엄마 생각, 남동생 가족들 생각, 그리고 엄마의 큰딸 생각 하는데 날 어떻게 활용(?) 하시려고만 하는거 같을 때
또 난 남편 붙들고 밤새도록 웁니다.
옛날 일들이 하나하나 다시 떠오르고, 그러면 눈물을 멈출 수가 없어요.

엄마에게 자식은 그 언니하고 남동생 뿐이고...난 자식도 아니구나...이런 생각 드네요.

어제도 엄마 때문에 속이 상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답답한데 어디다 말도 못하겠고, 엄마한테는 이젠 속상하다는 이야기도 안하거든요.
말해봤자, 인정도 안하고 나를 더 힘들게 하니까... 그리고 아프면 또 나때문에 그렇다고 하니까.

제가 전생에 죄가 많았나봐요.

그래서 난 자식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거나, 자괴감이 들게 하는 엄마는 되지 않으려고, 그리고 자식 입장을 생각하고 힘이 되어주고 따뜻한 엄마가 되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엄마한테 받은 그 강한 영향이 드러나진 않을까 항상 염려스럽고 초조하네요.

여유가 좀 생기면, 이 문제를 가자ㅣ고 오랜 정신 상담을 받고 싶을 정도예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 인생이 달라질 거 같지 안아요.
엄마의 나를 대하는 태도때문에 지금도 난 사람들이 날 좋아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을 대하게 되고, 누가 날 책하는 말을 하면 그 말이 농담이었다 해도 가슴에 꽂혀서 그 날밤은 괴로와하고 잠도 못자고 울거든요.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네요.
몸은 떨어져 있지만, 자식노릇하느라고 자주 찾아가고 전화하고 하는 것도 다 하지 말고, 용돈 드리고 보약해 드리고 그런것도 다 끊고, 그냥 일정기간 안보고 전혀 신경 안쓰고 살고 싶네요.

용돈 드리고 앞에서 웃는 얼굴로 대하고 해마다 보약 해드리면 뭐해요.
난 그렇게 하면서도 맘이 편하질 않아요.
맘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솔직히 말하면요.
그런데, 엄마 돌아가시면 후회할까봐 그래서 내가 더 괴로울까봐 하네요.

엄마의 따뜻함과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는건, 자식에겐 천형과도 같은 벌인거 같아요.
그 아픔이 자기 노력만으로는 쉽게 극복되지 못하는거 같아요.

내 자식 어떻게 키워야 할지...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 아이도 나중에 크면 엄마때문에 힘들어 하진 않을지...정말 난 앞날이 불안하고 힘들어요.

엄마로부터 벗어나고 싶네요.
엄마하고 연결된 것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괴롭고...
어떻게 하면 좋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