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있어도 눈이 자꾸 젖어 왔습니다. 어제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족들의 필요에 의해 늘 그자리에 힘들단 말도 속상하단 말도
안해야 할것 같기에 참으며 그런데 사십 중반을 넘는 나이가 버거웠나
봅니다. 내 몫이려니 내 과제려니 하며 참던 일들이 힘겨워 누구에게
얘기하고 싶은데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도 남편도 아는 척해주지
않습니다.엄마는 왜 그런 얘길 나에게 하냐고, 오십 바라보는 여자가
뭐 그러냐고 나이 값하라고 좀 더 얘기하려면 피곤하다고 불 끄고
잡니다. 내일 출근 해야한대요. 난 절박한데 가슴이 터지도록
답답한데 결혼 후 이때까지 한 번도 제 얘길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들어 주지 못합니다. 화내고 내 능력은 그거니 못살겠다면
능력있는 다른데 가서 알아보라고 힘들다하면 자가가 왜 힘드냐고
따집니다.항상 아픈것도 자기만 피곤한 것도 자기만 자기는 좋은
옷 입어야하고 소고기 먹어야하고 본인이 원하는 것은 다 해야하는
함께 살면서 배려라고는 할 줄 모릅니다. 나는 삼백 예순 날 찬
밥 먹고 살아도 한 번 거들어 줄줄 모르고 어쩌다 찬 밥 먹으면
찬 밥 먹어서 속이 허하다고 어제도 아침에 나가면서 늦게 온다고
늘 그래랬으니 별 기대도 안하고 살아요. 자기 약속이 깨지거나
별 볼일 없어지면 뒤늦게 전화하고 아이들에게 물어 봐서 나간다면
나가고 아니면 말고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 꼭지가 돌도록 취해서
그 뒷 날까지 뭉개다 또 전화오면 나가서 혼자 즐기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뭐라 얘기하면 눈 까뒤집고 잔소리한다고 더 야단이고
그러는 사이 나는 많이 포기하고 마음 접고 아이들 어릴땐 아이들
붙들고 살았는데 아이들이 커지니 허전하고 처량 맞고 어떻게
늙어 갈지 어서 늙어 정리 되면 좋겠습니다. 딸 아이는 자기 방을
노크 안하고 열었다고 화내고 아들은 말도 잘 안하려고 그러면서도
자기들이 필요로 할땐 당당하게 요구합니다. 나는 이 집에 누구일까요
의무는 있는데 권리는 없고 하는 일은 있는데 전혀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되는, 속상해서 우는 것 마저도 참아야하는 왜 우는지 들어 주려는
사람은 없고 짜증스러워서 언성을 높이는 사람과 가족이라는 끈으로
묶여사는 나는 정말 그들에게 가족일까요?늘 그자리에 그렇게
묵묵히 할 일만 해야하는 나는 사람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