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방에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네요. 사실 이 방에 글 쓸 자격요건 하나가 빠져서요. 나이는 삼십대 중반, 확실한 아줌마자격인데, 싱글이랍니다.
신세한탄 좀 할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마음이 꿀꿀해져서 정리해보려고 상황을 적어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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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내는 언니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성탄절 다음날 저녁을 먹으러 오라고 친절하게 전화를 해왔다. 해야할 일이 많고 연말 저녁을 분주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어서 그냥 바빠서 못 갈 듯 하다고 말을 했다. 서로 사정을 잘 아는 언니이기에 아쉬워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나와도 친하게 지내는 그의 외국인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가 전해준 아기백일선물이 맘에 든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그러니까 꼭 저녁을 먹으러 오라고 다시 초대를 한다.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감기로 시간을 많이 뺏겨서 마음이 조급한 나는 사람들과 다정히 어울릴 마음의 여유도 부족한 상태. 갈 생각 별로 없으면서도 혹시나 해서 누가 또 오느냐고 물었다. 올해 상처하신 남자분이 함께 초대를 받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고 물었더니 그게 다란다. 그래서 원래 안 갈 생각이었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안 가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친한 사이긴 하지만 내 태도는 예의가 없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전화를 끊고 났는데 왜 이렇게 자존심이 상하는 것일까. 한 대 세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마음 속 어딘가가 아픈데 아픔의 정확한 이유도, 그리고 그 화풀이를 누구에게 돌려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나는 무력감에 빠진채 하루를 끙끙 앓았다.
그 부부는 특별한 생각 없이 그렇게 초대를 했을 것이다. 한해 동안 친하게 지냈던 사람, 연말에 외롭게 지낼 것 같은 사람, 불러서 밥 한번 먹이고 싶은 사람을 따로따로 부르느니 함께 부르면 더 간단하고 모임도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자신들의 편의를 생각했을 것이다. 나의 결벽증이나 이상한 민감함 같은 것은 찬찬히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그 부부는 나를 실제보다 더 편하고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오해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사람을 몇 명 더 부른 것도 아니고 나이 많은 노처녀와 홀아비를 달랑 자신들의 단란한 가정에 초대한 부부에게 나는 화가 났다. 그 상처하신 분은 같은 교회분이지만 나하고는 말한마디 나누는 일도 없는 분이다.(내가 경계하고 조심하는 면도 있다, 혹시라도 구설수에 오르기 싫으니까) 그들의 무신경이 서운하고 속상했다.
이런 일에 이토록 발끈해야 하고, 대범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임할 능력이 없는 내 자신에 대해서도 또다시 화가 났다.
...(중략) 하지만 내 자신에 대해서 연민을 가지고는 있을지언정 그런 내 내면을 무시하고 어떻게든 결혼을 해야만 하겠다는 생각은 해 본적도 없고 억지로 그렇게 생각을 한다해도 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저 참한 노처녀를 누구하고든 짝을 지워줘야하지 않겠느냐는 식의 주변의 애정어린 시선에 상처를 받곤 한다. 내가 내면에서 나의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외부인들이 던지는 말과 시선이 나를 민감하게 반응하게 하고 화나게 하곤 한다.
...(중략) 함께 초대받은 그 분의 존재는 나의 콤플렉스를 이중적으로 건드렸다. 내가 원래 가진 내 자신의 벽이 가로막고 있는데다, 내가 나이 많은 노처녀여서 갖는 피해의식까지.
외국에서 몇 년을 지내면서 내 스스로의 삶이 그렇지는 않을망정 남녀관계에 대한 이곳의 자유로운 생각들, 관습과 조건으로부터 많이 벗어난 인간 대 인간의 만남들에 대해 친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나는 어쩔 수 없는 보수적이고 속좁은 구식여자인 것인지, 결혼이 당장 어쩌면 영영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야무진 꿈을 여전히 품고 있는 것인지, 우연히 홀아비와 함께 초대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이렇게 깊이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말았다.
이번 작은 사건은 나의 내면의 약점을 깊이 건드렸다. 아무 일 없으면 표시도 안나는 부분인데 우연인지 아님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란 의미인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아프게 만나게 된 나, 나의 결벽증, 나의 두려움, 나의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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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글이 되었죠? 넋두리가 너무 심하다 싶은 부분은 잘라냈어요.
홀아비란 단어가 왠지 비하하는 듯이 들리는 이유가 뭘까, 근데 달리 떠오르는 단어는 없구요.
제가 너무 스스로의 생각에만 몰두한 나머지 균형 잡히지 못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제가 그렇게 화를 내거나 속상해할 필요가 없는 일일까요. 다른 이들은 이런 경우를 맞으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반응을 할까요? 전 속이 많이 상하네요, 애써서 마음의 평정을 찾지 않으면 며칠 계속 우울할 것 같은 예감이 들 정도로요. 물론 제가 평소에 가졌던 문제점이 함께 느껴져서 그런 것이긴 하지요.
이런 고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분들의 객관적인 평 한마디 듣고 싶어요.
그리고... 연말연시에 주변의 노처녀들 너무 구박하고 괴롭히지 마세요. 정말 위하는 마음이라면 조용하고 따뜻한 배려나 아님 실속있는(!) 행동으로 도우시구요. 노처녀들을 불필요하게 공격적으로 만드는 것은 주변의 몰이해(때로는 모욕과 희롱까지)와 실속없는(주로 말로만) 간섭...^^
세계평화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