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나? 아니면 내가 아직도 이 사회의 습성에 적
응을 못하고 있는 걸까?
어제는 일주전에 맞춰던 로만쉐이드가 오는 날이었다.21만원에 설치까
지 해주는 계약이었다. 오전내내 기다려도 전화도 없이 오지 않았다.1
시쯤 내가 전화해 보니 오늘은 바빠서 안되고 월요일에 가겠단다. 황
당했다. 월요일에는 내가 집에 없으니 안된다고 했다.그럼 퀵서비스
로 보낼테니 설치는 나더러 하란다. 굉장한 배려라도 하는 듯이. 오히
려 약속을 지켜달라고 내가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약속을 지키
는 것이 의무이지 서비스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그런 개념이 전
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 저녁때 온단다. 우린 저녁때 약속이 있어
서 나가야 한다고 하고 그럼 퀵서비스로 보내라고 했다. 설치를 내가
하는 대신 돈은 다못주겠다고 했다. 커텐집 아줌마는 말도 안된다고
했지만 일단 그러고 전화를 끊었는데.... 5시가 넘도록 나갈시간이 되
어도 전화한통화 없이 또 오지 않았다. 전화했더니 7시에 설치하러 가
겠다고 하는 거다. 우린 나갈테니 소용없다고 이런 곳이랑 거래 못하
겠다고 취소하겠다고 말하고 전화끊고 나와버렸다. 밖에서 남편 친구
와 부부동반으로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울집
앞에 지금 설치하러 왔다고.잠깐이면 된다고 오라는 식이다. 황당하
다.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얘기는 아예 듣지도 않았던 거다. 내가 그렇
게 우습게 보이나? 아니면 이사회에서는 그럴때 모두 두리뭉실 소비자
가 한없이 너그러워져야하나?
얼마전 이사하면서 하나로 통신과도 그랬다. 이사하는 곳으로 2년 계
약이었던 인터넷서비스를 옮기?募鳴?연락을 했더니 그곳이 아직 하나
로통신이 들어가지 않는다고해서 얼마후 다시 해약 신청을 했더니..
그때는 말이 바뀌어서 하나로 통신이 되는 곳이라며 위약금을 내라
는 거다.난 이미 다른 곳으로 인터넷서비스를 신청한 상태였다. 회사
측의 잘못된 정보로 이렇게 된거니 난 위약금을 낼수없다고 하자 말
은 미안하다며 끝까지 위약금에 대한 설명을 읽어주는 거다. 마치 체
포되는 죄인에게 읽어주는 미란다 선언같이....내가 할 수있는 일은
안티사이트나 찾아보는 정도밖에 없는 것인지...
외국에서 살다가 귀국한지 1년. 도저히 적응이 안된다. 왜 한국의 아
줌마들이 싸움에 능통해 가는지 조금은 배운거 같다. 하지만 이럴때
어떻게 해야 '난 정말 성격좋아'라는 위로로 손해를 감당하는거 말고
제대로 살수있는지...여러분들이라면 어떻게 하시는지. 난 정말 배워
야 한다. 옆집 아줌마가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꾸민다는게 정
말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다짜고짜 '커피좀 주세요'라고 밀고 들어오
는 프뢰벨직원이나 '추워, 몸좀녹이고 갈께'라며 죄책감에까지 호소하
는 할머니외판원을 이용한 건강식품 외판원들을 겪고나니 왜 친절해
보이고 상냥한것보다는 남에게 무시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먼저인
지 조금씩 이해가 간다. 이제는 그런 사람들을 인간이 아니라 그냥 외
판원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을. '문전박대'는 손님에게 해당되는거지
외판원은 아니라는거.
참 속상하다. 외국에서는 내가 열심히 익혀야 했던 대인관계는 상냥함
과 절대로 남에 대해 이야기 안하기,약속은 철저히, 긍정적으로 이야
기하기였다. 미소와 상냥함. 절대로 남에 대해 좋은 점만 이야기하
기. 이것이 내가 몸에 익혀야 하는 것이었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매몰
차게 대하기부터 몸에 익혀야 한다. 어느새 모르는 얼굴들에게도 눈
만 마주치면 웃으며 인사했던 나의 얼굴은 외국에서 본 한인들 특유
의 그 무표정하고 약간 화난듯한 그 표정으로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탄만할 때가 아니라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랬다고 배워
야 할때다. 난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꾸민다는 말이 이제야 실감이 난
다. 커텐집은 '바쁘다'라는 리스트에 정작 일주전부터 예약이 되어있
던 나는 빠져있었다.설치까지 해준다는 말도 해본소리였다. 그러면서
한푼도 싸게해 주지 않았었다.전화상의 계약이라 자필로 서명한 계약
서가 있는 것도 아니니 정말로 취소할 생각이다. 어디 싸고 일 똑바
로 잘하는 커텐집 있으면 더불어 소개도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