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날씨가 따뜻해서 레포츠 공원에서 아이랑 둘이 자전거를 타고 왔다.
오늘은 점심때 괜히 밥차리기 싫어서 아이와 둘이 갈비를 먹고 들어왔다.
우리는 6년째 항상 둘이만 다닌다.
여름휴가도, 극장에도, 백화점에도, 놀이동산에도...
누가 우리 모자를 주시해서 본다면 편모가정으로 오해할지도 모를 정도이다.
사진 앨범을 보면 거의 아이의 독사진이거나 나랑 둘이 찍은 것들이다.
아빠랑 찍은 건 돐사진, 집에서 런닝셔츠 차림으로 찍은 거 몇장 뿐이다.
남편은 일중독, 돈벌레....처제 결혼식에도 일때문에 못간 사람...
신혼 때는 징글징글하게 다퉜다...나를 혼자 둔다는 이유로....
아이를 낳고도 보통의 가정처럼 세식구 손 잡고 나들이 한번 가보는 게 꿈이었다.
물론 한번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쉬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일을 하고 어쩌다 휴일이 오면
아주 가끔씩 서울로 드라이브하고 스파게티 사먹고 오는게 전부였다.
그리고는 큰 봉사라도 한 듯 일찍 돌아와 곯아떨어져 남은 시간을 잠으로 채운다.
그런 남편 덕에 이제껏 돈 걱정 안하고 내 맘대로 외식하고 싶으면 하고
옷 사고 싶으면 사는 등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한건 사실이다.
일만하는 성실한 남편둬서 고생 안하고 사니 얼마나 좋으냐는
위로같은 소리 들으며 그냥 참고 살아왔다.
여자문제 한번 없고, 술조차 하지 않으며, 어디서 뭘하는지 손바닥처럼 훤하기에
외로워도 쓸쓸해도 우울증에 걸려 괜히 하루종일 눈물이 흘러도
그냥 그렇게 참고 살았다.
그렇게 아이랑 둘이 남들하는 거 다 하고 다니면서....
그러다보니 어쩌다 남편이 집에 있는 날은 오히려 불편하기까지 했다.
낮잠을 자니 애 조용히 시켜야 하고, 눈 뜨면 배고프다니 먹을 거 해다 바치고,
나까지 밖에도 못나가고 그렇게 보내는 어쩌다 한번의 휴일이 오히려 짜증이 나더라..
참으로 점점 이상한 가족관계가 되어갔다.
그래도 부모님한테 일원한푼 못 물려 받고 혼자 힘으로 시작해서
40이 되기전에 확실하게 해놓지 않으면 자기는 쓰러지고 만다는 말을
늘 나에게 했던 남편...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형편이 너무 어려워 대학도 포기하고, 기술 자격증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온 사람이기에..
그 사람에게 돈이란, 없으면 죽고마는 것....
나에겐 돈이란 생활하기 위해 있는 것....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남편은 그런다..
돈 없으면 지금 이렇게라도 살수 있었겠느냐고..
돈이 없어봐야 그런 소리 안한다고...
하지만 난 신혼때 돈없는 거 알고 시집 왔고
돈 좋아했으면 당신한테 시집 안 왔을 거라고 대꾸한다.
내게 가정이란 포근한 단꿈같은 것...함께 있고, 함께 하고,
오랜 시간을 공유하며 정을 쌓아가는 것...
그에게 가정이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곁에 있어줄 편안한 둥지.
남편은 나에게 말없는 내조만을 바라고 있다.
그래도 난 같이 있고 싶어서, 떨어져 있기 싫어서 결혼 한건데
차라리 결혼 전이 행복했었다라고 답한다.
돈과 가정에 대한 가치관이 서로 다르기에 우리는 서로 쓸쓸해 한다.
지난 여름 강촌으로 피서를 갔을 때도 엄마랑 단둘이 온 집은 우리 뿐이더라...
아이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나는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남편도...아이에게 늘 미안해 하긴 하지만,
그렇게 미안하면 한달에 하루라도 아이랑 좀 놀아주지 그러냐...
내게 제일 하고 싶은게 뭐냐고 묻는 다면 남편과 다정하게 장을 보러 가는 것이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너무 외로운 우리 모자...
엄마가 재미있게 해주는 데도 아이는 유난히 아빠를 많이 찾는다.
외식을 해도, 공원엘 가도, 어디엘 가도 둘이만 다닌지가 오래라
익숙하면서도........
우리는 늘 외롭다....
집에 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