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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나


BY 나 2002-01-25

형님네 그리고 우리 매달 20만원씩 시댁에 생활비 보낸다
우린 넘 벅차다
서울에서 이천만원 전세라면 다들 알겠지만 코딱지만한 집에서 겨우 먹고 산다
남편 월급 백오십 남짓... 이래저래 빼면 생활비가 안남아 항상 카드 대출을 받아 쓴다
그래도 시댁 생활비는 드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빚이 늘어만 가도 매달 보내드린다

한번씩 넘 힘들어 울 신랑한테 하소연도 해보지만 더 흥분한다
그깟 20만원 드리는 게 아깝냐구...
그깟 20만원? 우리한텐 넘 큰돈인데
그럭저럭 그렇게 싸우다 넘어간다

이번달도 현금써비스 받아 송금했다

근데 엊그제 형님네 전화왔다
아주버님 회사가 어렵다며 하소연한다
이번달 월급이 안나온단다
울형님네는 그래도 잘사는 중산층에 속한다
강남 40여평 아파트에 연봉 1억은 족히 받는 아주버님...
한두달에 한번씩 가는 형님네...
갈때마다 넘 부럽다
우리 집 전체 2배쯤 되는 거실에 옷이건 화장품이건 뭐건 메이커 제품
에다 애들부터 아주버님까지 보약이며 영양제 등등
우리로선 꿈도 못꾸는 그런 것들이 구비되어 있다

그래서 지금도 버릇처럼 되 있는 건 형님네 다녀오는 길에 난 꼭 대형할인 매장에 들러 약 10만원 정도 장을 봐온다
큰맘 먹고 하는 쇼핑이다
사고 싶던 컵, 그릇들 그리고 먹고 싶었던 것들...

그러면서 울 신랑한테 하소연하면서 집에 온다
아저씨, 우리도 그렇게 아늑하고 이쁜 집에 살수 있을까?
난 울 신랑을 아저씨라 부른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요점은 울 형님이 이번달 생활비, 가지고 있는 주식 몇주 팔아서 생활해야 되니 시댁 생활비 못부쳐 준단다

자기네들 20만원은 소위 껌값일텐데...
시부모 생활비 문제땜에 형제가 모여 상의를 했었는데 그때 울 형님 가관이었다
눈물까지 보이며 우리 넘 어렵다 애들 학원비에 생활비 등등빼면 남는 것 없다며 자기네는 20만원밖에 못내니깐 이해하란다

난 결혼 1여년... 우리보고도 똑같이 내란다
난 웃으며 네... 했다 바보 같이

나 성격 넘 내성적이다
하고 싶은 말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고 겉으론 웃으면서 그렇게 생활한다
그 전화 받고 웃으면서 " 형님 넘 속상해 마세요. 곧 좋아질거예요"

끊고 나서 몇날 며칠을 속상해 했다
울 신랑 총각때 진 빚이 천만원 있는데 그 사람이 지금 당장 안갚으면 사람풀어서 울 신랑 회사로 보낸다는 둥 협박을 해대는 바람에 대출받아 모면했고 올 2월이면 전세금 5백만원을 더 줘야 하는데 그것도 문제고...

이래저래 우리 생활은 어려워만 가는데 그런 하소연 할 성격은 못되고 할 도리는 다 해야 하구

차라리 울 형님처럼 여우짓을 해가며 눈물까지 보여가며 그렇게 우리가족부터 먼저 챙기고 싶다

그렇게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
밉다
정말 죽고 싶다

제 하소연 넘 길었죠?
이번 구정때도 제사비에 시부모님 용돈에 조카들 용돈 등등 시댁에 들어갈 돈이 엄청날텐데 지금부터 걱정이네요
울 친정부모님한텐 용돈도 제대로 못 부쳐드릴 것 같네요
친정에 가진 못해도 용돈이라도 드려야 마음이 편할텐데...

그냥 그냥 못난 새댁이 하소연했다 생각하시고 읽어 주세요
이렇게 글로나마 쓰니 마음이 조금은 후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