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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사치일까요


BY 눈꽃 2002-01-27

아침에 일어나보니 바깥풍경이 그야말로 순백의 향연입니다
멀리 보이는 소나무가지엔 눈꽃이 피어 한폭의 동양화를 방불케하고
정원의 측백나무도 은행나무도 하얀 눈옷을 입고 있네요
가까운 구릉지에 융단처럼 깔려있는 눈을 보면서 설국이란 단어가 떠오르고..

이풍경을 앞에두고 젤먼저 드는 생각이
아~ 밥하기 싫다
에스프레소나 한잔하고 싶단 생각에 왠 사치..
그냥 피식 웃음이 나데요
밥하고 비린내 옷에 묻혀가며 생선굽고 상차리고
설걷이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이건 일도 아니네요)

이젠 다른주부님들같음 눈구경해도 되겠죠?
거실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이 기막힌 풍경을 차한잔하며
음미할수도 없는 내생활에 염증이 나더라구요
이런날엔 알바노니의 아다지오도 좋겠다..
아니면 헨델의 라르고는 어떨까
결혼전 한분위기했던^^* 가락이 아직도 남았던것인지...
처지에 안어울리게 왠 사치

거실엔 오늘도 변함없이 시옴니가 점령(?)하고
장의자에 길게 누워 TV소리 쩌렁쩌렁 울리고 있답니다
멀쩡한 안방 놔두고 주무시러 들어가기전까진 항상 거실을 점령하고
계시거던요
아파도 거실에서 끙끙 앓고계시고(안아픈 날이 없지만서두^^*)
맨날 보는 상활인데도 어떨땐 참 짜증이 나데요

애공~ 별게 다 짜증이 난다고...
그좋은경치 시옴니랑 다정하게 차라도 한잔하며 음미하지 하심
할말없지만 오늘따라 유독 더 이넘의 시집살이 지겹습니다

결혼할때 시집살이 하는것에 아주 원론적인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나도 부모형제 있는데 입장 바꿔놓고 보면 답이 나오더라구요
시옴니 연세도 많고해서 두말않고 모시고 사는걸로 결정했지요
흐흐~ 근데 살아보니 미치고 환장할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네요
것두 눈에 씌인 콩깍지 벗겨지고나니 더 힘드네요
눈에 콩깍지 붙이고 살땐 그래도 지금보단 낳더구만

애고 데고...
살다보니 콩깍지 절로 떨어지는날 수두룩하던데
오데가서 평생 붙여놓을 콩깍지 줏어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