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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속의 세여자


BY 꼴초 2002-03-09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중입니다.
길고도 지루하고 힘들었습니다.
저 끝에서 터널 밖의 밝은 빛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조금만 더.....미련없이.....조금만 더 힘을 내어....기어서라도 가기만 하면 됩니다.

지난 7년간의 결혼 생활....
제게 남은 것은 상처와 세상에 대한 배신뿐.
남편이 내게 남겨준 것은 사랑을 믿지 말라는 것.
이제 다시는 사랑도 결혼도 제게는 없습니다.
자식 무서워 그토록 지켜내려고 애썼습니다.
이해하고 묻어주고 살을 깍는 고통속에서도 그렇게 지켜내려고 했었습니다.
아니....남편을 너무도 사랑했습니다....
사랑했기에 헤어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저의 한계,,아니 인간의 한계에 도달한 것입니다.
터널 속을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더이상은 안됩니다....이제는 내자식을 위해 살려고 했던 마음이
내 자식을 위해 헤어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랑한다면 떠나줘야 할때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믿지 않으실겁니다.
저도 믿을수가 없습니다.
도저히 믿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 결혼생활을 생각해보면 우산속의 세여자.....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아무 부족함 없는 완벽한 남편곁에서 아주 행복하게 살던 아내.
그 남편이 사고로 세상을 뜹니다.
슬픔에 빠져 있는 그녀에게 나타난 두 여자.
첫사랑과 나이 어린 여자.
남편이 죽기전까지 아내와 똑같이 사랑하고 만나왔던 여자들이었습니다.
남편의 죽음의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도 못했던 그녀에게 남은 것은
남편을 잃은 슬픔보다 배신감이 상처가 되어 평생을 살게 됩니다.


저.....남편과 2년 열애하고 결혼후 부러울것 없이 살았습니다.
너무도 행복했지요....적어도 그 사실들을 내가 알기 전까지는....
어느날 우연히...아주 우연히....아...그날이 없었더라면....하고 생각하고 싶은
그 날.......... 제가 알게된 사실은.................
고2때 첫사랑 여자와 집안 문제로 헤어진 뒤로도 최근까지도 만나왔으며
그여자 하나가 아니라 스물 두살의 꽃같은 처녀애도 애인처럼 사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게 아무 부족함없이 사랑해주던 내 남편이 그런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하늘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너무나 사랑했기에........우리는 너무도 사랑했다고 믿었기에....
남편도 나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두여자도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첫사랑은 첫사랑이기에 자기가 버려서 불행해지는 것을 볼수 없기에...
그리고 어린 여자애는 자기가 첫남자라서 책임을 져야했기에.....
그래서 평생을 자기는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고 합니다.
자기도 힘들었지만 어느 누구도 상처를 줄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무도 상처받지 않았나요?........후우........

그후로 4년....아이를 위해 이를 악물고 살았습니다.
내 사랑이기에 지켜야만 했습니다.
헤어질수는 없었습니다. 넌 내 사랑이야 내 남자야 내꺼야!!!!
그를 정신병적으로 단속하였습니다. 괴롭혔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자들과 헤어지지 않았습니다.
몸이 나에게 있어도 그는 온전히 내 남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와 헤어지면 내가 그녀들에게 내사랑을 뺏기는 거라 생각하고
헤어지는 일만은 안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내 사랑은 3분의 1만큼이었습니다.
도저히 노력해도 안되는 것들이 세상엔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울고 불고 술먹고 지랄도 해보고 자살한다 쑈도 해보고
정말 그를 붙잡을 만한 짓은 다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술도 담배도 배웠습니다....
여자들을 만나서 혼줄도 내보고 다른 날은 만나서 애원도 해보고
그러나 남편이 마음에 그 여자들이(나를 포함) 있는 이상
세여자 모두 그를 놓아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만큼 남편은 여자를 사랑할 줄 압니다. 대단한 사랑입니다.
마치 마약에 중독되게 하는 무엇이라도 있는 듯 나역시 그 사실 알고도
4년을 이렇게 기나긴 지옥의 터널에서 헤메었으니까요.

지병이 있으신 친정엄마에게 충격이 될까봐 알리지 않았다가 결혼후 계속해서 살이 빠지고
너무나 신경을 쓰고 고민이 말도 못해 머리가 다 빠지고 먹지도 못하다가
급기야 키 170에 57킬로 였던 제 몸이 뼈만 남은 42킬로로 되자,
친정엄마가 나서시는 바람에 그간의 모든 일들을 털어 놓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나서도 길고 긴 싸움.......
모두가 지쳐갔습니다........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법원엘 갑니다.....
엄마는 위자료를 원하셨지만 저는 그냥 보내 주기로 했습니다.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새장에서 풀어준다고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도 사랑했던 내 남자.......그래도 행복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네요.
그러나.....
하루도 온전히 내 사랑이 아니었다는 생각은 평생 지울수 없을 겁니다.
그는 웁니다......나와 헤어질수 없다고 웁니다.
그러나 이미 모든것이 끝났습니다......
엄마의 말씀처럼 이젠 아이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 떠나야겠습니다.......

별거 3개월.....
처음엔 그가 너무나 보고싶고 그 여자들과 함께 있을 상상에 괴로웠지만
이제는 조금씩 마음의 정리가 됩니다.....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살도 조금씩 다시 붙는 것 같습니다.

이제 모든것이 끝나면 그가 있는 서울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떠날 것입니다.

그리고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그가 드리웠던 내 인생의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났으니까요.
길고도 지루했던 어둠의 터널에서 저는 조금씩 더 세상밖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정말로 미치도록 괴로울때는 이곳에 글을 쓸 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서야 옛날얘기 하듯이 한모금의 담배연기 내뿜듯 말할수가 있게?映봇?

남자의 사랑.....이제 그런거 믿지 않습니다.
사랑.....사랑????
푸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