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한 얘기는 아니고 어떤 사람의 얘기입니다.
제가 선입견을 벗은 기념으로 글을 남기고 싶기도 하고,
어렵게 사시는 분들 밝게 사시라고 말하고 싶어서요.
제가 새로 이사온 동네는 아직 오래된 집들이 많은 곳이예요.
이제 하나둘 빌라를 짓기 시작했고 그래서인지 오래된 주택에는 나이 지긋한 분이,
새 집에는 새댁들이 주로 사는 편이고 그래서 올드 앤 뉴의 분포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랍니다.
우리 바로 옆집이 바로 그런 올드한 집이예요.
그런데 베란다에 빨래를 너는 저와 달리 같은 시간에 늘 밖에 나와서
문앞에 건조대를 펴고 빨래를 너는 제 또래의 여자를 창 너머 마주치곤 하였지요.
너무나 깔끔하고 미인인데다 키도 크고 늘씬하기까지 해서 그냥 보는 것으로도 샘이 났지요.
사람들마다 조금 다르자나요, 어떤 이는 집은 정말 멋있는데 하고 다니는 건 안세련....
또 어떤 이는 하고 다니는 건 왕세련인데 집이 허름하기도 하고...
그 여자가 그런 편이었습니다. 집은 낡은 주택의 빗물도 샐것만 같은 지하에 살면서
옷이며 화장이며 어쩜 그렇게 잡지에나 나오는 모델 같은지.
댓살쯤 되보이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아들도 피부도 뽀얗구 귀티가 좔좔 흐르는 게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그런 집에서 사는 줄 모르겠더라구요.
저는 그걸 참 삐뚤게 봤나봐요.
저 이집 사서 왔는데 물어와서 대답하기 전엔 다들 전세인 줄 알구
갓 시집 온 새댁이 애 셋은 낳았을 것 같은 몸매에, 얼굴도 촌스럽게 생겼구.....휴
그래서 그 이쁜 여자가 솔직히 주는 거 없이 괜시리 싫었어요.
외모에만 신경쓰고 돈도 헤프게 써서 집도 못 늘리고 저러고 사는가 보다하고 혼자 입 삐죽이구...
이쁘면 뭐해? 시집을 잘 가야지..하기도 하고 저 참 못된 면이 있습니다.
특히 외모에 대해서는...제가 콤플렉스가 좀 많아서요.
그러던 중 어느날 바람이 심하게 불어 그 여자가 외출 나간 사이
널어놨던 그 집 빨래 건조대가 다 쓰러져 있더라구요.
그냥 지나치려다가 빨래가 불쌍해서 일으켜 세우려니 또 쓰러질 것 같아
건조대는 그 집 앞에 접어 세워두고 빨래를 가져다가 집에서 개켜 놨지요.
그러고는 시종 베란다 아래로 눈길을 주며 그녀가 들어오길 기다렸어요.
나두 참...뭐하는 건지.
그러고 보면 그 여자한테 제가 관심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이쁘니깐 미우면서도 관심가는 것 있잖아요.
5시쯤 들어오는 것이 보이길래 빨래 없어졌다고 하기전에 갖다 주었지요.
그여자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앵두 같은 입술 달짝이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오모나~ 고마워요~들어와여~ 차한잔 해요~ 하더군요...가까이서 보니 훨씬 더 이쁘네요.
거절하기가 뭐해서 들어갔지요. 아니 그 안이 궁금했습니다.
그런 여자가 살기엔 미스테리한 집이었으니까요.머쓱머쓱...
계단이냐구 나같은 여자는 들어가다 끼일것만 같은 좁은 계단을 지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놀랬습니다. 집안을 가득 채운, 아마도 모두 그녀의 솜씨일 것 같은 재활용 작품들.
아이 사진을 두른 액자며, 휴지걸이, 직접 수를 놓았디는 고급 커튼을 대신한 홑이불 자락이
전혀 촌스럽지 않고, 너무 아기자기하고 이뻤어요.
주방에도 직접 만들어 쓰고 있는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아이 장난감도 주로 얻어왔고 자신이 입는 옷들은 처녀시절 옷을 손질해 입는다는 군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외모에 너무나 예상밖의 생활이었어요.
화장품도 한가지 샘플을 주로 쓰고 색조니 뭐니 거의 오랫동안 쓰고 있는 것이래요.
더 놀란 것은 제 또래일줄 알았던 나이가 무려 35세라고 하네요.
저보다 7살이나 많았던 거예요. 정말 제 또래인줄 알았는데...
그런대도 피부도 좋구...흐미...난 뭐냐.
말이 35세지, 최진실이나 채시라 같은 연예인이나 어려보이는 건 줄 알았는데..
말하는 건 또 얼마나 조곤조곤 이쁘게 하는지 ..
성격도 좋구 여유로운 품성이더군요. 겸손함도 보였구요.
그날 이후 저는 자주 그 언니네를 놀러 갔지요.
주변에 친구도 없었고 하루종일 저 혼자였거든요.
그러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언니, 처녀때는 해외여행도 다니고 잘 나갔었는데
사랑이 뭔지, 가난한 남자에게 시집 와 친정에서 니네들끼리 잘 살아봐라하고
도움도 전혀 없고 받을 생각도 없이 그렇게 근검절약하며 살고 있는 거더군요.
얼마후면 좋은 집 사려고 전세로 이집저집 안다니고 그 돈들 착실히 모으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러다가 남편 얘기가 나왔을 땐 조금 울먹이려던 것도 저는 놓치지 않았죠.
자기 만나서 고생한다고..자기가 밖에서 일좀 하려해도 아이 어리니 생각도 말라고
남편 혼자 벌어도 충분히 모은다고 만류 한다며...남편에게 미안하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저에게 말했습니다.
벌써 자기 집을 갖고 시작했으니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더 알뜰하게 살으라고...
살 쪘다고 제 고민을 얘기했을 땐, 말랐다는 소리도 마찬가지로 고민인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고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면, 살쪘어도 신랑이 사랑하는데 남들 시선이 뭐가 중요하냐고
자기가 보기엔 이쁘기만 하다고 그렇게 말을 해주네요......
그런 모습들을 들여다보며 참...착하게 사는 구나..큰 욕심 없이, 하루하루 이쁘게..
집이 아무리 허름해도 그 언니는 진짜 부자로 보였습니다.
그 언니가 평소 얼굴이 해맑고 빛났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가꾸는 원동력은 비싼 화장품도 아니요,
화려한 집도 아니요,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요.
저는 속으로 너무 부끄럽고 미안했답니다.
그동안 이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 집에 사는 걸 우스워 했었고
나는 뚱띠인데 날씬하다는 이유만으로 바람이나 피고 다닐것같은 오해를 했던 제가
너무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언니에게 속으로 미안하기도 했구요.
또 제 친구는 60평 아파트로 신혼살림 시작했는데 저는 겨우 32평 빌라라고
괜한 열등감을 가졌던 게 후회되었었어요.
저는 요즘 그 언니에게서 많은 조언을 듣지요.
결혼 생활이며 아이 키우는 재미나, 재활용품 만들기, 화장하는 법까지 ㅎㅎㅎ
함께 시장엘 가면 사람들이 힐끗 힐끗 보는 것 같습니다.
뚱띠와 홀쭉이가 같이 다닌다고 웃는 것 같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제 저는 그런거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얘기를 하다보니 정신이 없어졌는데.
제가 하고픈 얘기는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당연한 애기를
제가 직접 경험 했다는 것과, 저처럼 뚱띠들을 미련하게만 보면 안된다는 거예요.ㅎㅎㅎㅎ
저는 글로는 쓰겠는데 말로는 자신이 없어 말은 못했지만
그 언니에게 말하고 싶어요.
"언니는 나중에 정말 좋은 집에서 더 행복하게 살거라고."
지금 어려운 님들....
언니처럼 밝고 이쁘게 지내시구요.
힘내시고...나중엔 부자 되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