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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가하기까지...


BY 연우엄마 2002-03-15

여기에 합가전부터 합가후의 얘기들을 올렸었어요.
가끔 너무 속이 상하고 터질것만 같을때마다 글을 올리며
위로받고, 용기주시는 답글들 보면서 위로받고 했었구요.

남편만 믿고 기다린다는 것에 더이상 자신이 없었어요.
남편은 들어온지 1년이 되었을뿐인데도 부모님과 함께하는 생활에
만족하며 그 편안함에 안주해 가는듯 보였거든요.
시부모님, 시동생들, 자주 와서 차려준 저녁 먹고 치우지도 않고
피곤하다고 가는 형님 내외들...
내 나름대로는 힘들고 항상 시간에 쫓기면서, 초조하게, 여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남편은 일땜에 귀가가 늦은 자신을
저와 아이 둘만이서 기다리는게 불안하지 않아서 좋다는 핑계로
처음 약속과는 달리 아예 분가의 생각을 접어둔것 같았어요.

결혼후, 시댁의 돈문제로 계속 힘들다가
결국엔 전세금마저 드려야하는 상황으로 몰려서 잠시 살기로하고
들어왔어요.
들어와서 많은 식구 생활비에 시댁 대출이자에 생활하다보니
1년동안 200만원을 모았더라구요.
말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일인데 몇달전 시아버님께서 가족들
한자리에 있을때 말씀하시기를 제 남편이 천이백만원을 해줘서
이번 일도 잘 해결됐다고 하셨어요.
알고보니 천만원은 친구에게 빌리고,
이백만원은 더이상 자기 앞으로는 대출이 안되서 저 몰래
도장, 신분증 가지고가서 제 앞으로 마이너스 대출을 받은거더라구요.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남편을 설득했어요.
여기선 제가 아무일도 못해요. 살림에, 애 키우기에..
그렇지만 분가하면 애를 맡기고 일을 다닐수라도 있잖아요.
남편은 절 대할 면목이 없었는지 아버님께 상의드리겠다고 했어요.

몇일후 아버님과 대변하고온 남편, 하는 말이 가을까지만 좀
기다려보자. 항상 아버님은 그랬어요. 이번 계절 지나면 경기가
좀 풀린다. 몇해만 견디면 경기가 좀 풀린다. 다음에, 다음에...
가을이란 말도 결국은 저희 발목을 잡기위해 얼버무리는 말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편은 아버님 앞에서 네네하고 답했어요.

마침 어머님의 소화재를 사러 남편과 나간길에 물었더니 또한번
답답한 소리로 절 긁어 놓더라구요.
저 그때까지는 시아버지 앞에서 말도 잘 못했어요.
저희 아버님 남의 얘기는 한마디도 안듣는 분이신데다가 좀 거슬리는
주제가 나오면 큰소리 한번 내시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리시거든요.
어떻게 얘길 꺼내야할까, 전세비용도 다 빼주고 내 앞으로 몰래
대출을 받고 친구한테 비싼 이자주고 돈까지 꾸면서 드리고,
이제 갈때까지 갔는데 내가 뭘 못하겠냐.
마음을 독하게 먹었지만, 막상 아버님께 들어가서 말꺼낼 용기는
없었어요.
그런데 다행이도 아버님이 먼저 부르셨죠.
너희가 딴 생각하고 있는것 같은데 어림없다는 못을 박기위한
부르심이었죠.

얼마나 흥분했는지 몰라요.
어찌 그런 용기가 났는지 아버님이 '알았냐? 알았냐?'을 남발하며
무조건 듣기만 하라는 식으로 하시는 말씀에 너무 화가나고
무슨 말이라도 꺼낼라치면 중간도 아닌 말머리에서 토막치며
아버님의 말씀만 하려고 하시는 그런 점에
저역시 참지 못하고 아버님 말을 중간에서 토막치며 말했어요.
그렇지만 어려운 시부모님이시라 건방지게 한것은 아니었고
간절하게 호소하듯 말씀을 올렸구요.
남편 옆에서 한마디도 거들어 주질 않고, 나중에 제가 아버님
말씀에 토를 달았다는 것에 화가나 저와 말도 안하려고 하더군요.
대가 센 아버지 아래서 자란 아들들은 유약하다더니
그토록 듬직하고 사랑했던 남편이 그순간부터 약해빠진 한 남자로
보였어요.

결국 시부모님은 허락을 하셨어요.
도움도 못주고 가져가신 돈의 일부라도 못주시지만
허락하신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요.
제가 돈 벌겠다는데 어머님은 아이 못봐주신다는데 자식의
가정을 두분의 욕심으로만 망칠수는 없다고 생각하셨나봐요.

집구하는 문제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남편은 말 꺼내고 두달쯤 있다가 집을 구해야지 서두르면 두분이
서운해 하시고, 널 얼마나 시집살이를 시켰으면 저럴까해서
맘 상하신다고 해요.
집을 구하고 계약까지 했는데 먼저 살던 분들 이사나가고 우리가
바로 들어가면 쟤가 얼마나 빨리 나가고 싶었으면 바로 들어가냐고
맘상하신다며 보름쯤후에 들어가쟤요.
그런데 그 문제는 집주인 할머니가 다세대주택에 빈집 있으면
보기 않좋다고 일주일 간격으로 와줬으면 한다고해서 해결됐어요.
그러다 형님네가 갑작스레 이사한다고 하는데 형님네 먼저 이사하고
우리가 해야 맘이 안상하신데요.
따로 사는 형님네 이사후에 우리가 나가야 한다는 남편이 이상하죠.

4월5일에 이사가 결정됐어요. 먼저 살던 분들과 일주일 차이에요.
오늘 어머니께서 그러시네요. 이사는 그날 먼저 해놓고 너희는
여기서 주말까지 있다가 들어가라구요.
가진것 다 내놓고 월세방 구해서 분가하는 아들, 며느리 앞에서
당당하게 당치않은 일을 요구하는 그 분들이 밉습니다.
남편 직장이 새로 이사가는 곳 근처였는데 갑자기 발령이 본사로
나는 바람에 지금 사는 시댁과 가깝게 됐거든요.
너희 집 비워두고 여기와서 살라고, 일주일에 반은 여기서 반은
거기서 살라고 한두번도 아니고 계속 반복해서 말씀하시기에
첨부터 아예 대꾸도 안하고 못들은척 해야했어요.
벌써부터 와서 몇일씩 있으라고 말씀하시면서,
애기 감기기운 있다고 낼이 친정아빠 생신인데 가지 말라고 말을
돌려서 이번주내내 하시더니, 뻔히 여러번 친정아빠 생신이라고
했음에도 남편이 장인어른 생신인데 가봐야죠 하니깐
그래? 친정 아버지 생신이면 가봐야지. 그래 가봐라.

이제 20일 남았는데 왜 점점 피곤하고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남편은 분가 결정된 다음부터 냉정해요.
부모님과 남편은 우리가 평생 두분 모시고 살꺼라고 생각해 왔거든요.
남편, 입으로는 약속한 기한만 살자고 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저, 형님이 맏이니 형님과 살아야지 하는 생각 안해요.
어차피 부모님도 형님한테 밥 얻어먹고 살면 속터져 죽는다고
한집서 죽어도 못산다고 하시고 저도 인정하니깐.
하지만 저 앞으로 절대 부모님과 한집에 사는일 없을꺼에요.
지난 짧았던 1년동안 정말 피곤했어요.
잘때만 종이기저귀를 채우고 뻔히 다들 그 사실 알고 있었는데
하루는 시어머니께서 제 앞에서 아이 기저귀를 빼더니 집어 던지며
화를 내시더군요. 썩지도 않는다는걸 뭐 좋다고 채워 놓느냐고요.
밤새 젖은 천기저귀 채워 놓을 수가 없어서 그런다 했더니,
자다가 여러번 일어나서 갈아주면 되지 애엄마가 그것도 못하냐고..
이건 지금 막 생각나는 일중 하나구요, 정말이지 다시는 같이
안살꺼에요. 다시는...

잘해주신 일도 많은데 왜 이런 것들만 남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못한 부분도 엄청난데 서운하고 미웠던 기억들만 남아요.

잡도 안오고 마음이 찹찹해서 오랜만에 글을 올려봅니다.
분가하고나면 어머님과 예전처럼 조그만 앙금도 없는 관계가 될수
있을까요? 전 합가하기 전에는 우리 어머니처럼 좋은 시어머니는
대한민국엔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