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초등학교 동창들과 멜을 주고받는 나는 뭐 그다지 남편에게 숨길만한것도 없고 그래서 있는 그대로 다 이야기를 하는 편이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그런나와는 달리 내게 뭐든 잘 이야기를 하지않는 남편은 수개월전 고등학교때 사귀던 첫사랑과 메일을 주고받다가 내게 들킨적이 있다.
메일을 확인한뒤 그만 로그아웃을 허술하게 했던것을 내가 발견한것이다. 너무나 화가나고 속이 상해 몇날을 밥도 잘 못먹고 잠도 잘 못자는 나날을 보내던뒤 들을수 있었던 말은 자기는 그저 그여자를 동창가운데 한사람 그이상도 이하로도 생각하고 있지않고 결코 내게 미안해할 행동을 한적이 한번도 없다고했다. 남편은 내가 원한다면 그여자랑 더이상은 연락같은건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요즘도 동창싸이트에서 공공연하게 둘사이의 접촉이 이뤄지고 있단 소식이 바람결에 날아들어 내 머리를 어지럽히고있다.
난.... 그냥 허무했다. 내가 만약 남편입장이었고 정말 이젠 아무감정도 안남아 있다면 난 연락을 주고받는 이성친구에대해 남편에게 가볍게 지나는 말로라도 이야기를 했을것이다.
하지만 이사람은 그런사람이 못된다는걸 그때 다시한번 뼈저리게 깨달았고, 늘 이세상에서 가장 나와 가까운 사람이라고 믿었던 그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이후 남편은 믿을수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게있어....
그러던 어느날 난......... 옛 동창으로 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대학동창이지만 아주 잠깐 한때 서로 좋아하는 감정도 갖고 있었던 그러나 연인으로 발전하지는 않고 서로 다른인연을 찾아 떠났던 그런 사람이 내소식을 친구의 친구를 통해 듣고 잘사느냐고 안부를 전해온것이었다. 솔찍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그친구의 성품을 너무나 잘아는 나는 이 친구가 '남자'로서 내게 접근하는것이 아니란걸 알수있었고 그렇게 다른 동창들가운데 한사람으로 몇달에 한번씩 메일을 통해 서로 안부를 묻곤하게되었다. 물론 서로 만난적도 또 그럴생각도 없다.(그사람은 지금 영국에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약혼녀와 함께.......김빠지는 소식이었다)
정말 이전의 나였다면 내가 이정도 일을 구지 남편에게 숨기거나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치만 지금의 난 그사건이후 전처럼 그렇게 남편에게 시시콜콜 내 모든것을 다 알리고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보안을 한답시고 사용하고있는 메일의 패스워드도 자주 바꾸고 로그아웃도 꼭 확인하고는 하는편이다.
그런데 컴퓨터관련된일을 하는 남편은 내가 전같지않게 자기에게 뭔가 숨긴다고 생각하는지, 어느날 내게 '해킹이 뭐 별건줄 아느냐고, 무슨비밀이 그렇게 많냐고' 그러는 것이었다.
누가 이렇게 불신을 싹튀우기 시작했는데....정말이지 기가 막혔지만 시치미를 뚝 떼었다. 그이후 남편의 태도는 싸늘하게 변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오전.... 무심코 컴퓨터의 파일들을 정리하던중 '쿠키'라는 화일을 발견했는데 놀라웠던건 무수한 그안의 파일들이 하나하나 무슨 기호같은걸로 가득하고 또 그가운데 하나는 내가 방문했던 웹싸이트(현재 그남자가 학위과정을 하고있는 학교의 싸이트인데 방문한뒤 곧바로 모든 기록을 지웠었다.)의 주소가 들어있고 그뒤에 무슨 암호와도 같은 문자와 숫자등의 기호들이 나열되어있었던거였다.
이사람이 내가 가입되있는 메일계정을 포함한 모든 싸이트들을 나도모르게 드나들었다는게 내가 지금 생각해낼수 있는 최대한의 가능한 시나리오다. 가슴이 떨린다. 그리고 분하다는 생각만 자꾸 든다.
정말 궁금하다. 이사람이 만든 그 '쿠키'라는 파일이 과연 무엇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