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에 와서 가슴 저린 사연들 읽고 날마다 울다가 나가는 결혼 6년차 아줌마입니다.
저는 결혼전에 남자를 고르는 가장 첫째 기준이 외박안하고 한눈 안파는 남자였답니다.
여기저기서 남편의 외도때문에 속썩는 아줌마들을 워낙 많이 봤거든요.
제 남편은 대학동기죠. 저의 결혼조건대로 다른건 몰라도 절대 그런문제로 마누라 속썩일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사랑하니까 결혼했어요. 제 남편은 친구들사이에서 도덕군자로 통하거든요.
결혼할때 저랑 제남편 통장에 백만원가진 빈털털이였지요. 당연히 가난한 시댁에서도 단칸방 하나 구해줄 형편은 아니었구요.
그래서 시엄니가 사시는 시골집에서 시엄니 모시고 살기로 했죠.
방구할 돈 생길때 까지요.
남들이 보기엔 시엄니 모시고 사는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저희가 얹혀 사는 입장이라 그다지 마음이 편하지는 않더군요.
저희 시엄니 어찌나 절약을 강조하던지 시엄니랑 사는 일년동안 세탁기, 전자렌지, 청소기 한번 써보지 못했구요, 친구들이랑 전화통화 한번 마음놓고 한적도 없구요, 아기 놓고는 하루에 열몇장씩 나오는 기저귀를 모두 손빨래 하면서도 종이기저귀 쓸 엄두도 못냈죠.
거기다 아무일도 아닌 말씀도 꼭 남편에게만 하시고 전 한참후에 남편을 통해서 들어야했습니다.
주무실때는 반드시 여름이고 겨울이고 우리방 앞 거실에서 주무셨죠.
여름에는 시원하다는 이유로 겨울에는 방마다 보일러 못땐다는 이유로요.
그러니 남편이랑 얘기를 한마디 마음놓고 할수도 없죠, 잠잘때도 편히 잘수가 없죠 아주 짜증스럽더군요.
또 장가간 아들에게 뭐그리 미련이 남는지 남편이 퇴근한다고 전화하면 반드시 어머니가 통화하셔야 했구요, 종종 남편이랑 두분이서만 외출을 하시면 어찌 그리 흐뭇한 표정으로 나가시든지요.
이집 아드님들 명절이나 기타등등 어머니 댁에 가면 반드시 어머니랑 같이 잔답니다. 굉장히 좋아하시지요.
남편 출근하고나면 어머니께서는 저한테 남편은 하늘이다, 남편에게는 존댓말을 써야 한다, 남자가 밖에서 일하다보면 힘드니까 여자는 남편에게 불만이 있어도 남편에게 잔소리 해서는 안된다, 싫은 표정해서는 안된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안된다 등등 계속 말씀하시죠.
한번은 말도 안되는 얘기를 동네분한테 듣고 오셔서는 저희 둘다 아니라고 말씀을 드려도 믿지를 못하셔서 남편이 화를 좀 냈더니 그 다음날 아침에 가출하신적도 있답니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년을 보내고 겨우 반지하 단칸방얻어서 분가했죠.
남들은 꿈같다는 신혼이 전 지금도 돌아갈까봐 무서운 기억밖에 없네요.
둘째아기 낳았을때는 굳이 산바라지를 해주겠다고 오셔서는 뭔가 제게 불만이 있으신지 꼭 잠도 거실에서 주무시고 낮에 밥먹을때는 저만 밥상에 주시고 어머니는 그 앞에서 바닥에 내려놓고 드시는거예요. 아무리 같이 올려놓고 드시자고 말씀드려도 대답도 안하시데요. 그러니 제가 밥이 넘어가겠어요? 몇숟갈 못뜨고 수저 내려놓으면 또 밥 안먹는다고 뭐라 그러시죠.
그러시다 저녁에 남편이랑 식사할때는 나란히 밥그릇 세개를 밥상에 놓고 오셔서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식사하시죠.
남편에게 제가 밥을 안먹는다고 걱정하시면서요.
남편이 속사정도 모르고 되려 저한테 신경질 내데요. 시엄니 산바라지 하느라 고생하시는데 맘 편히 안해드린다구요.
한달내내 마음편히 몸조리 한게 아니라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듯 했습니다.
그런 시엄니아래서 자란 제남편 물한그릇 자기손으로 떠먹는 일없습니다. 지금까지도요.
저희 시엄니 나는 내아들이 집안일 하는꼴 못본다고 하시거든요.
제 남편 집에오면 말도 잘안하죠. 티비보거나 자느라 바쁘죠.
지금까지 여름휴가 한번 함께 제대로 가본적 없답니다. 시엄니 모시고 집옆에 계곡에 잠깐 다녀오거나 자기 혼자 친구들이랑 캠핑가는게 우리집 여름휴가 풍경이죠.
그래도 저 별 불만없이 아이들 열심히 키웠구요 알뜰하다 소리들어가며 살림 꼼꼼이 잘했죠.
지금까지 스웨터 2개 산게 제가 산 옷 전부구요 화장품은 항상 샘플 얻어다 썼죠.
친정가서 동생들 안입는 옷 가져와서 입고 동생들 안쓰고 버려놓은 화장품 샘플들 모아와서 썼죠.
버스비 몇백원이 아까워서 임신 7개월까지 큰아이 업고 두세정거장은 걸어다녔구요 식사 준비 할때마다 남편 좋아하는 반찬 아이들 좋아하는 반찬 하느라 제가 먹고 싶은건 언제나 참았죠.
우리엄마, 친구들 모두 젊은애가 왜그리 궁상떨며 사냐고 묻지요. 뭘 얼마나 돈 많이 모을거라고 그러고 사냐구요. 나중에 후회한다구요.
그래도 전 나름대로 행복했어요.
전세집이어도 단칸방에서 방두개로 늘리고 지금 방세개인 이집으로 이사오고 남편 자상하거나 내말 잘들어주지 않아도 다른생각 안하고 열심히 직장 잘 다니고 애들 예쁘게 잘 자라주고........
그랬는데요, 한달전쯤에 하늘이 무너진다는게 이런느낌이구나 했죠.
제 남편은 직업상 접대가 잦은 사람이라 한달에도 두세번이상은 새벽까지 술마시고 접대하고 오죠.
작년부터는 아예 아침에 들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구요.
그래도 믿었는데 우연히 남편이 접대하고 나면 다른 사람들과 2차를 간다는걸 알게되었죠. 이남자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인정하더라구요.
일년정도 전부터라구요.
이런일들 겪으며 마음고생하면서 사는 여자들 결혼전에는 이해 못했어요. 이혼하지 어떻게 사나 했죠. 그래서 벌받았나봐요.
그런데 막상 저도 그런일이 생기니까 아이들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오르데요. 아이들 봐서라도 참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한동안은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저녁마다 소주 한잔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수없었구요, 하루종일 심장이 두근거리며 불안하고, 애들한테도 짜증내고 사는게 귀찮고, 이제는 뭘 믿고 살아야 한는 생각에 하루종일 눈물이 나더라구요.
제남편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하대요. 술이 취해서 그런거지 제정신으로 그런짓할만큼 나쁜 사람 아니라구요, 그리고 사랑한다구요. 앞으로는 이런일 없을거라구, 정말 잘하겠다구요.
물론 저도 남편 사랑하죠. 그래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데요.
잊어버리려고 절에도 다녀오고 저혼자 일기쓰면서 마음정리도 하고 하는데 남편에게는 대충 정리가 된듯한 모습 보이려고 노력하는데 사실은 쉽지가 않네요.
그래도 이 남자 나름대로 노력 많이 하네요.
할인점 가는거 싫어했는데 자기가 먼저 일요일 아침이면 장보러 가자 그러구 퇴근하고 애들하고 오분을 못놀아주더니 애들 해달라는거 싫은 내색 안하고 들어주고 저한테도 어디 바람쐬러 가자 그러고 살면서 다 갚겠다고 그러네요.
이만큼 노력하는 모습보이면 제가 한번은 용서해줘야 하는거겠죠?
한번은 믿어줘야 되는거겠죠?
저 이번만 남편 한번더 믿어볼려구요. 힘들어도 잊어버리도록 노력하려구요.
그런데요 남편이 그러고 다니거 알았을때 그 사실 자체도 속상했지만요 그동안 제가 악착같이 아끼며 살아온것도 너무 억울하더라구요.
서럽더라구요. 저도 친정에서는 귀하디귀하게 자란 딸인데 누구는 술먹고 아가씨 데리고 2차가고 누구는 집에서 늘어진 체육복입고 보풀이 다 일어난 스웨터 하나 아무렇게나 걸치고 궁상떨고 있었던게요.
이제 저 그렇게 안 살려구요. 조금은 저 자신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려구요.
제가 먹고 싶은것도 살줄알고 제가 입고 싶은 예쁜 옷도 살줄알고 화장품도 샘플 아닌 정품사고 가끔은 집안일에 게으름 피우며 제가 보고 싶은 비디오 한편도 당당히 보고 나혼자만의 자유시간도 가질려구요.
그래서 당장 운동기구 하나 장만했어요. 평소같으면 고민만 하다가 결국 못샀겠지만 이번에는 삼십만원이나 주고 샀어요. 절위해서요.
내건강 챙기는 그일부터 하려구요.
펑퍼짐하고 긴장감 없는 아줌마에서 벗어나려구요.
님들 제일먼저 자기 자신부터 챙기면서 사세요.
남편, 자식들 아무리 챙겨도 별로 고마워 하지 않고 당연히 여기더라구요.
저처럼 마음아픈일 겪고 후회하지 마시구요, 지금부터 자기 자신부터 아끼고 사랑하고 챙기세요.
아내가,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내 가족들도 행복하죠.
님들 이 봄에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예뻐지세요.
두서없이 중얼거린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은 속이 후련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