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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고 보니 말처럼 쉽지가 않네요


BY 해롱이 2002-03-31

신랑 그저께 회식있다고 하더니 다음날 새벽5시30분이나 되어서 들어왔어요.
집에 찾아온게 용하다고 생각될만큼 술에 취해서요.
그시간까지 잠도 못자고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도 안받고 전화도 없었냐고 제가 뭐라했는데 뭔말을 하는건지 알아듣지도 못하더라고요.

아침에 벗어논 옷을 보니 앞가슴쪽에 온통 화장품이 묻어있더군요.
그걸보니 아무생각도 나지않고 내가 어떻해야하는지 깜깜해지고 그냥 눈물이 나왔어요.

일어나서 출근한다고 나가는데 그옷을 다시입네요.
그때까지도 취해서 비틀거리고 드럽게 이게 뭐냐구해도 아무 생각없이 출근하데요.

하루종일 별별생각이 다들고 어느여자였을까? 어디까지 간걸까? 누구랑 간걸까?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어요.
그러고 돌아다니는데 난 꿀물타놓고 기다리고 있었단 생각을 하니 배신감도 생기고...

토요일이라 2시쯤되니 씩 웃으면서 들어오네요.
이마당에 웃음이 나오냐구요.
옷을 갈아입더니 세탁기 옆에 갔다놓길래 나 그옷 안빨거니까 갖다 버리라고 했어요.
조금 있다가 갖다 버리고는 쇼파에서 잡니다.

아이들이 햄버거 사달라고해서 아이들더러 아빠 깨우라고 시키고는 햄버거 먹고 저녁할 기분이 아니라 대화도 할겸 식당에 갔어요.
어디 간거냐? 누구랑 간거냐? 물으니 회식하고 몇몇이서 당구장갔다 호프집갔다 나이트를 갔었다네요.
그냥 스치면서 화장품이 묻었을거라구 하네요.
그게 그냥 스친거냐구. 봤으면 알거아니냐구. 앞가슴에 어깨쪽부터 앞 단추까지 온통 다 묻어 있는데 그냥 스쳐서 조금 묻었으면 이렇게 말하지도 않았다구 했어요.
술집 여자랑 춤췄냐고하니 아니라구 거기 놀러온 여자랑 놀았다구.
누군지 기억이 안난다구.
크게 잘못한것도 없다구.
그게 크게 잘못한것이 아니냐고 난 상상도 못하고 있었던 일인데 자꾸 별 상상이 다된다고 했어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런거라구 하데요.

내가 만약 그러고 다녔으면 어떻할거냐구 그자리에서 당장 쫓아 낼거 아니냐구 했더니 그렇다고 하네요.

나 여태껏 신랑 믿고 울 신랑은 그런 일 없을거라고 확신하고 살았는데 다른 일이 없었더라도 그냥 어느 여자랑 그렇게 화장품이 많이 묻을 정도로 안고서 춤을 췄다는 것만으로도 머리속이 뒤죽박죽 어지러웠어요.

내 처음이라는 것은 못믿어도 마지막이라는 것은 믿어볼테니 다음부턴 그러지 말라고 그때는 그런일 있으면 뭔일이 있었든 없었든 있었다고 믿고 끝이라고 했어요.

저 다른건 몰라도 바람피는건 참을수 없으니 만약 바람 피우고 싶으면 피우되 다시는 집에 들어올 생각 말라고 피우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피우면 내가 돈 백만원 줄테니 갖고 나가서 들어오지말라고 그전에 신랑과 항상 나누던 대화였어요.
그런 말하면서 믿었었는데...

그런데 내게 그런일이 있고보니 나가라는 말도 할수없고 그냥 내가 한번만 용서해주자는 맘이 커지네요.

그래서 용서해주마 했는데 그 더러운 티셔츠는 버렸는데 다른 여자를 안고 만졌을 손은 버릴수가 없으니 그손이 내게 닿는것이 싫어요.
침대 한쪽구석에 신랑의 몸이 닿을까봐 움츠리면서 잤어요.
항상 붙어서 기대던 그몸이 그렇게 더럽게 느껴지면서도 아무것도 할수가 없는 저는 어떻해야 하지요?